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붕괴, 지진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때 실시하는 재난응급의료 대응시스템을 지역중심으로 설정하고, 현장 상황을 반영한 매뉴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난 발생 지역의 피해를 최소화 시킬 수 있도록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지자체가 꾸준히 협의해 지역에 맞는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한재난의학회는 5일 '2017 대한재난의학회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권역중심 재난대응,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지역에서 발생한 재난의 경우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보다 지역사회와 병원의 특성을 고려한 지역중심 맞춤 대응시스템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가 작년 1월 발표한 '재난응급의료 비상대응매뉴얼'에 따르면 재난상황이 발생한 경우 119가 출동해 재난규모를 파악하고 관할 보건소와 중앙응급의료센터 재난응급의료상황실에 상황을 전달하도록 되어있다.
재난응급의료상황실은 재난 발생에 대비해 보건소에서 구성하고 있는 '신속대응반'과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구성하고 있는 '재난의료지원팀(DMAT)'을 재난 규모에 따라 현장에 파견한다.
현재 전국 40개의 모든 권역응급의료센터는 모두 재난거점병원으로 지정되어 있어 DMAT 구성이 필수인 상황.
만약 서울시 강남구에서 재난이 발생한다면 강남구 보건소 신속대응반과 강남구와 가장 가까운 곳의 권역응급의료센터 DMAT이 재난응급의료상황실의 지시로 출동하게 된다.
인하의대 정현민 교수는 "지역에서 발생한 재난이라면 지역 대응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따라서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관할 지자체가 함께 협력해 대응체계를 갖춰야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재난응급의료상황실로부터 받는 프로토콜을 보면 헷갈릴 때가 있다"면서 "각 자치단체에서 지역에 맞는 프로토콜을 직접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사고가 벌어지면 중앙에서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어 현장에서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재난이 발생한다면?
이와 함께 사고현장에 DMAT을 파견하는 매뉴얼이 적절한지 여부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동아의대 정진우 교수는 "만약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재난이 발생했다고 가정할 경우 현장에 DMAT을 파견 보내는 것이 정말 필요한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면서 "동아대 권역응급의료센터의 경우 DMAT이 현장에 가게 되면 정작 센터에는 의료 인력이 부족해 몰려오는 환자들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동아의대 권역응급센터 평일 낮 인력 구성을 보면, 전문의 1명, 전공의 2명, 인턴 2명, 간호사 6명, 응급구조사 1명이지만 DMAT 구성인력 기준이 의사 1~2명, 간호사 또는 응급구조사 2명, 행정보조인력 1명으로 되어있어 결국 병원에서 중환자를 봐야하는 인력들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이다.
정진우 교수는 "재난이 발생하면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도 재난대책본부를 가동하고 환자 중증도 분류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재난은 항상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현장에 잉여인력을 보내는 것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진우 교수는 현장에는 굳이 추가적인 의료인력이 없어도 별 문제가 없다고 덧붙이며, 'DISASTER MEDICINE' 교과서에도 현장에는 인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우 교수는 "예전 미국 오클라호마 폭탄테러에서도 15분 만에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했으며, 과반수 환자가 자신의 차량으로 응급실에 도착하는 등 재난현장에서 환자를 보고 트리아제(Triage, 중증도 구분)를 거쳐 이송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병원 앞에서 중증도를 구분해 해당 구역으로 환자를 보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문했다.
복지부 권근용 사무관은 "복지부에서도 지역별로 재난을 대응하는 역량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지만 현재 법령이나 지침, 예산 교육 등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향후 지역화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권근용 사무관은 "그러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시스템이 가동되지 못한 경우 결국 책임은 지역뿐 아니라 중앙에도 미치기 때문에 중앙에서 개입할 수밖에 없다"면서 "중앙에서 최소한의 지시를 내리고 각 병원에서 필요한 역할을 하며 절충하는 방안이 수용성을 높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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