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정책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시작면서 국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Fed가 금리를 향후 두어번 더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 예고하면서 향후 국내 금리인상 속도도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미 Fed는 4일(현지시간)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발표하고 현재 0.25~0.5%인 정책금리를 0.75~1.0% 수준으로 올린다고 밝혔다. 0.5%포인트 인상은 2000년 5월 이후 22년만의 최대 인상 폭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별도 회견에서 "향후 두어 번의 회의에서 0.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광범위한 인식이 위원회에 퍼져있다"고 전했다. 다만 한번에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에 대해 그는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파월 의장이 일각에서 제기한 자이언트 스텝에 선을 그으면서 시장은 우려를 덜어내는 분위기지만, 향후 빅스텝이 이어지고 남은 회의마다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예고되면서 각국 중앙은행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특히 이달 26일 금통위를 앞두고 있는 한은의 고민이 깊어졌다. 당초 시장에서는 한은이 지난달 0.25%포인트 금리인상에 나섰기 때문에 5월엔 숨고르기 관측이 우세했지만 최근 국내 고물가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연내 5% 물가 상승률 돌파는 물론 6%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빠르게 좁혀지고 있는 한미간 금리 차이도 부담이다. 이달 Fed가 빅스텝에 나서면서 미 금리는 0.75~1.0% 수준으로 현재 1.50%인 국내 금리와 0.5%포인트 차이가 발생한다. 이달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하고 내달 미 Fed가 0.5%포인트 추가인상에 나선다면 한미 금리는 1.5% 수준으로 동일해진다. 특히 5월 금통위 이후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다음 금통위가 7월14일에 개최되는데 미 FOMC는 6월14~15일에 열리기 때문에 하반기 한미간 금리역전 현상이 현실화될 수 있다. 금리 역전시 투자 자금 유출, 원화 가치 하락 등이 불가피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5월 금리결정의 최대 변수로 미 FOMC를 꼽았다. 이 총재는 지난달 출입기자단 상견례에서 "5월 금통위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 FOMC"라며 "0.5%포인트 인상을 얘기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거나 그 이상이 될 경우 자본유출 또는 환율의 움직임을 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빠른 인플레이션 추이에 주목하며 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외적인 물가상승세가 거세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면서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부담에 대한 고민은 물론 기업들의 부담을 낮춰주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에 나섰지만 원화 가치가 계속 떨어져 물가 제어에 큰 도움이 안되는 데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추가 금리인상 카드를 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 상당수도 지난달 금통위에서 향후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한 위원은 "대내외적으로 경기 하방위험과 물가 상방위험이 동시에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고민스럽기는 하지만,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성장 흐름이 기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통화정책 기조를 중립적인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함으로써 기대인플레이션을 안정화하고 금융불균형 누증위험을 제한하는 것이 중장기적 시계에서의 정책 목적에 부합하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은 "4월 금통위 회의록 내용이 예상보다 매파적이었고, 4월 물가상승률과 선제적 금리인상 의지를 고려하면 5월 회의에서도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수 있다"면서 "총재 취임과 임지원 금통위원 퇴임 등 변화가 있지만 데이터를 강조한 이 총재의 정책 방향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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