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000억원 이상 처방되는 고혈압약 올메사르탄이 부작용 때문에 프랑스 의약품 명단에서 삭제될 것이라고 알려지면서, 개원가가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는 프랑스 소식을 알린 식약처마저 정확한 정황 파악을 못하고 있고, 부작용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가 없는 것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지난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내용은 프랑스 국립의약품청(ANSM)이 '올메사르탄' 함유제제를 효과 미흡 및 장질환 발생 위험으로 의약품 명단에서 삭제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프랑스 국립의약품청(ANSM)은 올메사르탄에 대한 약물감시 결과 ▲'중증 장질환' 위험에 따른 상당한 체중감소, 급성신부전을 동반한 만성 중증 설사, 소화계 합병증 발현 위험성 원인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이나 사망률 감소 효과 미흡 등으로 3개월 후 의약품 명단에서 삭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식약처 발표 후, 고혈압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은 동요하고 있다.
이 약은 ARB 계열 중에서도 혈압 강하 효과가 뛰어나 많은 의사들이 처방했다.
올메사르탄의 심혈관계 사망률 증가 내용은 외신을 통해 보도된 적 있어 대다수 의사들이 인지하고 있지만, 만성 중증 설사의 부작용은 의사들에게도 낯선 내용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내 경험상 올메사르탄으로 인한 심각한 대장질환은 없어서 다른 의사들의 경험을 물어봐야 할 것 같다"면서 "현재까지의 발표 내용으로 약을 중지하기엔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반디아 퇴출 사건 후 안전성 문제에 더 민감해진 개원가는 "당장 내일 처방은 어떻게 해야 하냐"면서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서울의 내과 개원의는 "혈압약으로 설사를 일으키는 건 드문일이라, 지금 발표만으로 올메사르탄을 쓰지말라고 할 순 없다"면서도 "문제는 환자들이다. 환자가 알면 나한테 왜 이런 약을 쓰냐고 항의한다. 아반디아 사건 때에는 대체할 약이 적었지만, 올메사르탄은 대체할 ARB 약이 많은데 굳이 이 약을 쓰겠냐"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식약처의 신속한 정보 업데이트가 중요하지만, 식약처도 발표 내용 이상의 것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프랑스의 의약품 명단 삭제가 허가 삭제와 동일한지에 대해서도 파악 중이라는 답변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프랑스가 지난 주에 발표한 것이어서 우리도 자료를 수집하는 상황"이라며 "의견조회를 시작했고 아직 들어온 자료는 없다. 미국‧유럽‧일본에서는 문제없이 사용되고 있으며, 식약처도 자료수집과 전문가 논의를 통해 입장을 빨리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보건당국의 발표 이후에야 식약처가 사후 검토를 시작하는 게 국내의 허술한 부작용 보고체계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의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국내는 의약품 부작용 보고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보니 다른 나라의 이슈가 터질 때마다 우왕좌왕하는 것"이라며 "잘 갖춰져 있다면 우리만의 데이터를 통해 외국 이슈에 부화뇌동하진 않을 것이다. 지금의 보고체계는 강제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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