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9.05 14:04최종 업데이트 19.09.0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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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진료거부권 인정해야…시설·인력 부족하고 예약환자 밀려 있고 적절한 진료하기 어려울 가능성"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국내외 사례 참고해 의사의 진료거부 유형 12개 선별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5일 '진료거부금지 의무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의료법 제15조 제1항에 따라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의사가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환자를 진료할 것인지 진료하지 않을 것인지 여부는 전문적 직업윤리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사항이다"며 "현재와 같이 명확한 기준 없이 진료를 강제하는 것은 의료인의 직업행사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신속하게 진료를 받아야 하는 다른 환자의 건강까지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연구소는 "우리나라에서 진료거부의 문제는 대부분 병원의 퇴원 조치에 대해 환자가 불만을 제기할 때 발생한다"며 "이에 법원은 의사와 환자 측의 사정, 기타 정황을 종합하여 진료거부금지 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일본은 의사법에서 진료거부금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어 선언적 규정으로서 기능하고 있을 뿐이다"며 "미국 및 유럽에서는 의사의 환자선택권을 인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환자가 폭력을 행사하거나 마약 처방 등 부적절한 치료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진료를 거부할 수 있으며, 환자와 의사의 신뢰관계가 단절된 경우에도 의사의 판단에 따라 진료를 거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거부 및 인종・성별・종교・성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적 진료거부는 허용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국내외 사례를 참고하여 의사가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12개 유형을 선별했다.

연구소는 "다음 유형은 의료현실의 변화에 따라 변경될 수 있는 것이며, 새로운 유형을 편입시킬 수 있는 유연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의료인이 진료를 거부할 때에는 그 사유를 환자에게 설명해야 한다. 또 필요에 따라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타 의료기관으로 전원을 권유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의사의 진료거부 유형 12개

① 의사가 부재중이거나 질환 등으로 인해 진료할 수 없는 경우
② 병상・의료인력・의약품・치료재료 등 시설 또는 인력이 부족하여 새로운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경우
③ 외래진료의 경우 예약환자의 진료 일정 등으로 인해 당일 방문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경우
④ 해당 진료가 의료인의 전문영역과 다르거나 전문지식, 경험이 부족하여 다른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판단하는 경우
⑤ 다른 의료인이 환자에게 이미 시행한 치료(투약, 시술, 수술 등) 내용을 알 수 없어 적절한 진료를 하기 어려운 경우
⑥ 환자가 적극적으로 마약류 의약품을 요구하는 것 등과 같이 부적절한 치료 방법을 요구하는 경우
⑦ 입원치료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의학적 판단에 따라 퇴원을 지시하는 경우
⑧ 환자가 의사의 치료방침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⑨ 의사의 양심에 따라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의 이행을 거부하는 경우
⑩ 의사가 양심에 따라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거부하는 경우
⑪ 환자가 의료인 또는 동료에게 모욕・명예훼손・폭행・업무방해 등의 행위를 하는 경우
⑫ 환자가 의료기관을 점거하거나 기물을 훼손하는 경우

이번 보고서의 연구책임자인 이얼 책임연구원은 "선진적 의료계약 문화의 정착을 위해서는 의료법의 진료거부금지 조항과 이에 대한 처벌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환자와 의사의 신뢰관계가 훼손될 경우 의사의 판단 하에 진료를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의료전문가 단체는 진료거부가 가능한 경우와 불가능한 경우를 우리나라 의료현실에 맞게 구체화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윤리지침에 반영함으로써 회원의 권리와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다연 기자 (dyjeong@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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