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존엄한 죽음 어렵게 만드는 의료인의 윤리적 딜레마 "과잉치료와 돌봄 부족의 심각한 불균형"
말기돌봄 어려운 상급종합병원 구조, 죽음을 치료 실패로 보는 관점과 교육의 부재 등 개선해야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처음 시행된 지 2년이 지났다. 웰다잉으로 가야한다는 거대한 목표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법 적용이 이뤄지는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고민이 많다. 특히 중증질환자가 많은 상급종합병원에서 환자의 죽음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일이지만 병원의 구조 자체는 임종을 앞둔 환자를 돌보는 데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연명의료결정법이 적용되는 의료현장에서 의료진이 마주하는 윤리적 딜레마와 병원의 구조적 한계는 무엇이고 환자들의 존엄한 죽음을 위한 의료진과 병원의 역할을 무엇인기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대병원은 18일 서울대병원 임상 제1강의실에서 '방치된 현실 그리고 변화의 목소리'라는 주제로 '제2회 서울대학교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임상윤리집담회·의료진 교육 등으로 완화의료 접근성 향상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민선 임상조교수는 지난 1년간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의 활동에 대해 발표했다. 서울대병원은 임상윤리집담회 등을 통해 의료진의 윤리적 딜레마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의사·간호사 교육으로 전 병동에 완화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김 교수는 "작년에 심포지엄하고 많은 분들이 센터를 잘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해주셨다"며 "연명의료중단 결정에 관한 논의가 많았는데 기관의 지원을 많이 받아 현재는 이 부분이 잘 정착됐고 연명의료절차로 해결하기 어려운 이슈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최근에는 이식 절차에 관한 논의를 심도있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임상윤리에 관심이 많은 윤리전문가와 함께 검토가 적절했는지 리뷰했다. 윤리위원회에 의뢰되고 얼마나 빨리 회신했는지 어떤 사람과 면담했는지 검토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는 "임상윤리집담회을 진행했다. 내과, 외과, 소아과 등 각 과마다 다른 윤리적 딜레마가 있는데 그동안 이 문제는 개인이 알아서 해결하거나 해결되지 못한 채로 넘어갔다. 자신이 실제로 윤리위원이 됐다고 가정하고 이러한 문제를 집담회를 통해 고민하고 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공의들도 윤리적 딜레마에 관한 고민을 많이 하는데 임상윤리집담회가 도움이 많이 됐다고 피드백에서 밝혔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서울대병원은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중증도 높은 병원으로서 지속적으로 등록기관을 운영하고 있고 상담에서 나오는 내용을 통해 어떤 고민이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되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완화의료를 활성화 하려고 한다. 서울대병원의 모든 환자를 마지막 임종환자로 케어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병원 특성상 중증환자가 많기 때문에 증상조절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악화되는 경우에 완화의료를 적극적으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에 전담 전문의 1인을 배치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컸다. 그동안 의료진이 몰라서 미리 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채우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의사·간호사 교육을 통해 틍증·증상조절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 전 병동에서 완화의료 접근을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대병원이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를 만들고 어떤 절차로 추진하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아서 보고서를 만들었다. 윤리기관이 있는 곳에 모두 발송했다. 지금 고민하는 부분은 윤리위에서 심의한 내용을 최대한 익명화해서 발간하려고 하는데 이 작업이 어려워서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종합병원 의료진의 윤리적 딜레마는 말기돌봄의 공백 탓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혜윤 임상조교수는 한국의 종합병원 의사와 간호사의 윤리적 고뇌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병원이 윤리자문, DNR 오더, 연명의료결정 등 의사결정과 윤리적 갈등을 지원할 수 있는 병원 안의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정부가 치료와 돌봄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한국 상급종합병원에서 임종을 살펴보면, 환자들이 사망까지 침습적인 치료를 받는 경우는 적지 않다. 암환자의 20%가 사망 마지막달에 연명의료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말기돌봄에 관한 논의가 너무 늦게 진행된다"며 "DNR(심폐소생술 하지 않기) 지시의 73%가 사망 3일 전에 작성됐고 이마저도 대다수가 가족에 의해 작성됐다. 병원 안에서 완화의료 자원과 연계가 부족한 점도 문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지난 2015년 상급종합병원 의료인들이 겪는 윤리적 문제에 관한 양적조사를 실시했다. 이것으로 부족해서 2017년에 심층조사 실시했다"며 "심층조사는 2017년 2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수도권 소재 두 곳의 상급종합병원 의사와 간호사, 중증질환자, 말기돌봄 유경험자 등을 대상으로 개별 혹은 그룹면담 방식으로 실시됐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조사 결과, 응답자의 75%가 환자돌봄 중 윤리적 문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DNR, 연명의료결정, 진실말하기 등 많은 윤리적 문제가 말기돌봄 중에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의사의 60% 이상은 이 문제를 도움 없이 스스로 해결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응답자의 97% 이상은 원내에 임상윤리자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의료진의 윤리적 고뇌는 과잉치료와 돌봄 부족의 심각한 불균형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은 이 불균형 속에서 적절한 말기 돌봄이 이루어지지 않고 환자가 고통스럽게 임종하는 것을 경험해야 한다"며 "상급종합병원에서 말기돌봄은 과잉 치료와 돌봄의 부족 사이에서 일종의 공백상태다"고 짚었다.
박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에서 과잉치료와 돌봄 부족으로 인한 불균형 현상의 사례를 소개하겠다. 다인실이 많은 우리나라 병원의 특성상 임종이 임박한 시기에 환자의 존엄 위해 병원은 1인실 임종실을 따로 두기도 한다"며 "그러나 임종실에 대해 가족들은 종종 의료진들이 환자를 소홀히 한다고 느낀다고 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임종이 임박한 환자를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잘 모르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DNR 오더는 병원에 계신 분들 다 알 것이다다. 일부 의사와 간호사들 사이에서 DNR 오더가 환자에게 더 이상 치료나 돌봄을 제공하지 않고, 어떻게 환자들 돌볼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암묵적인 의미로 통용된다는 점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에서 '쇼피알' 에 대해 고민 많이 하는데 이 문제는 해외에서 '슬로우 코드(slow code)'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쇼피알'은 말기돌봄에 관한 논의가 잘 진행되지 않아 의료진이 DNR 오더를 내리지 못하고 심정지를 맞이하는 경우, 의사와 간호사는 CPR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가족이 중단해달라고 할 때까지 CPR을 약하게 시행하는 것이다"며 "가족들을 위한 행동이긴 하미나 이는 의료진에게 자신의 역할과 행위의 정당성에 혼란을 준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러한 불균형에 기여하는 원인 여섯가지를 꼽았다. 적절한 말기 돌봄에 대한 공통적인 개념 부족, 말기 돌봄에 대한 훈련의 부족, 가족 주도의 의사결정, 의사소통의 어려움, 자원 부족, 갈등해결을 돕는 지원 부족 등이다"고 짚었다.
박 교수는 "단기·중기적으로는 병원이 정기적으로 윤리적 고민에 대해 편안하게 논의할 수 있는 안전한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테면, 과·병동 단위 등 수준에서 윤리적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라운드나 증례 토의가 필요하다"며 "또 윤리자문, DNR 오더, 연명의료결정 등 의사결정과 윤리적 갈등을 지원할 수 있는 병원 안의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말기돌봄과 의사소통에 관한 의료진 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에 환자 과밀 및 의료진의 업무강도를 완화할 대책을 마련하고, 전체 의료시스템에서 돌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커지고 있다"며 "치료와 돌봄의 기능에 따라 자원을 어떻게 배치하고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자의 존엄한 죽음 어렵게 만드는 한국의 상급종합병원 구조
버지니아 주립대 인류학과 박사 수료 과정에 있는 강지연씨는 말기돌봄을 어렵게 만드는 상급종합병원의 구조에 관한 의료인류학 연구 결과에 대해 발표했다.
강씨는 "문화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개인이 없듯, 병원의 구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의료진 개개인도 없다"며 "의료인류학은 건강과 질병이 정의된 방식, 사람들이 아픔을 경험하고 치유하는 방식이 문화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발표할 연구는 2016년 9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상급종합병원의 공간적 구조는 환자와 가족들에게는 치료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오는 곳이다. 의료진은 급성기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기관이면서 영리를 추구하는 곳이다. 또 의료진에게 죽음은 곧 의료의 실패라는 인식이 크다"고 말했다.
강씨는 "완화의료 담당 의료진들은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행복한 추억을 나누면서 죽고 싶다는 자신의 바람을 환자들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자원한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상급종합졍원은 환자, 가족, 의료진에게 완화의료를 하기 어려운 구조다. 상급종합병원에서 공유되는 한 가지 가치관은 죽음이 의료의 실패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상급종합병원은 급성기 치료를 하고 다른 곳으로 보내야 하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상종에서 완화의료 담당자들은 응급실이나 외래를 통해 온 환자들을 퇴원하도록 하거나 호스피스로 2차 전원을 보내야 한다. 상종은 좋은 죽음 누릴 수 있는 환경이 아닌 것이다"고 말했다.
강씨는 "여기서 상종 완화의료 의료진의 두 가지 모순을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은 환자의 편안하고 좋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일하는데 병원 구조가 그러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이다. 말기죽음일 경우에는 라포도 쌓아야 하는데 상종 구조는 가급적 빨리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전원시키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고 짚었다.
강씨는 "진료협력센터의 말기환자 담당 스탭을 인터뷰 했다. 사실 말기환자를 전원하는 일이 기쁜 일은 아니다. 감정적으로 부담이 크다"며 "이 담당자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자신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상담대학원까지 졸업했다. 그러나 현실은 병원을 나가고 싶지 않은 환자와 환자를 내보내고 싶은 병원 사이에 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 분이 한 번은 항암치료가 어렵고 수술도 기대하기 어려운 환자를 만났다. 이 환자는 수술이라고 하고 싶다고 해서 수술도 했다. 병원은 환자가 수술도 했는데 그만 내보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담당자가 보기에 환자의 통증이 심하고 집에 가도 환자를 돌볼 사람이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담당자가 개인 사명감으로 진료부에서 아침저녁으로 전화가 와도 호스피스에 자리가 날 때까지 버텼고 환자는 호스피스에 자리가 날 때가지 병실에 있다가 전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환자는 진료협력 담장자가 자신을 위해 애써준 것 알고 전원 가기 전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 병원에 내가 세 번 왔는데 한 번도 좋았던 적이 없다. 그런데 얼마 안 남은 동안 좋은 기억을 가지고 가게 돼서 좋다.' 좋은 죽음은 환자도 의료진도 치유한다"고 덧붙였다.
강씨는 "병원의 시각적 구조를 보면 치료계획이라는 프레임이 있다. 완화의료 전문가, 의사, 간호사가 회의하는 병동 미팅 시간에서 이런 문장을 많이 사용했다. '더 이상 환자 치료계획이 없다. 호스피스 상담 해주면 될 것 같다'는 말이었다"며 "치료계획의 범위는 어디까지 인가. 치료계획이 없어지면 완화의료로 넘어간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상종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의 시각적 프레임에서 완화의료는 치료계획에 포함돼 있지 않거나 희박하게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강씨는 "우리나라는 완화의료를 의뢰하는 시점이 매우 늦다. 대개 임종 2주 전에 의뢰를 하는데 문제는 이 점이 의료기관 전체에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호스피스에서는 임종을 2주 앞둔 환자의 전원을 거부하는 일이 발생한다"며 "왜 환자를 받아주지 않느냐 의사가 물으면 호스피스에서는 너무 늦게 호스피스로 오면 전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환자가 죽음을 맞게 되고 가족들이 죽음에 대한 분노를 호스피스 구성원들에게 쏟는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 입장에서는 3년간 함께 한 의료진이 아니라 본 지 얼마 안 된 호스피스 구성원들에게서 위로를 받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 문제는 호스피스 구성원들의 감정적 부담이 업무부담 가중으로 이어져 소진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고 짚었다.
그는 "호스피스 의뢰는 최소한 2~3개월 전에 와야 한다고 한다. 의뢰가 너무 늦어지면 환자가 아니라 가족이 논의하고 결정하게 된다. 캐나다 연구를 보면, 캐나다는 2~3개월 전도 짧다고 6개월 전에 호스피스로 넘어와야 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강씨는 "우리나라에서 상종은 죽음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도 불구하고 죽기에 적합하지 않은 시공간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말기 돌봄이 주변화 된 곳에서 돌봄을 수행해야 하고 또 환자를 전원시켜야 한다. 치료계획에는 완화의료가 들어있지 았고 말기돌봄도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고 요약했다.
강씨는 "뒷받침 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서 세밀한 돌봄 수행을 자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현실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을 만드는 구조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죽음을 치료의 실패로 보는 관점과 교육의 부재 등 개선해야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 임상강사와 내과계중환자실 유아름 간호사는 의료현장에서의 갈등과 대안에 대해 발표했다.
유신혜 임상강사는 "윤리적 괴로움은 의료 전문가가 3차 병원에서 발생하는 과잉진료와 돌봄의 부재 사이의 불균형에서 말기, 임종기 환자에게 적절할 치료를 할 수 없을 때 발생한다"고 말했다.
유 강사는 "무엇이 적절한 돌봄이고, 적절한 돌봄을 위해 누구와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하며, 어떤 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지, 3차 병원 조직에 속한 사람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등 이 질문들에 쉽게 대답할 수 있는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쉽게 답할 수 없다고 해도 그것은 의료 전문가에게 자격이 없어서 발생하는 문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진의 윤리적 괴로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여러가지다. 관점을 나눠서 살펴봤다. 공통적으로 우리 사회는 죽음에 대해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것 꺼리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진도 환자 가족도 말을 꺼힌다. 또 환자들은 3차 병원에 나으려고 온다. 의료진도 환자를 낫게 하고 싶어서 치료를 한다. 이러한 시각은 환자의 임종을 치료의 실패로 여기는 생각으로 이어진다"고 짚었다.
그는 "근본적으로 환자와 보호자는 입장이 다르다. 하지만 우리 문화는 보호자가 주로 이야기 한다. 실제로 환자는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 많다. 특히 환자와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는 보호자와 이야기함으로써 겪는 의료진의 윤리적 괴로움도 있다"고 말했다.
유 강사는 "교육의 부재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의사는 환자에게 더 잘 설명하고 싶어도 배운 적이 없고 자신이 했던 말에 대해 피드백을 해주는 사람도 없다.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교육받지 못하는 것은 중요한 요인이다"고 짚었다.
그는 "의사의 관점에서 치료의 방향성을 제시하면,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 의사는 의학적 판단의 책임 주체가 된다. 의학적 불확실성에 대한 부담은 의사가 근본적으로 가지는 윤리적 괴로움이다"며 "병원 주치의인 전공의가 환자에게 제한된 상황에서 설명하거나 의사결정해야 할 때 의학적으로 옳은 판단인지 짧은 시간 내에 판단해야 한다. 응급상황이나 당직근무 상황에서 그것을 환자 가족들에게 잘 설명하고 서류를 작성해야하는 것도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유아름 간호사는 "간호사의 관점에서 겪는 윤리적 괴로움은 간호사가 치료방향의 주체는 아니면서 환자·보호자와 제일 가까이 상호작용을 한다는 점이다. 환자의 처치를 추가로 시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문의를 받지만 대답하지 못할 때, 자신의 임상 경험에 대해 반하는 결정을 해야할 때 윤리적 괴로움을 느끼고 때로는 직접 환자나 보호자와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고 짚었다.
유 간호사는 "임종과정에서 케어하는 간호사는 임종과정에서 적절한 치료의 선이 무엇인지 또 어디까지 일을 해야 하는지 갈등을 경험한다"고 말했다.
유 간호사는 "의료진 괴로움을 개인적 특성으로 돌리기 보다는 개인적 수준에서는 역할의 해결방안, 한국의 상급종합병원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괴로움의 해결방안 등 개인측면과 조직차원에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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