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4.19 12:31최종 업데이트 24.04.19 12:31

제보

"정신건강 계획안, 아무리 완벽해도 시행되지 않으면 소용없다"

마약 중독 치료보호 예산, 마약 중독자의 치료 수요에 1% 불과…한정된 보건분야 예산, 편성 근거 마련해야

(왼쪽부터) 이해국(가톨릭의대)·이해우(강원의대)·백종우(경희의대) 교수, 민태원(국미일보)·이원국(헬스경향)·이해나(헬스조선) 기자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대한민국의 정신건강 정책은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하지만 그를 뒷받침 할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18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롯데호텔 서울에서 '정신건강정책 혁신포럼'을 개최하고 우리나라 정신건강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날 경희의대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정신건강 계획안은 완벽하지만 계획안이 실제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바뀐 것들이 있다. 대만은 자살 시도가 발생할 경우 자살 시도자와 유가족의 정보를 지자체가 가지고 자살 예방센터에서 일주일 내에 집을 방문한다. 방문율은 90%에 달한다"며 "긍정적인 부분은 우리나라가 이를 벤치마킹 해 국회 자살 예방 포럼을 진행했고,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법안만 통과됐을 뿐 예산과 인력이 한 명도 늘지 않았다. 백 교수는 "1년에 수만 명의 자살 시도자의 정보가 전달만 될 뿐이며, 센터는 문자만 보내고 있다. 해당 문자마저도 동의하지 않으면 서비스 의사가 없다고 간주해 발송을 중단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고 임세원 교수의 사망 사고 이후 임세원법이 만들어지는 등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재부를 거친 후 예산은 3분의 1이 줄었다. 또 미국이 전국 정신건강 번호를 통일한 것을 벤치마킹해 우리나라 역시 번호를 109번으로 통일시켰다. 하지만 번호만 통일됐을 뿐 예산은 10원도 늘어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대한민국의 정신건강에 대한 계획안은 완벽하다. 하지만 이 완벽한 계획이 제대로 시행되는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제대로 시행되는지 안 되는지를 결정하는 가장 큰 차이는 리더의 결심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계획된 정책에 대한 전문가와 언론의 관심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슈가 생겼을 때, 쏟아지는 정책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이후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는지까지 관심을 기울여야 정책이 제대로 정착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날 가톨릭의대 이해국 교수와 강원의대 이해우 교수 역시 현실적인 예산 편성 등을 지적했다.

이해국 교수는 "마약 투약 사범 중 본인 스스로 치료보호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은 5%, 약 400명에 불과하다. 검찰에서 치료보호 제도를 의뢰하는 사람은 10명뿐이다. 그만큼 사법에서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고 인식하는 비율이 적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신건강 혁신 방안은 알코올, 마약과 관련한 치료보호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치료보호 예산은 마약 중독자의 치료 수요에 1%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과연 마약 중독을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게 된다. 중독정신보건센터의 경우 전국 시군구에 250여개 설치됐지만 중독관리 통합지원센터는 50개에 그친다"고 전했다.

그는 "알콜 환자를 1명 보는 것이 일반환자를 보는 것의 약 10배 이상 힘들다. 마약은 알콜 환자의 10배는 힘들다. 그렇다보니 국공립병원에서 중독치료 인력을 구하는 것이 어렵다. 보편적 의료기관이 환자를 봤을 때 이득이 나게 하려면 결국 위험수가 등이 따라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정신건강 검진에 중독이 빠진 부분을 지적하며, 중독성 질환에 여러가지 치료 회복 지원 서비스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우 교수는 한정된 예산을 편성할 경우 분명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2023년 대비 올해 사회복지 분야 예산이 약 14%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보건분야는 약 3%정도 증가했고, 증가된 정신건강 예산 중 대부분은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에 몰렸다"며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정신건강 정책을 추진할 때는 이 사업을 통해 어떤 성과와 효과를 얻을 것인지 등 충분한 논의를 거치고 장기적으로 예산을 짜고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향후 종합부처에서 마음돌봄 체계 구축에 돈을 훨씬 많이 투자해야 한다면 효과를 분명하게 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정신의료 역시 지역사회 서비스 중 하나다. 하지만 현재는 정신의료와 지역사회 정신건강 서비스를 분리하고 단절시키는 경향이 있어 아쉽다. 정신과 의사와 임상가들 역시 지역사회 하나의 구성원으로서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어야 정신건강 정책 추진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