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항암제의 신포괄수가제도 제외를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 모습이다. 제도 변경으로 인한 항암제 약값 폭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보건복지부가 기존 환자의 치료연속성을 보장하겠다고 밝혔지만 환자들은 개정 자체를 절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신포괄수가제는 입원기간 동안 발생한 입원료, 처치 등 진료에 필요한 기본적 서비스는 포괄수가로 묶고, 의사의 수술∙시술 등은 행위별 수가로 별도 보상하는 제도다. 2009년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한 이후, 현재 567개 질병군 입원환를 대상으로 98개 의료기관, 3만6007병상에 적용돼왔다.
문제는 지난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일선 참여병원들에 내년부터 변경될 신포괄수가제 내용을 안내하며 불거졌다.
신포괄수가의 지불정확성을 제고하기 위해 희귀 및 중증질환 등에 사용돼 남용 여지가 없는 ▲희귀의약품 ▲2군 항암제 및 기타약제 ▲사전승인약제 ▲초고가 약제 및 치료재료 ▲일부 선별급여 치료재료 등을 전액 비포괄 대상항목으로 결정한 것이다. 특히 전액비포괄 항목의 급여기준을 내년부터 행위별수가제와 동일하게 적용키로 하면서 해당 약제를 사용해오던 환자들의 본인부담금이 대폭 늘어나게 됐다.
이에 신포괄수가제를 통해 고액 항암제를 5~20% 수준의 비용만 지불하며 사용해왔던 환자들이 약값 폭탄을 우려하며 들고 일어섰다. 실제로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의 경우 현행 신포괄수가제에서는 본인부담금이 한 달 30만원가량이지만 제도 변경 후에는 600만원으로 20배가량 늘어나게 된다.
이 문제는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하며 정부에 보완책 마련을 주문한 것이다. 이후 복지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현재 신포괄수가제를 통해 2군 항암제 등 전액 비포괄 약제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은 제도가 변경되는 내년 이후에도 종전과 같은 본인부담 수준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불길은 좀처럼 잡히지 않는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신포괄수가제 개정 반대 청원글은 15일 기준 20만명이 넘는 동의를 받아 정부 답변 기준을 충족한 상황이다. 환자단체들도 단순히 기존 환자들의 혜택을 유지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포괄수가제 개정 자체를 철회하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15일 입장문을 통해 “(복지부의 해명은) 내년 1월1일부터 새로운 항암제 사용자에 대해서는 단 한 건도 신포괄수가제의 혜택을 볼 수 없다는 것을 기존환자 치료는 가능하다는 말로 포장한 것”이라며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치료중인 환자에게서 약을 뺏는 제도 개선에 찬성할 수 없겠지만 정부는 그렇게 하려했고 시끄러워지니 당장 발등의 불이나 끄자며 아랫돌 빼 윗돌 괴는 행태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급여의 급여화’를 외치던 정부가 이제는 반대로 환자를 버리겠다며 돈 없는 환자는 신약치료도 꿈도 꾸지 말라고 한다”며 “우리의 희망을 절망으로 바꾸는 신포괄수가제 개악에 반대한다”고 정부를 규탄했다.
담도암환우회를 비롯한 다수의 암환자단체들은 지난 12일 국회 앞에서 신포괄수가제 개정을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환우회 관계자는 “기존 암 환자들중 현재 1차 표준항암 치료를 받다가 내성이나 약 부적응 등의 이유로 내년에 면역항암제를 사용해야 하는 환자들도 있을텐데 그런 환자들은 혜택을 받을 수 없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건 암환우들의 생존권이다. 더 요구하는 게 아니라 제도를 유지해달라는 것”이라며 “암환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정부의 독단적 신포괄수가제 정책 변경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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