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개최된 '의료개혁 민생토론회'에서 "의료사고 관련 소송이 의료진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소·고발은 피해자의 권리 구제를 위한 수단이지만 의료진의 필수의료 기피를 낳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피해는 국민과 환자에게 돌아가는 만큼 사법기관의 적정 수사를 당부했다.
법무부 "불필요한 소환 조사 없애고, 의료진 부담 줄이는 수사 절차 정비하겠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법무부에 의료진 즉시 수사를 자제해달라고 직접 요청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 의료 시스템의 문제 중 소아과 오픈런이 가장 심각하다. 소아과 기피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때문이다. 당시 많은 의료진이 수사기관에 불려가 조사를 받고 기소를 당했다. 이 때문에 아무리 보상체계를 강화한다고 해도 다른 분야로 넘어간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 분쟁의 경우 전문성이 필요한 사건이다. 충분한 준비 없이 의사를 불러 조사하고 압박하면 이들은 다 병원을 떠난다"며 "의료사고와 관련한 고소·고발이 들어온 경우 신중하길 바란다. 즉시 조사에 착수하는 건 결국 환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다"라고 전했다.
이에 법무부 권순정 검찰국장은 "수사 절차를 정비하고 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을 적극 활용하겠다"라며 "불필요한 소환 조사를 자제하고, 형 감면 규정을 적극 활용하겠다. 특례법 제정을 보건당국과 함께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권 검찰국장은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중재 절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며 "고소·고발장 자체로 범죄가 아닌 것이 명백한 경우 사건을 조기에 종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응급의료 분야에서는 의료사고로 인한 사망이나 사상이 발생했을 때 형을 감면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며 "그 규정을 적극 적용하겠다. 피해 구제를 두텁게 해 의료인이 의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특례법 제정을 함께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필수과 기피, 형사처벌 두려움 가장 큰 원인…의료사고처리 특례법 도입 필수
이날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위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약속했다. 의료인의 형사처벌 소송 부담 완화로 진료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조규홍 장관은 "환자 권리와 구제 강화를 위해 의료인의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조정 중재를 통해 공정한 감정 기회를 보장하겠다"며 "의료인의 부담 경감을 위해 의료사고처리 특례법도 제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의료진들도 특례법의 조속한 도입을 당부했다. 이와 함께 국가배상제도를 통한 의사 책임 경감과 의료분쟁조정위원회 재량권 강화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지역의료 완결성을 높이기 위한 보상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한성식 산부인과 전문의는 "의사들이 의료사고로 구속되거나 과도한 배상금을 물고 있다. 심지어 면허가 정지되는 동료를 직접 목격하고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안정적인 진료를 수행하기 어렵다"며 "형사처벌 특례법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최근 설문조사를 보면 산부인과를 선택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의료사고,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이었다"며 "안정적인 진료 환경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또 국가배상제도를 통한 의사 책임 경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특례법 도입 전 의료분쟁 조정·중재를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환자와 의사 간의 과도한 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해달라”고 했다.
충북대병원 배장환 심장내과 교수는 "과도한 업무와 의료보험 등 행정업무, 사법리스크 등으로 인해 신규 의사들이 심장내과 분야를 선호하지 않는다. 응급환자가 적어도 낮 근무가 많은 서울이나 경기권으로 옮겨간다"며 "현재 함께 근무하는 가장 젊은 의사가 48살이다. 그 이후 신규 의사 진입은 없다. 권역에 있는 의사는 늙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현재 사용되는 행위별수가제로는 지역의료나 응급의료의 완결성을 높일 수 없고, 유지할 수 없다"며 "24시간 대기하는 의료진과 직원, 시술의 응급성 혹은 난이도에 따른 수가 등 보상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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