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환자가 많은 비소세포폐암의 치료옵션이 혁신적인 신약들로 풍성해 졌지만, 실제 환자들에게 상용화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보험약가를 받는 장벽과 효과적인 진단법을 찾아내야 할 과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 혁신적인 신약은 '면역항암제'와 내성 환자 대상 '표적치료제'다.
4일 BMS와 오노약품공업이 공동개발한 면역항암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는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MSD의 또 다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역시 조만간 허가될 예정이고 화이자, 머크, 로슈가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도 1~2년 안에 허가 절차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면역항암제는 의료진들로부터 암 치료에 있어 네 번째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고 기대 받는 약물이다. 그동안 불변의 3대 축은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치료였다.
이는 면역세포(T-Cell)를 키워 암세포를 죽이는 새로운 기전때문에 이 약에 반응하는 30% 환자에게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혁신적인 신약은 내성 환자에게 쓸 수 있는 표적항암제로, 아스트라제네카의 오시머티닙이 가장 가시화됐다. 최근 미국과 일본에서 허가 받았으며, 국내도 허가절차를 밟고 있다.
이 약은 마땅한 치료옵션이 없던, EGFR 변이 양성 '내성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이다. 기존 'EGFR 표적항암제'로 치료했지만, T790M 변이 내성이 생겨 재발한 환자에게 쓸 수 있는 것.
아시아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약 40%가 EGFR 양성이고, 이 중 60%가 T790M 변이로 재발하므로 상당히 많은 환자들이 오시머티닙의 치료 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보험약가의 문턱 … 효과적인 진단법 개발 과제
하지만 환자들이 이 약들의 혜택을 보기까지는 남은 과제가 많다.
보험약가를 받아야만 의료진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는데, 면역항암제는 한 번 맞을 때 700만원 이상 드는 고가 약제라 보험당국 문턱을 넘으려면 긴 설득과정이 필요하다.
또 현재로선 면역항암제에 대한 급여기준이 없어, 개발사들과 보험당국, 학회가 급여 기준을 만들어가야 하는 입장이다.
이뿐 아니라 '옵디보'와 '키트루다'는 똑같이 PD-1 억제제로, 적응증도 같지만(외국의 사례) 한쪽은 바이오마커를 갖고 있고 한쪽은 갖고 있지 않다.
키트루다는 PD-L1 발현율이 일정 수준 이상 되는 환자에게 효과적이라고 하고, 옵디보는 PD-L1 발현율과 상관없이 효과있다고 한다.
이런 차이는 보험당국의 급여기준 마련을 더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건대병원 이계영 교수(대한폐암학회 차기 이사장/표적치료연구회장)는 "면역항암제는 너무 고가이고, 어떤 환자에게 약을 쓸 것인지 바이오마커가 확실하지 않아 해결과제가 많다"면서 "하지만 항암치료의 새 장을 연 것은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미국에서는 이미 1차 항암치료 후 2차 표준치료(표적변이가 없는 경우)로 면역항암제가 채택됐다"면서 "흡연자, 편평상피세포폐암 환자 등 면역항암제의 치료효과가 좋은 환자군이 어느 정도 변별됐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어떻게든 환자가 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표적항암제 오시머티닙 역시 한알에 50만원, 한달 치료비 1500만원이 드는 고가 약제로, 보험급여가 시급하다.
이 약을 쓰려면 T790M 변이 양성임을 확인해야 하는데, 현재의 재조직검사로는 T790M을 찾아내기 힘들어 큰 과제로 남았다.
이 교수는 "반응 예측 환자를 찾아내는 동반진단법 개발이 약을 개발하는 것만큼 중요한 과제가 됐다"면서 "면역항암제도 PD-L1이라는 마커를 보지만, 아직 마커로서 부족하다. 확실한 바이오마커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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