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1.03 07:44최종 업데이트 25.01.03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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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낭절제술 중 의료진 과실 문제 삼았지만…환자 사망과의 '인과관계' 없어 "청구 기각"

대학병원 상대로 약 3억원 손배소…법원 "총담관 결찰 과실 인정하지만, 사망 원인인 간농양 원인은 아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담낭절제술 이후 사망한 환자의 유가족이 병원 의료진의 과실을 문제 삼아 약 3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그 과실이 환자의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의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판결 결과가 나왔다.

유가족은 끝까지 병원의 과실을 문제 삼았지만 법원은 유가족이 주장한 과실 행위가 '환자 사망'의 원인인 간농양을 일으킨 원인이라 보기 어렵고, 문제를 확인한 의료진이 재빨리 적절한 조치를 취한 점에서 병원 측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방법원이 최근 사망한 환자의 유족이 A 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약 3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병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환자 B씨는 2022년 7월 4일경 A 병원에 내원해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복부 초음파검사에서 만성 담낭염을 동반한 직경 0.5~1cm 정도의 담낭용종이 여러 개 확인돼 병원 의료진이 수술을 권유했다.

B씨는 그해 8월 2일 수술을 위해 A병원에 입원했고, 8월 3일 복강경하 단일공 담낭절제술을 받았다.

이 수술은 복강경하 단일공 담낭절제술로 A병원 의료진은 담낭을 상방으로 당겨 복강경용 수술 기구로 담낭 주변의 지방을 박리하고, 주변의 장간막을 벗겨낸 후 담낭 동맥을 박리해 헤모클립으로 결찰했다.

이후 의료진은 담낭을 옆으로 당기고 복강경용 전기소작기를 이용해 담낭을 간에서 박리하고, 박리한 담낭을 복강경용 검체주머니를 이용해 복강 밖으로 꺼냈다. 

수술 다음 날 A병원 의료진은 B씨에 대해 내시경 역행성 담췌장 조영술(ERCP)을 시행해 문제가 없는 지 확인했는데, 당시 총담관이 좁아져 있는 것을 확인한 후 내시경적 역행 담도 배액술(ERBD)을 시행해 좁아진 총담관에 2개의 플라스틱 스텐트를 삽입하는 조치를 취했다.

내시경 역행성 담췌장 조영술(ERCP) 및 내시경적 역행 담도 배액술(ERBD) 시행 당시, 망인의 총담관 중위부가 좁아져 있음이 확인됐으나 조영제가 누출되지는 않았고 간 내 담관은 경미하게 팽창돼 있으며 유두부는 거의 정상인 상태였다. 

B씨는 이 사건 수술 이후 수술 부위의 쑤심 통증 외에는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아 8월 10일 A병원에서 퇴원했다.

그해 11월 4일 B씨는 A병원에 내원해 내시경 역행 담췌관 조영술(ERCP)을 받았고 총담관에 삽입된 스텐트를 제거받았다.

하지만 11월 10일 B씨는 발열, 오한 및 복통 증상을 보여 A병원 소화기내과에 내원했는데, 병원 의료진은 B씨의 혈액검사 결과 및 치료 경위 등에 비춰 B씨에게 담관염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추정적으로 진단하고, B씨에게 경구 항생제를 처방했다.

11월 13일 오후 5시경 B씨는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돼 A병원으로 후송돼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B씨는 결국 11월 14일 오전 7시 36분경 사망했다.

B씨의 유족들은 A병원 의료진이 수술 과정에서 칼로 삼각 부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B씨의 총담관을 결찰시켜 총담관이 협착됨으로써 담도의 정상적인 해부학적 구조에 변화가 발생했고, 이것이 B씨의 사망 원인이 된 간농양을 유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에 따르면 A병원 의료진은 칼로 삼각 부위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원고의 주장과 달리, A병원 의료진은 수술 당시 담낭 주변의 지방과 장간막을 벗겨내고, 칼로 삼각 부위를 노출시켜 확인한 뒤, 담관 동맥과 담낭관을 각각 결찰 및 박리했다.

진료기록감정촉탁에 따라 진료기록감정을 실시한 감정의는 "당시 A병원 의료진의 처치는 적절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의료진은 B씨의 총담관 기능에 문제가 발생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수술 다음 날 내시경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ERCP)을 시행해 총담관이 좁아진 것을 확인하자 내시경적 역행 담도 배액술(ERBD)을 시행해 좁아진 총담관에 스텐트를 삽입해 총담관을 넓혀 담즙이 원활히 배액되도록 했는데, 이 역시 적절한 조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간농양은 감염 경로를 모르는 경우가 상당수이고, 담도계 질병, 위장관 감염 등의 혈행성 전파, 면역력 저하, 기타 외상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바, 그 원인이 다양하다"며 "B씨가 만성 담낭염이 있었고, 면역력 저하나 다른 기관의 감염으로 인한 혈행성 전파로 인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망인에게 간농양이 발생한 원인으로 피고병원 의료진의 총담관 결찰로 인한 담도의 해부학적 구조 이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 외에도 원고 측은 의료진이 총담관이 좁아져 있음에도 이를 방치했고, 간농양 증상이 나타났음에도 이를 간과했다며 A병원 의료진의 과실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같은 원고 측의 주장에 대해 "의료진 스스로 환자의 상황 기타 이에 터잡은 전문적 지식 및 경험에 따라 결정한 것으로, 의료진의 재량 범위 내에 속하는 것이므로 이를 두고 과실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재판부는 "A병원 의료진이 수술 중 B씨의 총담관을 결찰한 잘못을 범하기는 했으나, 망인의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가 위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라는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결국 피고가 채무불이행책임 내지 사용자책임을 부담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판결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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