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지난해 10월, 159명이 숨진 이태원 압사사고에서 생존한 중환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당시 압사사고로 196명이 부상을 입었는데 이 중 31명은 중상으로 분류돼 병원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았다.
중앙대학교병원 김두환 재활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지난 24일 대한의학회지(JKMS)에 발표한 '이태원 압사사고 생존자 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압사사고 생존자 A씨(27세, 여)는 횡문근육해증이 심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횡문근융해증은 근육이 괴사되면서 세포 안에 있는 근육 성분이 혈액으로 방출되면서 나타나는 증후군이다. 근육 세포에서 나오는 크레아티닌 키나아제(Creatinine kinase)와 같은 근육 효소의 혈중 농도가 상승하고, 근육 통증이 있으며 소변에서는 근육세포에서 나오는 미오글로빈이 나오는 것이 특징적이다.
상태가 심각할 경우 급성 신손상, 전해질 불균형, 근육 효소가 심하게 상승해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A씨는 사건 당시 하반신 마비와 감각 이상으로 허리에서 하지까지의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내원했다.
당시 그는 좁고 경사진 골목길에서 인파로 인해 넘어져 1시간 30분 가량 깔려 있었고 응급실 방문 직후 의식이 불완전했으며 복부와 가슴, 허리를 포함한 몸통 전체에 압통이 관찰됐다.
혈액 검사 결과에서도 크레아틴 키나아제와 간 효소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한 상태였으며 자기공명영상(MRI)은 횡문근융해증을 시사하는 복부와 골반 근육의 다초점 신호 변화를 나타냈다.
컴퓨터 단층 촬영(CT) 결과에서 내부 장기 손상 증거는 없었으나 좌골신경통과 총비골신경병증 진단이 함께 내려졌다.
입원 후 몇 시간 내에 의식은 돌아왔고 양측 하지 전체의 통증과 저림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가바펜틴, 클로나제팜 및 후속 경구용 프레드니솔론이 투여됐다.
이후 추가 평가와 재활을 위해 A씨는 응급실 입원 후 10일만에 재활실로 옮겨졌다.
다행히 꾸준한 치료와 재활로 A씨는 현재 정상적으로 회복된 상태다. 양측 하지 기능이 떨어져 있어 맞춤형 발목-발 보조기를 적용해 종합적인 재활 치료가 이뤄졌다.
A씨의 크레아틴 키나아제, 아스파르테이트 트랜스아미나제, 알라닌 전이효소 수치는 외상 후 3주 후 정상화됐다. 또한 부상 후 4개월 후엔 근육과 근력 역시 현저하게 회복됐다.
횡문근융해증과 다발성 말초신경병증 사례는 신경학적 결손으로 인해 불완전한 회복으로 남 경우가 많다. 그러나 A씨의 경우 압박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지 않고 나이가 어리다는 점에서 비교적 좋은 예후를 보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연구팀은 "압사 시간이 1시간 가량으로 비교적 짧았지만 압력이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보통 압박성 신경병증이 발생하기 위해선 7시간 이상의 압력이 필요하다. 압박성 신경병증은 압박의 지속시간과 압력의 크기 모두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팀은 "A씨의 증상은 환자의 압사 자세와 연관된다. 사건 당시 A씨는 다른 사람들에게 밀려 넘어졌고 결과적으로 엎드린 자세로 멈춰있었다"며 "이 경우 압력이 왼쪽 엉덩이와 오른쪽 측면 무릎에 집중되면서 왼쪽 좌골 신경과 오른쪽 총비골 신경의 압박 신경병증이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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