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8.06 15:50최종 업데이트 25.08.0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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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현 교수 “수가인상률, 물가상승률의 3.6배...건강보험 제도는 대만식 총액계약제로 가야”

대만 20년간 진료비 증가율 4%, 우리는 8.4%...포괄수가제 이어 가치기반 의료제도, 총액계약제까지 제언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최지민 인턴기자 고려의대 본2]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가 "비급여는 규제 및 관리해야 할 대상이며,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체계가 대만의 총액계약제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액계약제란 일정기간동안 병의원에 제공될 의료서비스 총액을 사전에 결정하고 총액 범위 내에서 진료가 이뤄지도록 관리하는 제도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서영석·김윤 의원, 국민의힘 안상훈 의원,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 진보당 전종덕 의원과 국민 중심 의료개혁 연대회의는 6일 국회에서 ‘초고령사회의 건강보험 재정은 지속가능한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고 건강보험 재정 균형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김진현 교수 “보험료는 오르는데 보장률은 제자리인 게 문제”

김진현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연말정산 때마다 느끼겠지만 건강보험료는 강제 가입임에도 불구하고 높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국민이 저항 없이 동의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있다”며 “건강보험 4대 개혁과제 중 관리운영체계 통합과 의약분업은 달성했으나, 비급여 포함 진료비 지불제도와 건강보험 정책결정 거버넌스라는 향후 해결해야 할 2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민의료비 증가 추세와 건강보험 재정여건과 관해 “국민의료비 대비 GDP 비율이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넘어서고 있으며, 가장 빠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1인당 의료비도 가장 빠른 증가 추세고, 1인당 의료이용량은 OECD 평균의 2.3~2.5배 정도다”며 “건강보험 진료비는 의료급여, 산재보험, 자동차보험, 보훈의료, 민간보험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체 국민의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진료비가 늘어난 만큼 혜택이 늘어나면 정당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며 “35년간의 추세를 보면 1인당 GDP는 10배 증가했으나 건강보험 급여비는 37.4배 증가했고, 보험료율은 3.13%에서 7.09%로 2.3배 증가했다. 그런데 보장률은 정체돼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건강보험 보장률이란 비급여를 포함한 총진료비 중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부담 비율을 의미한다. OECD 국가에는 국민에게 거의 무상으로 의료를 제공하나 1년 이상의 대기 시간과 접근성 문제로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온 베버리지 모델(Beveridge model)을 채택한 영국,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국가가 다수 포함된다.
 
진료비 증가율·행위별 수가제 등 비판                                    

김진현 교수는 “우리나라의 행위별 수가제는 가격과 진료량을 관리하는 데에 문제가 있었다. 지난 10년간 행위료는 134.4% 증가한 반면 가격은 76.4%, 진료량은 58.0% 정도만 증가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최근 10년간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율은 국민소득 증가율의 2.1배였는데, 수가 인상률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3.6배에 달했다. 보험료율은 18.4% 인상된 데 비해 보장률은 2.7% 증가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현재 행위수가는 상대가치점수와 환산지수, (1+가산율)을 곱한 값으로 계산해 수가를 부여한다. 김 교수는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환산지수인데, 이 환산지수는 전체 진료비에서 20~25%에 불과해 사실상 통제가 잘 되지 않는 상태”라며 “전체 진료에 대한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대가치점수 산정 문제도 언급하면서 “상대가치는 노동가치론에 근거해 수가가 가격이 아닌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의사업무량의 핵심인 소요시간을 측정한 적이 없고, 대신 인건비를 사용해 원가분석으로 접근했다”며 “결과적으로 인기과목의 상대가치점수가 더 증가해 전문과목간 불균형이 심화됐고, 필수진료의 약화를 초래했다. 또한 전공의 인건비를 포함시켜 전문과목간 불균형을 가중시켰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건보심 논의에서) 수가를 인하해야 한다고 결론이 나와도 항상 인상을 해왔다”며 “수가는 경우에 따라서 인상할 수도 있고 인하할 수도 있어야 되는데 우리는 인상만 해왔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진현 교수 “포괄수가제·신포괄수가제 거쳐 총액관리제로 나아가야”

김 교수는 포괄수가제(DRG)도 언급했다. 그는 “포괄수가제의 취지는 의료인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불필요한 진료를 억제해 낭비를 줄이자는 것이다. 그런데 포괄수가제는 당초에 행위별 수가제보다 30% 높은 수가를 지불했는데, 포괄수가제 시행 이후 백내장과 치질 등 일부질환의 수술건수만 급증하고 분만 등은 건수의 변화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그는 신포괄수가제에 관해 “포괄수가제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혼합모형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의료의 질 저하는 없고 보장률은 개선된 장점이 있는 반면에 건당 진료비와 재원일수, 재입원율이 증가했다는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요양병원 입원 환자의 절반 이상이 요양시설이나 재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심평원의 분석결과”라며 “OECD 국가들은 다양한 진료비 지불제도를 시행하는데, 공통적으로 지불한 것이 총액관리제다. 총액관리제는 전체적으로 국민이 부담할 수 있는 총 의료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범위 내에서 행위별 수가제와 포괄수가제를 혼합해서 시행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만은 1995년 건강보험을 도입할 때 총 진료비를 관리하는 것을 법에 명시해뒀다. 대만은 지난 20년간 진료비의 연평균 증가율이 4% 정도인 데 반해 우리는 8.4%인데 이는 지불제도의 차이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라며 “우리나라는 총액계약제 하에서 총진료비에 대해 유형별로 계약하자는 총액계약제 시스템이 필요한 단계”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특히 “비급여 관리시스템을 먼저 확립한 후에 총진료비 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수가산출모형을 외국처럼 법제화하고 재정중립성을 유지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라며 "또한 환산지수를 100원으로 고정하고 상대가치점수만 변동해 수가인상의 통로를 일원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상대가치점수체계, 특정 정책목표와 연계된 수가(가산율)을 전면 검토 및 정비해야 한다. 수가계약제는 요양급여비용 계약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기금방식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재정을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현웅 보사연 선임연구위원 “행위별수가제서 포괄수가제로…지불제도 개편 필수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신현웅 선임연구위원은 “지속가능성을 위해 지불제도 개편이 매우 중요하다. 행위별수가제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지만 현재 당장 그만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 연구위원은 “왜곡된 환산지수로 인해 수술과 처치는 보상이 적고 검사는 보상이 많이 되는 게 문제다. 환산지수 체계를 없애는 게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현재 법령상 바로 없앨 수는 없으므로 환산지수를 고정하고 상대가치점수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행위별수가제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신 연구위원은 이어 “행위별수가제 대신에 도입할 수 있는 것은 포괄수가제다. 그러나 포괄수가제를 도입하면 진료량을 늘려서 진료비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며 “수가를 무조건 지급하는 게 아니라 진료성과를 평가해서, 성과를 많이 내는 기관에 대해 더 보상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의 치료 성과를 인공지능으로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도 현 정부가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이어 “과거에 선택진료를 폐지할 때도 병원계에서 반대했으나 이 비용을 국가에서 다 보전해줬다. 재정 부담이 있겠지만 행위별 수가제에서 벗어나 포괄수가제까지 가는 과정에 국고를 투입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최지민 기자 (cjim1128@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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