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환자들을 신속하게 진료해야 할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동네의원 정도로 생각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과거 1339와 같이 누군가 환자를 분류해 주는 체계(트리아제)가 없다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우리나라 응급의료 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만족도를 평가하기 위해 지난해 여론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만 20~80세 성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설문조사 결과 전반적인 응급의료 서비스에 대한 신뢰율은 52.3%로, 전년 대비 5%p 증가했다.
구급차 서비스 신뢰율은 60.6%로 이 역시 전년 대비 5.5%p 상승했다. 응급실 서비스에 대한 신뢰율 역시 38.5%로 전년보다 6.6%p 높았다.
최근 5년간 신뢰율 변화 추이를 보면 응급실 서비스는 2012년 26.1%에서 12.4%p 상승했으며, 전반적 응급의료 서비스도 2012년에 비해 14.6%p 증가했다.
응급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때 느끼는 가장 큰 불만사항으로는 응급실에서 의사 면담 및 입원/수술까지 긴 대기시간이 41.2%, 응급실의 높은 의료비 수준이 22%, 야간이나 휴일 적절한 응급진료의 어려움이 21.8% 순이었다.
응급실 서비스에 대한 종합 만족지수는 59.5점, 만족률은 46.6%로 나타났다.
세부항목 조사에서 의료인의 친절도는 만족률이 59.5%(전년 대비 2.4p% 증가)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적절한 응급진료 및 처치가 59.3%(전년 대비 4.8%p 증가)로 뒤를 이었다.
응급실 이용행태를 보면 최근 1년 안에 응급실 서비스를 이용한 1297명 중 66.7%는 응급실 진료 후 귀가했고, 33.3%는 수술 또는 입원을 했다고 응답했다.
중증응급환자 중심의 권역응급의료센터에 내원한 56.2%는 약국이나 집에서 치료할 수 없는 응급상황이 발생해 이용했다고 응답했고, 40%는 주말, 휴일, 야간 시간대 등 이용 가능한 다른 기관이 없어 이용했다고 대답했다. 이는 경증환자들이 여전히 권역응급의료센터로 몰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산대병원 조석구 교수는 "환자의 증상에 따라 어느 병원으로 가야할 지를 정해주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1339가 폐지되면서 이런 흐름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이 와해된 상태"라면서 "트리아제를 복원해야 경증환자들이 권역응급의료센터로 몰리는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증환자들이 권역응급의료센터로 몰리면서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있지만 이런 상황을 개선하지 않은 채 정부는 아수라장같은 상황에서도 응급 의료진에게 친절하게 진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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