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11.27 08:08최종 업데이트 21.11.27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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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중환자진료’ 민낯 드러나...인력∙병실구조 등 총체적 문제

중환자의학회 서지영 차기 회장 “정부와 언론, 그간 중환자진료에 무관심...위드 코로나에서 한계 고스란히"

대한중환자의학회 서지영 차기 회장. 사진=삼성서울병원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인력, 병실 구조, 환자이송 등 그동안 우리나라 중환자 진료체계가 갖고 있던 문제점들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모두 드러나고 있다.”

대한중환자의학회 차기 회장인 서지영 교수(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는 26일 메디게이트뉴스와 통화에서 팬데믹 이전까지 정부와 언론이 중환자진료 분야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다고 지적했다. 

해외에 비해 열악한 중환자진료 인프라를 확충해 미리 대비했다면 지금과 같은 중환자 병상 대란과 입원 대기 중 사망 사례들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연일 폭증하고 있는 코로나19 위중증환자로 인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 마련된 코로나 환자 중환자 병상은 이미 과부하 상태다. 정부는 확진자가 늘어날 때마다 여러 차례 행정명령을 통해 중환자 병상을 늘려왔지만 더 이상은 추가 확보도 어려운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25일 오후 5시 기준 전국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은 1135개 중 826개가 차있어 가동률이 72.8%이며, 특히 수도권의 경우 84.5%에 달해 사실상 꽉 찬 수준이다.

위드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체계가 대폭 완화된데다 초기에 백신 접종을 받은 고령층을 중심으로 돌파감염이 늘어나면서 11월 들어 코로나19 확진자는 크게 치솟았다. 11월 일 평균 확진자는 2414명으로 10월(1702명) 대비 1.4배 증가했다. 특히 이 중 79.3%(1916명)이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간호사 담당 환자 많고 대부분 다인실 구조...병원은 중환자진료 투자 유인 없어

현장에선 코로나19 병상을 확보하더라도 중환자를 돌볼 수 있는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서 교수는 국내의 경우 팬데믹 이전에도 간호사 1명이 다수의 중환자를 보고 있어 미국 등에 비해 업무 부담이 과중한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간호사 한 명이 환자 한 명을 봐왔다. 그러다 보니 평소보다 중환자가 늘더라도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를 늘려 중환자 진료역량을 빠르게 확대하면서도 버틸 수 있다”며 “반면, 우리는 평소에도 간호사 한 명이 3명을 봐왔던데다 코로나 환자는 보호구까지 써야 하기 때문에 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인실 위주로 구성된 국내 병원들은 애초에 ‘위드코로나’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 교수는 “우리나라 병원들은 구조적으로도 위드코로나가 불가능하다”며 “코로나가 사회에 만연한 경우엔 아무리 사전에 검사를 하더라도 병원 내에서 확진자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현재와 같은 다인실에선 수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중환자실도 1인실인 경우가 극히 드물다”며 “그러다보니 감염병 환자를 볼 수 있는 중환자실을 빨리 늘릴 수가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미비한 인프라는 그간 병원들이 중환자진료에 막대한 투자를 유인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낮은 수가 등의 문제로 수익이 나지 않는 중환자진료는 정부 기준을 맞추기 위한 구색 맞추기 정도로만 운영돼 왔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특히 상급종합병원의 중환자실은 평소에도 겨우 겨우 맞춰서 돌아가고 있다”며 “인력도, 병상도 굳이 병원들이 여유있게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중환자 이송체계 전무해 사망 사례 빈번...중환자실 입퇴실 지침 필요성도 공론화 할 것

중환자 이송체계 역시 문제다. 정부는 앞서 수도권 중환자 병상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수도권과 비수도권 병상을 통합 관리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수도권에 병상이 부족할 경우 환자들을 구급차와 헬기를 통해 비수도권 병원으로 이송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서 교수는 이에 대해서도 “국내에는 안전하게 중환자를 이송할 수 있는 체계가 없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나마 서울시 내에선 시와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서울중증환자공공이송센터(SMICU)’가 있지만 전국적 이송 체계는 여전히 전무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이전에도 국내 중환자들은 목숨을 걸고 이송해왔다. 지방 병원에서 환자가 온다고 해서 기다리는데 안 와서 연락을  해보면 오는 중에 돌아가셨다고 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고 말했다.

이어 “학회는 지난해 초부터 이송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정부에 여러 차례 건의를 했지만 거의 개선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환자의학회는 지난 18일 입장문을 통해 보건당국, 전문학회, 시민사회가 합의하는 중환자 입퇴실 지침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포화 상태인 중환자실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역시 정부와의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아직 관련해서 논의의 장이 만들어진 바는 없다”며 “현재 자원이 효율적으로 쓰이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와 공론화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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