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자살예방포럼, 자살률 감소 위해 대통령실 산하 ‘자살예방위’ 설치 제안…다부처‧민관 협력 필요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코로나19로 증가한 불안과 우울 지수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감소하는 가운데 자살을 생각하는 국민의 숫자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어 우리 사회에 경고등이 켜졌다.
전문가들은 불안하고 우울한 국민이 자살 생각으로 이어지는 배경에는 실업, 파산 등 경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자살 예방은 다부처 간 협력을 통해 촘촘한 복지와 사회적 지원 그리고 의료적 개입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25일 국회자살예방포럼 주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주최로 열린 ‘위드코로나 시대 재난정신건강과 자살예방’ 정책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논의됐다.
우울 위험군 코로나19 완화로 감소했지만 ‘자살 생각’은 오히려 증가
이날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현진희 교수는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실시한 코로나19 전국단위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3월부터 2022년 6월까지 3년여 동안 총 10차례에 걸쳐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꾸준히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불안 위험군은 조사를 처음 시작한 2020년 3월 19.3%에서 2022년 6월 8.14%로 대폭 감소했다. 현진희 교수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서 불안 수준은 여전히 높았다. 그중 30대(14.4%), 20대(9.7%), 여성(10.5%)의 불안 위험군 비율은 여전히 높다”고 설명했다.
우울 위험군도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추세에 있지만, 감소 폭이 크지는 않았다. 교수는 “올해 6월 조사에서 30대의 24.16%가 우울 위험군에 속했다. 20대의 우울 위험군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많이 감소했는데, 유독 30대와 40대의 우울 위험군이 높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불안과 우울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다소나마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자살 생각만큼은 거리두기 해제 전인 2022년 3월 11.54%에서 6월 12.7%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살 생각은 특히 30대 12.7%와 20대 14.8%, 남성 13.5%에서 높게 나타났다.
현진희 교수는 “학회는 재난이 종식된 이후 자살률이 올라간다는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자살 위험에 대한 경고를 해왔다. 실제로 코로나가 다소 완화되면서 오히려 자살 생각을 하는 사람의 비율이 늘어났다”며 “재난이 장기화되면서 현실적인 문제의 증가로 자살 위험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들이 실제 자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득 감소군의 22.12%가 우울 위험군…실업, 파산, 채무 경제적 요인 관계성 커
특히 2022년 6월 조사에서 소득변화와 우울 위험군의 상관 관계를 조사한 결과, 소득 감소 군의 22.12%가 우울 위험군에 속했고, 소득 증가군은 19.05%가 우울 위험군에 속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득 변화는 자살 생각에도 영향을 미쳤다. 소득변화가 없는 군은 자살 생각을 하는 사람이 8.82%였지만, 소득 감소군은 전체의 16.11%가 자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결혼 상태와 우울 위험군의 상관관계 조사에서는 미혼자의 20.87%가 우울 위험군이었고, 별거, 사별, 이혼 등을 겪은 군의 19.44%가 우울 위험군으로 조사됐다.
현진희 교수는 “소득이 감소한 집단 또 사회적으로 고립된 1인 가구나 이혼, 별거, 사별 경험을 한 집단 그리고 정신건강 문제로 치료를 받았던 집단이 우울 또는 자살 생각이 있는 위험군으로 분류됐다”며 “재난이 장기화되면서 현실적인 문제의 증가로 자살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교수는 “그간 자살예방정책이 노인과 청소년층에 집중돼 있었는데, 코로나19 이후 청‧장년층에서 자살 생각이 증가하는 만큼 그에 맞게 자살예방정책의 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재난 이후 사회적 지지와 자기효능감, 희망과 긍정적인 믿음을 주기 위한 개입 방안이 필요하며 취약계층의 정신건강에 대한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순천향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이화영 교수(한국자살예방협회 사무총장)도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시에는 취약계층이 고위험군이며, 이들의 자살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는 실업, 파산, 채무 등 다양한 경제적 요인과도 결부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촘촘한 복지와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복지부 한 개 부처만의 문제가 아니라 범부처와 지자체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해외 국가에서는 전 국민이 정신건강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24시간 온라인 상담 등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화영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캐나다는 '웰니스투게더캐나다(Wellness Together Canada)’ 정책을 통해 일반인이 자신의 정신건강을 자가 진단하고 상담받을 수 있도록 모바일 앱, 온라인 커뮤니티, 전화, 문자, 화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창구를 다원화해 지원하고 있었다.
호주도 ‘헤드투헤드(Head to Health)’ 프로그램으로 디지털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하고, ‘비욘드블루(Beyond blue)’ 프로그램으로 코로나 우울 관련 24시간 온라인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호주는 2020년 코로나 시기 17조원을 정신건강 분야에 투여해 코로나19로 인한 국민 정신건강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투자하고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도 코로나19 이후 보건복지부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을 통해 코로나19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유선 심층상담을 시작했다. 또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심리지원팀을 통해 확진자, 격리자, 일반국민 심리지원을 위해 코로나우울 대국민 심층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화영 교수는 “우리나라도 상담 등을 제공하고는 있지만 홍보가 부족하고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비대면 온라인 상담 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그를 위해 중요한 것은 재원인데, 보건복지부의 정신건강관련 예산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총 4402억원에 불과하다”며 “재난정신건강지원 플랫폼을 통해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고, R&D를 통해 정신건강 서비스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재난 관련 재단을 통해 실효성 있는 지원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에 전 부처 참여하는 ‘자살예방대책위원회’ 신설하고 민관협력 강화해야
이어진 패널 토의에서는 우리나라 자살률 감소를 위해 자살예방을 위한 컨트롤타워로서 대통령실 산하의 자살예방대책위원회 신설이 제안됐다.
자살예방센터 양두석 센터장은 “우리나라는 90년대만 해도 교통사고 사망자가 1만3000명에 달했다. 하지만 정부가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의지를 갖고 문제 해결에 나서면서 총리실 아래 상설 기구를 만들어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를 위해 모든 단체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2021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916명으로 대폭 감소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양 센터장은 “우리 정부도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자살률을 50%로 줄이겠다고 했는데 2017년 1만2463명에서 2021년 1만3352명으로 5년새 오히려 자살사망자가 증가했다”며 “현재 보건복지부 하나의 부처만으로는 힘이 너무 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원래 우리나라보다 자살률이 높았는데, 총리실 산하에 자살예방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온 부처가 협력해 자살률을 크게 줄였다”며 “우리나라 자살 문제는 여러 가지로 공론화가 됐기 때문에 온 국민이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대통령 직속 상설화된 자살예방위원회를 만들어 국방부, 고용부, 복지부, 행안부와 언론, 의료계, 종교단체들도 모두 힘을 합쳐 자살률 감소를 위해 힘을 쏟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백종우(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회장 역시 “부처간 협력체계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한다. 일본의 아다치구는 자살 생각군을 실업, 경제 문제, 법률 문제, 건강 문제 상담으로 접근해 찾아냈고, 다부처 협력을 통해 자살의 동기가 되는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접근해 자살 문제를 많이 막았다”며 공감을 표했다.
백 회장은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비해 수준 높은 재난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재난대응은 평소의 준비가 필요하며 발생하면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부처 간의 협력, 그리고 민관협력을 활성화하고 인력과 맞춤형 서비스가 국민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의 보완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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