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5.22 10:47최종 업데이트 20.07.3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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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복지부 상대 메르스 책임공방 대법원서도 승소...607억 손실보상금 받는다

접촉자 명단 제출 요구 주체없고 창구도 단일화돼 있지 않아…복지부도 명단 방치한 과실 있어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삼성서울병원과 보건복지부의 메르스 확산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삼성서울병원의 승소로 막을 내렸다.
 
재판부는 1~2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삼성서울병원이 복지부의 요구에 불응하지 않았으며 메르스 확산에 관련이 있는 중대한 잘못을 하지도 않은 것으로 봤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지난 14일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이 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부과처분 취소 청구 등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 기각(2020두34049)을 결정했다.
 
즉 복지부가 주장하던 삼성서울병원 과징금부과 처분과 손실보상금 지급 거부처분이 모두 취소된 것이다. 이로써 병원은 607억원의 손실보상금을 지급받게 됐으며 806만원의 과징금도 내지 않게됐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병원이 슈퍼전자파였던 14번 환자의 접촉자 명단을 제출하라는 복지부 명령을 어겼는가였다. 복지부는 병원이 명단을 14번 환자 확진 이틀 뒤에 제출해 메르스 확산에 결정적 기여를 했으며 복지부의 역학조사 또한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우선 역학조사관이 병원 측에 접촉자 명단 제출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요구의 주체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것부터가 문제가 됐다. 즉 복지부 장관의 명령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위반사항도 존재할 수 없다는 논리다.
 
행정절차법 규정에 의하면 14번 환자의 접촉자 명단 제출 요청이나 요구사항,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는 처분일 경우 문서에 의하지 않고 말로 할 수 있더라도 상대방에게 그 요청, 또는 요구행위의 주체를 밝혀야 한다.
 
재판부는 "역학조사관들의 명단 제출 요청 과정에서 제출 요구의 주체인 처분 행정청을 밝히고 있지 않다"며 "질병관리본부장에 의해 역학조사 수행에 관한 협조 요청 공문이 있었지만 이도 주체가 질병관리본부장이므로 복지부 장관의 명령으로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또한 법원은 접촉자 명단 제공을 위해 병원 측이 나름 신속한 대응을 한 것으로 봤다. 실제로 병원 측은 역학조사관들에게 전자의무기록 접근 권한을 부여했고 감염관리실 직원에게 명단 작성을 지시했다.
 
명단 제출 창구의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명단 제출 과정이 원활하지 않았던 이유로 정상참작됐다. 이번 사건에서 명단은 감염 확산 예방 활동에 실질적으로 여러 정보가 포함된 마스터 명단과 연락처 등만 간단히 담긴 명단으로 나뉘어 작성됐다. 문제는 각 명단 제출 요구가 시설 격리를 담당하는 복지부와 역학조사관으로 나뉘어 있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명단의 유형과 범위가 달랐기 때문에 명단 제출 창구의 단일화에 대한 의사소통이 원만하지 않을 수 있었다"며 "실제 명단 제공과정에서 어느 명단을 제출해야 할지 오해가 생겼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법원은 복지부 측도 병원으로부터 명단을 받은 뒤 4일가량 방치한 잘못이 크다고 봤다. 이 때문에 병원의 명단 제출 지연만을 메르스 확대에 중대한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법원의 최종 판단이다.
 
재판부는 "복지부는 6월 2일 명단을 제출받고도 6일까지 4일간 그 명단을 지역보건의료정보시스템에 입력해 보건소에 통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단지 심평원 콜센터를 통해 일부 환자들에게만 모니터링이 이뤄진 데 그쳤다"고 전했다.
 
이어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명단 지연 제출이 병원이 메르스 환자 치료 등으로 인해 입은 손실의 발생이나 확대에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고 중대한 원인이 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의료계는 환영의 뜻을 전하면서도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올 수 있다며 염려했다.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정부의 정보요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 인정돼 과징금이 취소됐다"며 "이는 환영할 일이지만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의료기관에게 과실이 있다면 손실보상을 할 수 없다는, 비슷한 사례들이 나올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손실보상 과정에서 의료기관의 과실이나 행정처분의 경중을 따져 이를 반영한다면 몰라도 아예 보상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지나친 조치다"라며 "삼성서울병원 같은 대형병원은 수년간 법정공방을 버틸 수 있겠지만 당장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병의원들은 파산하고 말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한 삼성서울병원도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좌호철 삼성서울병원 언론파트장은 "아직 특별한 입장을 밝힐 내용은 없다"며 "최종판결이 나오긴 했지만 아직 판결문을 송달받지 못한 상태다. 판결문이 송달되면 이후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하고 앞으로 진행될 내용들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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