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이상규 교수, 인허가 지원 정책 속속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보험급여·사후관리 위한 플랫폼 등 준비 부족 지적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디지털치료기기(DTx, 디지털치료제)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으나, 시장 형성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반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세대 이상규 교수·보건대학원장은 11일 2023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 제2차 포럼에서 '디지털 치료기기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주제로 "디지털치료기기는 일반적인 의약품, 의료기기와 달리 실사용 근거(Real World Evidence, RWE) 확보가 관건인만큼, 이를 위한 제도 개선과 인프라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디지털치료기기는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치료·관리하기 위해서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다. 국내에서는 에임메드 솜즈, 웰트 웰트아이 등 불면증 치료제가 잇따라 허가를 받았다.
이들 제품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보다 빠른 인허가 심사와 함께 혁신적인 보상체계와 적극적인 홍보를 통한 실사용 근거(리얼월드에비던스)를 창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교수는 "국내 인허가 제도는 많은 정비와 개선을 통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나, 보상 체계와 근거 마련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라며 "보상 체계의 중요성은 페어테라퓨틱스의 사례에서 절감할 수 있다. 첫 FDA 허가 디지털치료기기를 개발한 페어테라퓨틱스는 DTx 기업 중 처음으로 상장한 바 있으나 올해 4월에 파산했다. 제품효능도 좋았고 의사 처방이 많이 이뤄진 동시에 환자들 만족도 높았으나 메디케어 급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이 교수는 "급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페어 사가 매출 대비 10배의 손실을 기록했다. CEO 기고문에는 '혁신적, 좋은 제품임에도 제도적 뒷받침이 안 돼서 사장하는 것이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면서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보상이 가장 중요한 만큼 급여에 대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치료기기는 약이나 의료기기와 달리 사용자 경험이 중요한 품목이므로, 수가 책정 전 단계인 경제성평가제도를 '가치'기반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안전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 일단 시장에서 사용하게 하는 제도 도입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독일의 경우 사용자 경험을 평가 우위에 두고, 일단 안전성만 입증되면 12개월간 임시수가를 부여한 후 사후평가를 통해 정식수가를 부여하고 있는 사례를 소개했다.
이 교수는 "사후평가를 위한 실사용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개방형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정부와 유관기관은 사후평가를 하고 기업들은 피드백을 통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다"며 "이는 개별 기업이 구축할 수 없기 때문에 범부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까지 디지털치료기기의 시장을 형성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까지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일단 수가 제도 정비와 함께 플랫폼 마련을 위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져야 하고 개인정보 등 관련 법·제도 정비와 플랫폼 보상과 지원 체계 도입에 대한 논의도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디지털치료기기 시장 형성에 있어서 필요한 요소 중 하나인 인허가 제도는 빠르게 정착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식약처에서 다양한 인허가 지원 정책을 추진 중인데, 강영규 과장은 "신속 제품화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한 동시에 사이버보안을 위한 국제규제 조화와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다양한 부처들과 함께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를 도입해 시장진출 기간을 대폭 단축했다"면서 "최근 의료기기 관련 법안들이 많이 개선되고 있으나 디지털의료제품에 대한 합리적인 안전관리를 위해 별도의 법안 마련을 준비 중이고, 규제혁신100대 과제 추진을 통해서 디지털헬스케어 기기에 대한 신속 품목지정 등 제도적 지원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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