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3상 조건부 허가 신청이 잇따라 무산된 가운데, 임상3상을 재개한 종근당과 달리 녹십자는 품목허가를 위한 임상을 사실상 중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달 30일 GC녹십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코로나19 혈장분획치료제 '지코비딕주(항코비드19사람면역글로불린)'의 3상 조건부 허가를 신청했다.
식약처는 녹십자로부터 제출된 임상2상 결과 자료를 바탕으로 품목허가 심사절차에 착수했으며, 내부 심사와 함께 검증 자문 절차도 진행했다.
허가심사 절차 10일만에 '부적합' 판정이 나오면서 조건부허가 신청이 철회됐다. 지난 11일 3중 자문 절차 중 1차 자문에 해당하는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이 제출된 자료만으로 효능과 안전성을 모두 입증할 수 없다는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검증자문단은 "제출된 자료에는 치료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 증상 개선, 사망률, 산소치료일수, 입원일, 바이러스 음전 등 11개의 탐색적 유효성 평가지표를 사용해 평가했으나, 치료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1차 유효성 평가지표(주평가지표) 설정이나 통계학적 검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11개 지표를 토대로 시험군과 대조군을 비교시 전반적인 효과 차이도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사실상 치료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시험군에서 사망이 3건 발생했으나 환자의 기저질환, 코로나19의 중증도(중증 폐렴) 및 시험대상자수가 적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안전성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면서, 제출된 2상 임상 결과만으로 3상 조건부허가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냈다.
식약처는 이 같은 1차 자문 결과를 수용해 중앙약사심의위원회 등 추가 자문을 진행하지 않고 조건부허가 신청을 철회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코비딕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3상 임상시험까지 모두 완료한 후 일반적인 신약 허가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이번 식약처 결정과 관련해 녹십자는 "혈장치료제의 개발 의의는 신종 감염병 발발 시 ‘일차 방어선’으로 활용하는 공익적인 가치"라며 "자문단의 권고사항이 한시적 역할의 일몰을 의미한다면, 당사는 품목 허가를 위한 당면 과제에 급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지코비딕주의 상용화를 위한 임상3상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식약처 검증자문단의 해석에도 반기를 들었다. 식약처 검증 자문단에서는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하려면 추가적인 임상 결과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나, 회사 측은 코로나19라는 상황의 '긴급성'에 무게를 두고 해당 임상 결과만으로도 허가가 이뤄져 약물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녹십자 측은 "제출한 지코비딕의 임상2상 자료는 일반적인 의약품 개발 기준으로 볼 때 확증적 결과로 분류하기에 제한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입원 2일 이내 조기 투여군, D-dimer 비정상군 등 특정 환자군에서 지코비딕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의한 지표를 확보했다"면서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 가능성도 확인하는 등 팬데믹이라는 위급한 상황에서 유효한 접근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 시점에서 당사는 이 약물이 의료현장에서 더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보건 위급상황에서 제약기업으로서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향후 계획은 보건당국과 긴밀하게 논의해 투명하게 그 결과를 전하겠다"면서 "그간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을 위해 관심과 힘을 한데 모아주신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조건부허가 철회에 따라 녹십자는 사실상 품목허가 절차를 정상적으로 이어가기 보다는, 현재도 진행 중인 치료목적사용 승인에 더 힘을 실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글로벌 혈액제제 기업들이 공동개발 중인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임상3상이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는 만큼, 임상3상·조건부허가와는 무관하게 기존의 치료제, 대체치료제 등으로 치료가 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을 승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녹십자 혈장치료제는 총 43건의 치료목적사용이 승인돼 의료현장에서 마땅한 대안이 없는 환자들에게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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