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발표에 의료계 내부 ‘분열’ 조짐…의협 “협의 안된 사항 일방적 발표, 강경책 고려할 수도”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그동안 신뢰를 많이 쌓아왔기 때문에 필수의료 확충을 위한 의대 정원 확대와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위해 의료계와 조속히 협의를 시작하겠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이 11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소아과, 산부인과 의사 감소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이와 같이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 내부에서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 사이에 일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의협은 복지부의 일방적인 발표에 분노를 표하며 그간 지속적으로 소통 창구를 열어 복지부와 협력해왔던 방식을 끝까지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 장관은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의 대책으로 ‘공공정책수가’와 ‘의료 인력 공급’ 두 축을 언급하면서 “필수 의료나 지방병원에 대해서는 전공의를 우선 배치하겠다. 소아심장 등 특수하고 전문적인 분야에 대해서는 의사 양성을 직접 지원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필수의료 대책과 더불어 진료과목 간,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이제 의료,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국민들이 관심이 많다”며 의대 증원 등을 위한 의료계와의 협의를 언급했다.
실제로 앞서 8일 복지부가 2023년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의대 정원 증원을 위해 조속히 의료계와 협의를 시작해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의료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규홍 장관이 직접 공공연히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자신하면서 의료계 내부에선 파문이 일고 있다.
사실 복지부는 지난해 연말 ‘필수의료 대책’을 발표때까지만 해도 의대 증원에 대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의대 증원 문제만큼은 “의료계와 코로나19 안정화 시점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뒤 ‘의정협의체’를 통해 논의를 재개한다는 방침”임을 명확히 했다.
다만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조규홍 장관이 더불어민주당의 연이은 의대 신설 등에 대한 요청에 대해 “적극 논의해 보도록 하겠다. 내부에서도 논의를 하고, ‘코로나 안정화’라고 하는 의미에 대해서도 (의협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러한 약속이 있은 뒤 수 개월 만에 조 장관이 대외적으로 의료계와의 '신뢰'를 운운하며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해 의료계와 조속한 협의를 이야기하면서 도대체 의료계 누구와 '신뢰'를 쌓은 것인지, 사실상 의협 내부에서 의정협의체 관련한 논의가 진척된 것은 아닌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해 파업을 감행했던 전공의들과 일부 강경한 대의원들로부터 의협 집행부 탄핵마저 거론하는 등 분위기가 험악해 지고 있다"라고 험난한 여정을 예고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보건복지부가 마음만 앞서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의협 김이연 홍보이사는 “보건복지부의 기대와 바람이라고 해석된다”며 “복지부와 의협이 의대 정원과 관련해 소통은 없었다. 일방적으로 복지부의 개인적인 소망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면서 오히려 의협과의 소통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홍보이사는 “그간 의협은 극단적인 투쟁과 파업 대신 복지부와 대화, 소통을 통해 협의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런 상황에서 복지부가 의협과 정밀한 소통을 통해 공감대를 만들고 함께 해나가야 할 문제를 일반적으로 추진하면서 의협의 입지를 좁게 만들고 있다"라며 "의협 집행부 입장에서도 회원들의 우려를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소통보다 투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면 의협도 강경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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