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심사 통한 중재로 필요한 검사∙처방 등 늘어...장기적으론 의료 질 향상 효과로 진료비 감소 기대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료계의 우려 속에 시작된 ‘주제별 분석심사 선도사업’ 결과, 대상 질환의 의료 질이 소폭 향상되고 진료비용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전문심사위원회에 참여한 의료계는 분석심사가 의료 질 향상을 통해 장기적으론 거시적 차원에서 진료비 감소 효과까지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7일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주제별 분석심사 사업 설명회’에서는 분석심사 사업의 성과가 공개됐다. 주제별 분석심사는 의료의 효율성과 질 향상을 위한 가치기반 심사로의 이행을 내걸고 지난 2019년 8월부터 시작됐다. 기존의 비용 일변도, 청구건 단위 심사에서 질과 비용을 함께 고려하며 의료기관 단위의 데이터를 결합해 심사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가져간 사업이다.
고혈압, 당뇨병,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슬관절치환술 등 5개 질환을 시작으로, 지난해 10월에는 만성신장병, 폐렴까지 확대됐다. 올 7월부터는 우울증, 견관절질환 수술에 대해서도 분석심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주제별 분석심사 시행 후 관련 임상지표 소폭 개선...필요한 검사∙처방 늘어
심평원 심사평가혁신실 박영희 실장은 이날 주제별 분석심사의 운영성과에 대해 발표했다. 박 실장이 분석 심사 전후를 비교한 결과, 의료의 질의 소폭 개선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질환 방문지속 환자 비율은 사업 시행 전인 2018년 42.3%에서 2021년 43.2%로, 슬관절 치환술의 경우 권고하는 예방적 항생제 투여율이 80%에서 81.6%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혈압 처방지속 환자비율(88.5%→88.7%), 당뇨병 당화혈색소 검사 시행률(50%→59.4%), 천식 ICS 처방 환자 비율(16.7%→33.3%), 만성폐쇄성폐질환 흡입기관지확장제 처방 환자 비율(77.8%→100%)도 모두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고혈압, 당뇨병,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응급실 이용률, 입원율은 적게는 0.02%에서 많게는 1% 가까이 줄었으며,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의 경우 2019년 4분기 대비 2021년 4분기에 각각 혈압조절률이 72.5%에서 73.1%, 당화혈색소 조절률이 27.9%에서 28.8%로 증가했다.
진료비 증가는 의료 질 향상 노력 영향..."진료비 무조건 옥죄려는 것 아냐"
분석심사 대상 질환의 진료비도 증가했다. 분석심사 전후 총진료비를 분석한 결과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분석심사 대상 만성질환의 총 진료비는 연 평균 증가율이 9.3%로 의과 의원 외래 총 진료비 연 평균 증가율(8.1%)을 상회했다. 다만, 슬관절치환술의 경우 총 진료비 연 평균 증가율이 5.5%로 의과 입원(5.9%)에 비해 낮았다.
분석심사 대상 환자당 진료비의 경우 전체 환자당 진료비보다 증가율이 낮거나 유사했는데,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의 경우 오히려 필수약제 처방 증가 등 질 향상으로 인해 비용이 크게 상승했다. 실제 의과 의원 외래의 환자당 평균 진료비 증가율은 14.2%였는데 천식은 44.8%, 만성폐쇄성폐질환은 17.9%의 증가율을 보였다.
분섬심사 결과, 2019년 4분기 대비 2021년 4분기에 질과 비용 측면에서 모두 우수한 의료기관의 비율이 늘었다. 질이 낮으면서 비용은 높은 기관의 비율도 만성폐쇄성폐질환에서 소폭 증가한 것을 제외하고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제별 분석심사에서는 의료기관을 4가지(질이 높고 적정 비용, 질이 높고 높은 비용, 질이 낮고 낮은 비용, 질이 낮고 높은 비용)로 분류하고 있다.
박 실장은 이 같은 사업 결과를 기반으로 분석심사가 진료비를 무조건적으로 옥죄기한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만성질환의 경우 검사율, 처방지속비율, 지속방문율 등을 높이면서 초기에 비용이 더 들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론 이를 통해 합병증에 따른 입원율, 응급실 방문율을 줄이면 거시적 진료비를 관리할 수 있다는 개념”이라고 했다.
이어 “기존 심사에서는 비용이 낮으면 어떻게 진료하든 관심이 없었지만 이제는 비용이 더 들더라도 의료 질을 높이고, 비용이 높은 곳이라 하더라도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면 인정해주는 방식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 실장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전문심사위원들도 만성질환과 슬관절치환술에서 근거기반의 자율적 진료를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질과 비용을 함께 관리하는 좋은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말했다.
의료 질 향상 고무적..."예방∙관리 위한 일차의료 지원과 지불체계 변화 필요"
당뇨병 부문 전문분과심의위원회(SRC)이덕철 위원장(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은 의료계의 참여∙의학적 타당성 중심∙환자중심∙질 향상 중심을 기치로 내건 분석심사를 통해 고무적인 결과를 냈다고 밝혔다.
실제 2019년 4분기와 2021년 4분기의 중위수를 기준으로 당뇨병 관리에 중요한 신장기능검사 시행률(53.4%→60%), 지질관련검사 시행률(58.8%→64.8%), 당화혈색소검사 시행률(74.1%→78.5%) 등이 증가했다.
이 위원장은 “당화혈색소검사 시행률의 경우 18년 4분기와 2021년 4분기 중위수를 비교하면 9.4%p나 상승했다”며 “특히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했다.
이어 “분석심사를 거쳐 서면이나 유선으로 중재한 기관은 총 61곳인데 의료 질이 향상된 기관은 절반 가량이었다”며 “나머지 기관들에 대해서 의료 질 향상을 위해 적극적인 중재와 홍보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의료 질이 향상되는 과정에서 단기적으론 의료비 상승이 뒤따르겠지만 장기적으로 의료비가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개원가에 대해선 질환의 예방∙관리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궁극적으론 가치기반 지불체계로의 변화가 필요하단 점도 강조했다.
그는 “가치기반 심사의 목표는 질환의 예방∙관리를 통해 국민건걍을 증진하고 의료비를 관리하는 것인데 이는 심사만으로는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행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 양적 의료가 질적 의료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 의료는 치료 부분에선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예방과 관리는 미흡한 점이 많다”며 “이를 담당하는 일차의료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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