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센싱 상대 반드시 글로벌 회사인 것 아니다…자산을 가장 잘 개발할 회사 고르는 것이 중요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대부분 바이오 스타트업이 기술력만 믿고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바이오는 상당히 긴 호흡으로 가야합니다. 긴 호흡으로 간다는 것은 파이낸싱이 잘 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이오 스타트업은 기술을 오랫동안 끌고갈 수 있도록 연구 환경과 기반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을 잘 도와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밴처 캐피탈(VC)입니다."
국내 대기업 벤처캐피탈(VC) 수석심사역 김기영 투자총괄은 21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미래의학연구재단 BCC(Bio-venture Competition & Congress) 2020에서 '제 2의 전성기 맞은 바이오 벤처, VC의 역할은?'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 투자총괄은 "전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상위 10대 기업을 보면 그 중 7개 회사가 VC의 투자를 받았다. 그만큼 VC 자본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면서 "특히 바이오 투자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VC의 본질과 상당히 잘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바이오 VC 투자 현황을 보면 작년 한해에만 인터베스트는 13개 스타트업에 945억원을 투자했고,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는 15개 스타트업에 770억원, 한국투자파트너스는 19개 스타트업에 572억원, 데일리 파트너스는 18개 스타트업에 486억원을 투자했다.
김 투자총괄은 바이오 산업에서 VC 역할로 크게 3가지를 꼽았다. 그는 "미국이나 선진 국가에서는 기술 창업자와 경영 전문가가 명확하게 나눠져 있는데 VC는 경영 전문가를 잘 찾아 매칭해주는 역할을 한다"면서 "투자자의 역할도 당연히 있다. 기본적으로 스타트업은 상당히 긴 호흡을 필요로 한다. 오랜기간 스타트업이 버티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자본과 캐피탈이 적재적소에 투입돼야 하는데 이것도 VC의 역할이다"고 말했다.
또한 "VC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글로벌 진출을 돕는 부분이다. 국내에 한정돼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글로벌하게 스케일업하는 연구가 많이 나올 수 있으나 기술 창업자들이 이를 다 챙기기는 어렵다. 이를 서포트해줄 수 있는 플레이어 중 하나가 VC다"면서 "VC로부터 투자 받을 때 단순히 얼마를 받는지 금액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 진출할 때 링커, 커넥트 역할을 할 수 있는지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미약품 이영미 수석상무이사는 '글로벌 신약개발에서 바이오벤처의 역할과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며 바이오텍의 성장 경로와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했다.
첫 번째는 멀티플 라이센싱(Multiple licensing)을 통한 성장이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갈라파고스(Galapagos)와 모포시스(MorphoSys)가 있다. 갈라파고스는 로슈(Roche), 애브비(AbbVie), 길리어드(Gilead) 등과 지속해서 파트너십을 가지며 성장했고, 길리어드에 인수합병(M&A) 됐다. 모포시스는 노바티스(Novartis), 바이엘(Bayer), 로슈, 화이자(Pfizer), GSK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기술을 개발해 회사를 성장시켜왔다.
두 번째는 M&A다. 이 수석상무이사는 "M&A 경로를 보면 처음에는 하나의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왔다가 나중에 회사의 전체 파이프라인을 사는 경우가 많다"면서 "좋은 예로 록소 온콜로지(Roxo Oncology)가 있다. 암종에 관계없이 바이오마커를 개발해 표적치료를 하겠다는 전략이 있었고, 여기에 따라 TRK 억제제를 잘 개발해 성공함에 따라 릴리(Eli Lilly)가 지난해 10조원 가량을 주고 인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버텍스(Vertex), 재즈 파마슈티컬(Jazz Pharmaceuticals)처럼 스페셜티를 가지는 것이다. 버텍스는 바이러스 감염, 염증, 자가면역 분야에 스페셜티가 있고, 재즈는 CNS 영역에서 여러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잘 성장한 회사 중 하나다.
이 수석상무이사는 "결국은 아카데미아에서 바이오텍으로 가는 길에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페셜티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에 어느 정도 쌓아올려지면 멀티플 라이센싱을 통해 파이프라인을 만들어가고 사이언스를 강화시키며 그 이후 가장 적절한 제약사와 인수합병을 하거나 스스로 크는 방법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라이센싱을 할 때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과 잘 맞는 상대사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가진 자산을 가장 잘 개발할 회사가 반드시 글로벌 회사인 것은 아니다"라며 "글로벌 회사뿐 아니라 스페셜티 파마들에서도 잘 골라보면 잘 개발할 수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또 시장이 변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적응증이나 시장 창출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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