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세종=손선희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7년' 간의 공직 생활을 마치고 오는 9일 퇴임한다. 경제 관료로서 반평생 이상을 공직에 헌신해 온 그는 4일 퇴임 전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국가, 국민, 정부를 위해 봉사하고 일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자긍스럽고 깊게 감사드린다"고 사의를 표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3년 반의 시간은 '장거리 마라톤 경기' 같았다"면서도 "재임 중 경기침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위기, 코로나19 위기 등으로 매 순간 긴장감, 촘촘한 업무일정 등으로 사실상 '100m 단거리 경주' 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업무를 수행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2018년 12월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경제부총리로 임명된 홍 부총리는 총 3년 반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직무를 수행했다. 이는 1980년대 이후 역대 최장수 기록이다. 재임 기간 중 코로나19 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경제수장으로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116차례나 주재하는 등 총 365회의 장관급 회의체를 가동했다.
홍 부총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주미한국대사관 재경관으로 최일선 현장에서 업무를 담당했던 경험이 있다"면서 "부총리 재임기간 3년 반 중 약 2년 반이 '코로나 팬데믹 위기'였으며, 경제수장으로서 위기발생부터 수습까지 업무를 모두 수행했다"고 돌아봤다.
홍 부총리는 그간 추진해 온 빅(BIG)3 산업 육성, 한국판 뉴딜, 2050 탄소중립, 인구 태스크포스(TF) 등 주요 경제정책을 거론하면서 "당장 직면한 위기극복에 더해 한국경제의 미래를 대비하는 노력도 각별히 경주했다"고 자평했다. 아울러 방역 강화와 민생회복, 성장력 제고와 포용성 강화, 적극적 재정과 재정건전성 확보 등 자칫 그 방향이 상반될 수 있는 정책들을 '고차 연립방정식'에 비유하면서 "상충요소 및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정책 간 최대한의 균형점을 고려해 최적해를 찾으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다만 경제정책을 펼치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으로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꼽았다. 홍 부총리는 "위기극복을 포함한 경제운용 공과, 장관 정책결정 등에 대해 여러 언론 평가가 있었지만, 일정부분은 추후 역사가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사실상 재임 마지막 달이었던 지난 4월 물가상승률이 4.8%를 기록한 것과 관련해서는 "걱정이 크다"면서 "경기회복가 성장률 견지도 중요하지만 생활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더 우선순위에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요인보다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적용되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처럼 원유를 해외에서 100% 수입하는 나라는 (국제) 원유가격에 영향력이 너무 (크게) 미쳐서 물가안정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홍 부총리는 퇴임 후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당분한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공직기회를 갖고 봉사할 수 있었던 점, 끝까지 최선을 다해 해관(解官)할 수 있었던 점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그간 경제영역에서 평생 공직을 수행했던 만큼 퇴임 후에도 이 분야에서 한국겨제를 위해 역할하고 기여할 수 있는 바가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 영역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세종=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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