4조원 규모 상대가치점수 '의사업무량' 전문과별 재배치...어떤 과는 다빈도 행위 수가 올리고 어떤 과는 무관심
"내과계는 2차 개정 때 이미 검체수가 -3637억, 영상 -1367억 등 위축...외과계도 총점 고정 상태에서 신의료기술 순증 안돼"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의료수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을 앞두고 연구결과에 각 전문과 학회와 의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 전문과는 현재 많이 이뤄지는 의료행위에 상대가치점수를 높게 설정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가 하면, 연구결과를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않는 전문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 상대가치위원회는 지난 12일 각 학회 대상으로 연구결과 설명회를 진행한데 이어 20일에는 각 개원의사회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다. 오는 29일에는 전체 의료계를 대상으로 상대가치위원회 워크숍을 앞두고 있다.
의료수가 = 상대가치점수 × 환산지수 × 종별가산율
의료행위별 의료수가는 상대가치점수와 매년 수가협상을 통해 정해지는 환산지수, 의료기관 종별가산율을 곱해 결정된다. 상대가치점수(resource based relative value scale, RBRVS)는 진료비용, 의사 업무량, 위험도 등 세 가지 요소로 의료행위의 가치를 점수로 평가한 것을 말한다.
상대가치점수의 의료행위 총계는 19조 1700억원이며 이 중 의사 업무량은 전체의 20%인 4조원에 이른다. 4조원 중에서 의과 공동 규모는 6600억원이며 전문과별로는 마취통증의학과 5200억원, 내과 4900억원, 안과 2900억, 산부인과 1077억원, 정신건강의학과 977억원, 외과 932억원, 흉부외과 238억원 등을 차지하고 있다.
상대가치점수는 2001년 의약분업을 시행하면서 시작됐으며 이때 일부 불합리성을 개선하기 위해 2006년에 1차 상대가치점수 개정을 단행했다. 당시 전문과목별로 총점을 고정하고 과목 내에서 점수를 결정했다. 2017년 7월 시행한 2차 상대가치점수 개정에서는 전문과목간의 벽을 허물고 수술, 처치, 기능검사, 검체검사, 영상검사로 나눠 유형별 점수를 평가했다. 2차 개정 당시 원가 초과라는 이유 사전에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검체검사 수가 3637억원과 영상검사 수가 1363억원이 삭감되면서 의료계는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의협 상대가치위원회를 통한 상대가치점수 개편 연구에서는 총점을 고정한 상태로 각 전문과별 의료행위의 의사 업무량의 가치를 비교평가한다. 2차 상대가치점수 개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1~2년 뒤에 완성되는 3차 상대가치점수 개정을 앞두고 의협 차원으로 상대가치점수 중 의사 업무량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전문과목별 총점을 고정한 상태로 각 의료행위의 의사 업무량만 조정하고 다시 정부와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3차 상대가치점수 개정의 기본 골격인 기본진료료(진찰료+입원료)는 이와 별도로 진행되고 있다.
상대가치점수 중 의사 업무량 각 전문과별 개편 논의
의협 상대가치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의사 업무량에 대한 상대가치점수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의료행위 정의를 점검하고 상대가치 재분류 여부를 결정한다. 1차와 2차 상대가치점수 개정 이후로 적응증이 확대되거나 신의료기술로 추가된 의료행위를 검토한다. 의협의 연구는 각 전문과 학회와 개원의사회의 의견 수렴을 통해 이뤄진다. 검증 과정에서 의료행위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근거를 주문한다.
상대가치점수 중 의사 업무량을 점수를 조정하려면 우선 행위 정의가 필요하다. A라는 의료행위가 얼마나 더 힘들고 의사 업무량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한다. 특정 전문과 전문의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전제는 최대한 빼고 의사면허 소지자라면 누구나 해당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전제로 출발한다.
의사 업무량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주 시술자의 시간과 강도다. 가령 주사의 경우 의사 업무량은 주 시술자가 실제로 투여하는 시간만 해당할 수 있다. 하지만 환자가 병원에 남아 2시간동안 보조인력이 관찰하고 의사가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면 이를 근거로 산출해 의사 업무량을 다시 설정할 수 있다. 특정 수술이나 처치 시간을 알아보려면 심평원의 EMR 조사값을 통해 환자의 평균 마취시간이 기록돼있다는 것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의협 상대가치위원회 김영재 위원(교보생명 부속의원장, 가정의학과 전문의)은 지난 20일 설명회에서 “같은 이름의 의료행위라고 하더라도 전문과별 행위가 다른 경우가 있다. 행위에 대해 2개, 3개 전문과가 같이 할 때도 있다”라며 “관련 전문과가 상의해 상대가치점수 개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이번 연구에서는 행위의 (상대가치점수 중 의사 업무량의) 높낮이만 결정한다”라며 “물론 의사들의 머리 속에서 가격(수가)이 떠나지 않지만 가격이라는 것은 환산지수에서 정해야 한다. 높낮이만 연구하는 데는 총점 고정이라는 것을 사용하게끔 돼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결과적으로는 총점 고정을 토대로 연구가 이뤄지고 전문가 검증을 통해 각 상대가치점수가 적절한 것인지, 의사 업무량의 높낮이가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라며 “의협을 통해 각 학회별로 자료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검토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각 전문과 학회와 개원의사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된다. 적응증이 확대됐거나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아 상대가치점수를 높이려고 한다면 별도의 행위 시간을 계산해 분명한 근거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만약 각 전문과가 아무런 의견을 제출하지 않으면 현행값으로 유지된다. 원가 초과로 측정된 영상, 검체 검사에서는 명확한 사유를 검토하기 어려우면 현행값이 유지된다.
의사 업무량 4조원 규모, 총점 고정에서 각 전문과 간 재배치
의협 상대가치위원회에 따르면, 만약 전문과가 상대가치점수 개편에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았다면 총점 고정지수 1.0으로 설정한다. 의사 업무량이 일부 상향됐다면 총점 고정지수는 새롭게 산출된다. 각 학회와 의사회가 제출한 의견에 따라 반영된다.
산부인과의 경우 기존 상대가치점수 중 의사 업무량 대비 2.5배 올려서 총점 고정지수는 1.0에서 0.39로 조정됐다. 산부인과는 고르게 올리다 보니 기존의 점수에 비해 총점 고정지수를 내리게 된 것이다.
비뇨의학과는 의사 업무량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아 총점 고정지수 0.92로 설정했다. 하지만 특정 2가지 시술을 2배 이상으로 올리면서 영향을 미쳤다.
검체검사는 일부 의사 업무량 상향으로 총점 고정지수 0.7로 정해졌다. 다만 해당 의사업무량을 그대로 적용하면 개원가에서는 일부 수가가 떨어질 수 있어 의견 검토를 요청한 상태다.
김 위원은 “행위 정의를 보완하고 의사 업무량의 권고값과 학회에서 적어준 의견값을 토대로 권고값을 다시 만들어서 최종 연구결과를 완성할 것이다”라며 “학회와 의사회는 현재의 의사 업무량의 권고값이 타당한지 확인할 것을 당부한다"고 주문했다.
김 위원은 “현재 점수보다 25% 이상 변화가 있는 것은 학회의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또한 의원급에서 의료행위가 달리 이뤄져 상대가치점수가 떨어질 수 있다면 논의가 필요하다”라며 “의원급에서 절대로 떨어지면 안되는 의료행위에 대한 의견을 별도로 받을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행위 재분류가 이뤄지면 쉬운 행위가 있고 어려운 행위가 있을 수 있다. 점수가 쉽게 오를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 있다”라며 “학회에서 특정 행위에 대해 단순, 복잡으로 나눌 수도 있는데 이때 개원가의 점수는(단순으로 들어가면서) 떨어질 수 있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특히 학회, 의사회의 의견을 연구에 반영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이 해결할 열쇠를 쥐고 있다”라며 “2차 상대가치점수 개정 때도 제대로 정보 공개가 없다가 갑자기 원하지 않았던 상대가치점수 삭감이 공개돼서 의료계가 당혹스러웠다”라며 “미리 학회와 개원의사회 차원으로 정보를 공유해 2차 개정 때처럼 갑자기 뒤통수 맞는 일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 상대가치위원회 이동수 위원(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상대가치점수의 의료행위 총계는 19조 1700억원이며 이 중 의사 업무량 총액은 20%인 4조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의사 업무량 4조원 중에서 의과 공동 규모는 6600억원이다. 전문과별로는 마취통증의학과 5200억원, 내과 4900억원, 안과 2900억, 산부인과 1077억원, 정신건강의학과 977억원, 외과 932억원, 흉부외과 238억원 등을 차지하고 있다.
이 위원은 “전문과별로 나누다 보니 해당 전문과의 비율을 계산해볼 수 있다. 개원의 관심사는 전문과목 중에서 병원급을 제외한 의원 행위의 분율이 얼마나 되는지에 있다. 결국 해당과 자료로 계산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여러 전문과가 같이 하지만 진단검사(검체검사) 행위는 1700억원으로 분류하고 있고 이 중 25%은 의원급에서 청구되고 있다. 영상검사는 2900억원이고 마찬가지로 의원에서 이뤄지는 것도 계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2차 상대가치점수 개정 이후에 의료계에 알려서 현행값에 입력값을 정하고, 총점은 고정되더라도 실제 해당 행위는 올라가는 것으로 돼있다”라며 "현행 값보다 원가 보전율이 높아서 전체를 하향조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번 상대가치점수 조정에 따라 수가가 낮아지는 일은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라며 관심을 촉구했다.
의사 업무량 총점 고정 아닌 순증 가능할까...개별 근거 명확한 행위에는 가능성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대한개원내과의사회 관계자는 “상대가치점수 개정에서 신의료기술을 만들 수 없는 내과, 가정의학과, 일반의는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들은 이미 2차 검체검사 수가 삭감 당시 호되게 당했다"라며 "신의료기술이 없는 전문과들은 갈수록 상대가치점수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 업무량 외에도 정책 점수 고려를 통해 의원급에서 많이 실시하는 다빈도 검사에 대한 수가를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대한외과의사회 관계자는 “총점을 고정한 상태에서 연구하는 것이 가장 문제다. 연구결과에 따라 내과나 외과계의 의견을 받는 것만으로는 상대가치점수의 불편함과 부당함을 해결할 수가 없다. 다양한 방식으로 상대가치점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반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연령, 환자 건강상태에 따른 점수 차등이 필요하고 질병 발생 빈도에 따른 점수 할증이 있어야 한다"라며 "의사 업무량을 시간에 따라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숙련도나 경험을 반영해야 한다”라며 “신의료기술이 있더라도 상대가치점수에서 상향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영재 위원은 “연구를 하기 위해 총점 고정을 하지만 연구가 끝난 다음에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총점을 올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가령 병리과는 과거에 내시경을 한 다음에 조직검사를 1~2개 정도 했지만 요즘은 10개씩 하는 경우가 늘었다. 당시 대한병리학회를 통해 근거를 제시하고 의사업무량 순증을 한 사례가 있다.
김 위원은 “우선 연구를 통해 총점 고정을 한 다음 과거와 달리 적응증도 늘어나고 시술 시간이 늘어나고 의사 업무량이 늘어나 더 힘들다는 것을 근거자료로 제출하면 일부는 순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라며 “다만 이전처럼 검체검사와 영상검사 점수를 떨어트리면서 올려주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올려줘야 한다는 입장이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 연준흠 보험이사(상계백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연구를 진행하지만, 전문과별 편차가 이상하게 나오면 자칫 여러가지 이유로 의료계가 3차 상대가치점수 개정 자체를 못받겠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연 이사는 “정부도 내년 봄까지 의사 업무량 개정을 끝내고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은 2년 내에 이뤄질 것이다. 우선적으로 가장 기초적인 작업을 위해 각 학회와 의사회가 상의해서 의사 업무량 산정에 대한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 이사는 “어떤 학회는 의사회와 소통이 안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반드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여러 전문과를 검토를 해서 배포한 자료를 갖고 행위정의가 잘못된 것은 없는지, 학회에서 낸 의사업무량이 문제가 있는지 등을 반드시 검토를 해야 한다”라며 "일부 검체검사 의원, 영상검사 의원 등이 문제될 수 있다면 이번 연구보고서에 강력하게 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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