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KAIST)는 생명과학과 김대수 교수 연구팀이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억제하는 물질을 성분으로 포함해 근긴장이상증을 효율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근긴장이상증은 의지와 무관하게 근육의 긴장이 증가해 통증과 함께 몸의 일부 또는 전신이 뒤틀리는 세계 3대 운동 질환 중 하나로,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사회에서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근긴장이상증 환자는 지난 2010년 2만 8 138여명에서 2017년 3만 5238명으로 약 25% 증가했다. 미국은 25만명이 해당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진단 측면에서 전문의의 소견이 없다면 근긴장이상증은 스트레스성 질환, 목디스크, 관절염, 뇌성마비, 혹은 뇌졸중으로 오진되는 사례가 적지 않으며, 현재 발병 원인이 밝혀져 있지 않고 효과적인 치료약물이 없는 상황이다.
유일한 치료 방법으로는 보톡스 주사 혹은 수술로 해당 근육을 긴장시키는 신경 신호를 차단하거나 뇌를 전기로 자극하는 뇌 심부 전기자극 수술(DBS)을 받는 것이다.
KAIST 김대수 교수 연구팀은 근긴장이상증 환자들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증상이 심해지는 것에 주목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전신에서 근긴장이상증을 나타내는 동물모델을 활용해 어떻게 스트레스가 근긴장이상증을 유발하는지를 연구했다.
연구 결과 스트레스를 받으면 세로토닌 신경의 활성이 증가해 세로토닌 분비가 늘어나며 늘어난 세로토닌은 5HT2A라는 세로토닌 수용체에 작용해 근육을 긴장시킴을 밝혔다.
연구팀은 세로토닌 신경을 차단하거나 5HT2A 수용체를 억제하면 근긴장이상증을 치료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5HT2A 수용체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약물(MDL100907)을 개발해 근긴장이상증 치료에 기반을 마련했다.
해당 약물(MDL100907·볼리난세린)은 수면장애 치료제, 조현병 치료제 등 다른 용도로 임상 3상까지 검증된 약물로서 독성문제가 없이 빠른 시간 내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사료된다.
김대수 교수가 주도하고 김정은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논문명 Cerebellar 5HT-2A receptor mediates stress-induced onset of dystonia)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저널 3월 4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김대수 교수는 "기존 치료법으로 알려진 보톡스 주사의 경우는 국소적인 근긴장이상에 적용할 수 있어 부위가 넓을 때 적용이 어려우며 내성이 생기면 투여량을 증가시켜야 한다"면서 "또 다른 치료법인 뇌 심부 전기자극 수술(DBS)은 일부 환자들에게만 적용 가능하며 뇌수술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술 없는 약물치료가 가능하다면 환자들의 증상 관리와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근긴장이상증 치료제가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기를 바란다"면서 "긴장이상증뿐 아니라 근육 통증 등 스트레스에 의해 유발되는 다양한 운동 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KAIST는 이번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설립된 신약 개발 회사인 뉴로토브(CEO 김대수)를 통해 근긴장이상증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연구를 준비 중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초 융합 AI 원천기술개발 인프라, KAIST G-core 연구사업 및 글로벌특이점 과제의 지원을 통해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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