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날, 보러와요' 한장면
#1
대낮 도심 한복판.
강수아는 이유도 모른 채 정신병원에 강제이송돼 감금된다.
강제 약물 투여와 무자비한 폭력 속에 시달리던 수아는 이 곳에서의 끔직한 일들을 세세하게 기록하기 시작한다.
합법적 감금.
영화 '날, 보러와요'는 이렇게 시작한다.
#2
입원동의서 또는 보호의무자 확인 없이 총 33명을 불법으로 입원시킨 00정신과의원 원장 검찰 고발(2016년 3월 31일 국가인권위원회)
정신보건법은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에 따라 강제입원(보호입원)이 가능하다.
정신보건법
제24조(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① 정신의료기관의 장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가 있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해 정신질환자를 입원 시킬 수 있다.
입원을 할 때에는 보호의무자로부터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입원 등의 동의서 및 보호의무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받아야 한다.
②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정신질환자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때에는 제1항에 따른 입원 동의서에 해당 정신질환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정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판단한다는 의견을 기재한 입원 권고서를 첨부해야 한다.
1. 환자가 입원 치료 또는 요양을 받을 만한 정도 또는 성질의 정신질환에 걸려 있는 경우
2. 환자 자신의 건강 또는 안전이나 타인의 안전을 위해 입원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
정신질환자는 정신병(기질적 정신병 포함)·인격장애·알코올 및 약물중독 기타 비정신병적 정신장애를 가진 자를 의미한다.
#3
박모 씨는 2013년 11월경 정신보건법 제24조에 따라 자녀 2인의 동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입원 진단에 따라 모 정신의료기관에 강제입원됐다.
박씨는 자신이 정신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을 정도의 정신질환에 걸려 있지 않은데 보호의무자의 동의로 강제 입원됐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인신보호법에 따른 구제청구를 했다.
또 박씨는 2014년 2월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여부를 오로지 보호의무자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 1인의 판단에 맡기고 있는 정신보건법은 신체의 자유,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한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박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법재판소는 14일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 등에 대한 위헌제청사건에 대해 공개변론을 열었다.
박씨는 "보호의무자와 정신질환자 사이에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도 있는데 본인의 의사 확인 없이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로 입원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박씨는 "정신병원의 입원환자 수는 의료기관의 수익으로 직결되는데도 해당 정신병원의 원장이나 의사가 입원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것은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건복지부 대리인으로 나온 서규형(정부법무공단) 변호사는 "해당 법률 조항은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침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이 없으면 보호입원 시킬 수 없도록 해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적시치료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의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판단을 하도록 한 것은 오히려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려는 목적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서 변호사는 "보호의무자와 정신질환자 사이에 이익충돌의 우려가 있어 보호입원이 오‧남용될 수 있는 위험이 있지만 이는 감금죄와 같은 형사상 책임을 지우는 것으로 방지해야 하고, 보호입원제도 자체를 부정해선 안된다"고 주문했다.
이어 그는 "정신질환자 본인이나 보호의무자가 퇴원신청을 하면 정신병원은 정신과 전문의가 정신질환자의 위험성을 고지하지 않는 이상 환자를 즉시 퇴원시켜야 하는 등 환자의 권리구제절차도 충분히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위헌제청 신청자 측은 공개변론에서 정신병원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쏟아냈다.
"언론에 나오는 강제입원은 빙산의 일각이다. 가족의 동의를 받았다는 미명 아래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원에 보내고 있다."
"정신병원에 있는 사람들 거의 나올 수가 없다. 70% 이상 증상 없이도 병원에 있다."
"정신병원은 사람을 가지고 장사하는 분위기다. 의사의 양심에 맡기고 있다. 병원마다 진단이 다 다르다."
"환자가 입원해야 의사 월급이 들어온다. 이해가 얽혀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3의 판단기관이 필요하다."
"강제입원한 후 의사 대면조차 못했다고 한다."
복지부 참고인 자격으로 나온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 강지언(제주 연강병원 원장) 수석부회장도 이런 오해를 해소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는 "정신과 의사들이 병원 수입을 더 올리기 위해 전문가의 양심을 버리면서 강제입원 시킨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병원을 유지하기 위해 그렇게 하라고 해도 따르지 않는 게 의사"라고 환기시켰다.
강 부회장은 "아무런 정신적 문제가 없는 사람을 환자로 진단해서 입원하는 게 가능하냐"고 되묻고 "그런 일이 있으면 처벌하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정신병원에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입원하는 상당수 환자들은 소위 조현병, 양극성 정동장애, 조형정동장애 등 중증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가장 특징적인 문제점은 환자가 스스로 질환에 대해 인식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환자 개인에게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인정하면 오히려 초기에 완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정신질환을 악화시키게 돼 환자 본인에게 더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응급입원이나 비자의적인 입원 상당수는 이유 없이 폭력을 행사하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는 환자들"이라면서 "이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자는 평소 사랑하던 가족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외국은 보호자에 의한 비자의적 입원을 사전에 보완할 수 있는 국가적인 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그 역할을 대신하는 보호자와 정신과 전문의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강 부회장은 저수가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의료기관 입원치료 비용이 워낙 낮기 때문에 정부가 강하게 탈시설화 정책을 펴지 않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환자 인권보호 차원에서 탈시설하는 건 좋은데 그러려면 지역사회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며 "미국이 탈시설화 정책을 추진한 결과 정신질환자의 90%가 교도소에 있다는 보도도 있다"며 현실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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