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2.25 05:35최종 업데이트 19.03.01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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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 역학적 개연성 70~80%로 이뤄진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7명의 유죄 판단과 법정구속

한달만에 성급히 작성된 역학조사 결과보고서→국과수 부검·경찰조사·검찰 기소에 그대로 인용

시트로박터균 감염에 따른 패혈증 사망 인과관계 정확하지 않아…사망원인 제대로 조사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원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스스로 세포배양 검사를 하지만, 이번 사건은 약물 사고 등이 의심되고 특수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질병관리본부에 의뢰해 세균배양 검사를 의뢰했다. (만약 질본의 역학조사결과가 현재와 다르게 나온다면)국과수도 결과를 재해석할 여지가 있다.”(국립과학수사연구원 증인신문 중)

"역학조사결과 보고서는 주사제 준비 과정 중에 일어났을 것이다. 완벽한 인과관계는 특정할 수 없다. 주사제와 신생아 사망 간 역학적 개연성을 퍼센트로 이야기하면 70~80% 정도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역학조사 결과보고서를 쓰려면 6개월에서 1년이 소요되는데, 시급성이 요구돼서 좀 빠르게 진행했다.”(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 증인신문 중)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과 관련해 22일 피고인 7명인 의료진 전원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경찰과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보고서와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보고서를 그대로 인용해 주사제 분주행위로 생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에 따른 패혈증 사망으로 결론을 내렸다. 특히 질본이 성급하게 결론을 내렸던 역학조사 결과보고서가 국과수 부검보고서에 그대로 인용돼 사망 원인 판단이 이뤄졌다.

하지만 사망 원인 판단의 근거가 된 질본 역학조사 결과보고서에 제시된 사망원인에 대한 역학적 개연성은 70~80%에 불과했다. 이를 의료진 7명에게 유죄로 인정한 근거가 되고 이 중 3명(조모교수, 박모교수, 수간호사)은 14일~2달까지 법정구속됐다. 

국과수·질본 조사부터 잘못…사망원인 제대로 분석해야 

조모 교수와 전공의 변호인은 법무법인 천고 이성희 변호사는 “국과수 부검보고서와 질본 역학조사를 처음부터 거부했다. 이 조사는 정확하지 않았다.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보다 과학적인 조사가 필요한 사건이었다. 여론에 의해 피상적으로 조사하는 것은 문제라고 봤다”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스모프리피드 분주 행위에 따른 시트로박터균에 감염됐고 이에 따른 패혈증이라고 사망 원인을 단정하기 어려웠다. 그 이전에 아이들이 패혈증 증상이 나타났고 오염과 감염에 다른 인과관계가 명확히 확립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형사소송에서는 어떤 부분이 잘못했는지 명확히 알려주고 이를 처벌해야 한다. 보통 역학조사는 1년 이상이 걸린다고 하는데 이번 사건만큼은 단 한달이 걸렸다. 짜맞추기식 수사와 처벌이나 다름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전공의는 교육을 받는 가장 힘든 시기에 전공의에게 모든 책임을 지게 했다. 소아청소년과에 전공의들이 지원하지 않는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한다”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향후 검찰이 항소를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냉정하게 이 불행한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지를 논의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했다. 

간호사들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지우 장성환 변호사는 “의사와 간호사를 떠나서 모든 사람에 대한 형사책임을 물으려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해야 한다. 이런 원칙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분명히 있는 만큼 이번 판결이 나온 것”이라고 했다.  

분주 행위는 주의의무 위반…소용량 처방하고 감염위험 최소화해야 

이번 판결에서 분주행위를 막을 수 있었다는 주의의무 위반은 분명히 인정됐다. 신생아들에게 스모프리피드(지질영양제)를 처방할 때 500ml의 대용량 한 병으로 분주하는 것이 아니라 소용량 처방을 통해 감염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재판부는 “스모프리피드 한 병에서 여러 개의 주사기로 스모프리피드를 분주하는 경우는 감염의 위험성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스모프리피드를 나누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피고인들이 분주를 해야할 부득이한 사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분주와 관련해)보험 관련 사유가 있다면 과거에는 스모프리피드와 같은 지질영양제를 일주일에 두병까지만 인정하기로 했지만 이런 제한은 1994년 4월에 없어졌다. 2010년 스모프리피드를 투약할 때 마다 1회 1병 처방으로 변경됐다. 보험청구 문제는 주사제를 나눠서 사용한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500ml의 스모프리피드의 사용할 관행은 회피할수 있는 문제이고 부득이하지 않다. 스모프리피드를 분주해서 사용할 이유가 없음에도 이를 분주해서 사용함으로써 감염 위험을 높인 것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이를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감염방지를 위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스모프리피드 한 병을 제공해서 환아에게 추가조작으로 인한 감염 위험성이 늘어났다. 분주 과정에서의 오염의 위험성을 고려하면 신선한 무균 영역을 확보하고 손위생을 적절히 수행하고 수액세트 연결부위를 멸균 장갑을 착용하고 조작해야 한다. 오염원과 접촉하는 것을 방지하고 조작단계를 최소화해야 한다. 분주 즉시 간호사가 직접 투약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성희 변호사는 “재판부가 주의의무 소홀에 대한 과실을 인정했다. 이 부분은 아이들의 약한 면역력을 고려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질영양제를 처방할 때 분주 행위가 필요하지 않도록 소용량의 제품을 써야 하고 이물질이 투여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수액줄, 쓰리웨이 등은 감염 위험이 적은 고가 제품을 쓰더라도 비용을 인정해야 한다”라고 했다. 

장성환 변호사는 "감염원인은 그 경로가 다양하고 명확하지 않아 의료진의 과실이 아닌 경우도 많다. 누군가를 처벌해야만 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감염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계, 의료 특수성에 따른 형사적 책임은 배제해야  

대한의사협회는 불가항력적인 일이 벌어지는 의료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고 의료진에게 형사적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의협은 “사고 이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형사처벌의 두려움에 신생아과 지원 자체를 꺼리고 있다"라며 "중환자실 경력 간호사들의 사직과 이직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공백은 갓 대학을 졸업한 숙련되지 않은 간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고 했다. 

의협 박종혁 대변인은 “의학적 판단에 따른 진료과정에서 업무상과실로 인한 의료분쟁이 발생하면 의료인에 관한 형사처벌을 면제해야 한다. 이를 위한 의료분쟁특례법을 제정해야 한다. 의료인들에게 의료분쟁으로 인한 피해의 신속한 구제를 촉진하고 안정적 진료환경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 발생 당시 전공의 문제로 대응해왔던 대한전공의협의회 안치현 전 회장(전공의노조 위원장)은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나온 의료진 무죄는 당연하다"라며 "국민들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죽었는데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초기 경찰조사나 검찰  기소 내용 자체가 확립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안 전 회장은 “검찰이 항소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의료진을 범법자로 몰아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며 "앞으로 재판과정에서도 의사들의 책임 회피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라고 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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