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진단용 초음파를 이용해 2년 이상의 기간 동안 68회에 걸쳐 환자를 검사하고도 자궁내막암을 진단하지 못해 환자의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한 한의사에 대한 형사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판결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진단용 초음파 사용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대법원의 결정에 유감과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연구소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의학과 한의학이라는 이원적인 의료체계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의료법이 정한 의료인 간의 면허 범위와 종별 역할의 경계가 허물어져 의료 시스템이 대혼란에 빠졌다. 이로 인해 국민건강이 심각한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구소는 그간 기존 재판부와 헌법재판소 등에서는 일관적으로 한의사의 의과 의료기기 무단 사용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해 왔고, 실제 해당 사건의 1심과 2심 재판부는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했던 점을 지적했다.
연구소는 "새로운 기준 제시가 필요하다고 한 대법원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의료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지 않았다. 최근 10년 이내에 기존의 판결 경향에 영향을 끼칠 만한 사건이나 요인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연구소는 대법원이 초음파 진단기기의 경우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X-ray)나 특수의료장비(CT, MRI)와 달리 한의사의 사용을 금지한 법령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한 데 대해 "사건과 적용할 관련 법령이 없다면 기존 판례에 따르고 해당 법령을 보완하거나 개정해 명확하게 규정하도록 권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법 규정은 최소화해야 한다. 모든 사안을 법률 규정에 명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법령에 명시되지 않았다고 해서 전문적으로 교육받지 않거나 관련 진단기기에 대한 자격이 부여되지 않은 사람이 허가된 면허 범위를 넘어선 의료 행위를 해도 된다고 판결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의료법은 의료인들의 전문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서로의 업무 범위을 분명히 하고, 개별 직역의 경우는 비교적 포괄적으로 업무 내용을 규정해 융통성을 가질 수 있게 한 법"이라며 "그런데 의료법의 이러한 취지를 무시하고, 진단용 초음파라는 개별 장비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이용하는 것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심각히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대법원이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초음파를 사용하는 것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데 대해서도 "한의사가 무려 60회 이상의 초음파 검사를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궁내막암을 진단하지 못했다. 이 사실 자체가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이 국민건강에 심각한 폐해를 끼칠 수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지 아니한가"라고 비판했다.
연구소는 또 대법원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히 증명됐다고 보기도 어려워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결한 것에 대해 "모호한 추정을 근거로 의료법 위법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명확한 판단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연구소는 이러한 최악의 결과를 막기 위해서 재판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왔던 대한의사협회에도 책임을 물었다. 연구소는 "1심과 2심의 결과에 안심해 대법원에서 해당 재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전환되는 변화에 대한 위기 의식을 느끼지도 못하고, 또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도 못했다면 의협은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따라서 "의협은 지금부터라도 심각하게 위기 의식을 느껴야 하며, 한의사의 초음파를 비롯한 의과 의료기기 사용은 회원들의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지는 매우 중대한 사안임을 깨닫고 즉각적인 대처를 해야 한다"라며 "앞으로는 의협이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하지 말고, 대책 마련을 위해 국회와 정부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도록 파업까지 불사하는 강력한 투쟁을 즉각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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