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동독과 서독이 통일 이전 보건의료 교류를 통해 건강 수준의 격차를 줄였듯이 우리나라도 지금부터 통일에 대비해 북한과 의학 학문 교류를 늘리고, 북한 의료인 면허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다차원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통일보건의료학회(이사장 연세의대 전우택 교수)는 10일 '새 정부에 바란다-보건의료 영역의 통일 준비'를 주제로 춘계학술대회를 열었다.
전우택 이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남북통일이 되는 바로 그날에도 아기가 태어나고, 응급 수술을 해야 한다"면서 "그만큼 보건의료 영역은 통일이 되면 바로 완벽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대의대 윤석준(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남북 보건의료 협력을 위한 법과 협정'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동서독 통일 과정을 교훈 삼아야 하며, 보건의료 분야의 지속적 교류가 남북한 통일의 끈을 놓지 않는 중요한 기반이라고 환기시켰다.
윤 교수에 따르면 서독과 동독은 1990년 통일하기 훨씬 이전인 1974년 4월 25일 '보건의료협정'을 맺었다.
이 협정은 동독 주민의 보건의료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서독의 재정 부담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고 있었다.
서독은 보건의료협정에 따라 동독지역 재정 지원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응급대책(휠체어, 앰블런스, 신장투석기, 인공신장치료센터 설립, 의약품 지원 등)에 2억 4800만 달러 ▲5년 중기대책(동독 병의원 및 노인, 장애인 복지시설 개보수, 응급식수 공급시설 투자 등)에 24억 달러 ▲10년 장기대책(붕괴된 동독 인프라를 서독 수준으로 재건)에 120억~134억 달러 등이 포함됐다.
독일의 이런 지원 프로그램 덕분에 통일 이후 서독과 동독의 건강 격차를 빠르게 좁힐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1991년부터 2007년까지 인구 10만명 당 심장질환 사망건수를 보면 통일 직후에는 구 동독지역이 서독지역에 비해 성별로 큰 격차를 보였지만 2007년 들어 그 격차가 줄어들었다"고 강조했다.
자살률 역시 1990년대 통일 직후 구 동독지역 주민들, 특히 남성에서 구 서독 주민들보다 높았지만 최근에는 그 격차가 크게 줄었다.
윤 교수는 "독일의 사례는 통일 이후에도 실질적인 수준의 건강 형평성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 "지속적 교류로 인해 통일후 전혀 이질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구 동독 재건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동독과 서독은 통일 전 인구가 3.7배, 경제 수준 격차가 약 4~5배였지만 남북한은 인구가 2배, 경제 수순이 약 20배 차이를 보이고 있어 동서독보다 더 어려운 경로가 예상된다"면서 북한지역 보건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국가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현재 보건의료분야 대북지원은 2010년 천안암사건 이후 대북제재 조치가 발표되면서 사실상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이 때문에 전염병 퇴치 대북지원 사업(신종플루, 말라리아 치료제 등)만 놓고 보더라도 2010년 1004만불, 2011년 387만불로 감소했고, 2012년부터 2016년까지는 지원이 전무했다.
윤석준 교수는 "보건의료와 같은 인도적 지원 분야의 지속적 교류는 남북한 통일의 끈을 놓지 않는 중요한 기반"이라면서 "동서독 통일 과정을 교훈 삼아 통일 이전에도 남북한 건강수준의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윤 교수는 "독일은 통일 후 구 동독 의료인의 면허를 그대로 인정했는데 이는 통일 이전 교류 협력을 통해 면허의 질적 수준을 확인했기 때문"이라면서 "우리도 최소한 학문 분야간 교류, 남북한 면허 인력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다차원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지속적인 교류 협력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동서독과 같이 남북 보건의료협정과 관련한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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