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초산 제왕절개 분만비가 한국은 250만원인데 반해 미국은 1500만원, 영국은 1200만원이다. 심지어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56만원으로 한국 보다 수가가 높다."
대표적인 필수의료 기피과인 산부인과의 위기가 의사부족 때문이 아니라 초저수와 사법리스크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20일 오후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역필수의료 붕괴의 문제 등을 짚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산부인과개원의사회 김재유 회장은 필수의료 붕괴 이유로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저수가를 꼽았다.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과들이 기피과로 남아 있는 한 의사만 늘린다고 늘어난 의사들이 필수의료에 종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필수의료 기피 원인은 낮은 의료수가 때문이 크다. 이런 상황에선 의대정원을 늘린다고 해도 산부인과를 지원하는 젊은의사들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며 "일례로 일본은 2007년 7625명에서 2024년 9403명으로 정원을 늘려 전체 의사는 10년 동안 4만 명이 늘었지만 외과의사는 5% 증가에 그쳤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로 도쿄 23구의 피부·성형외과, 정신과 의원은 크게 늘었다. 이처럼 필수의료 인력 문제는 의사만 늘린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문제는 저수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부터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김재유 회장에 따르면, 초산 제왕절개 분만비의 경우 약 250만원으로 2017년 기준으로 미국 약 1500만원, 영국 약 1200만원 등에 비해 턱 없이 낮다. 심지어 남아프리카공화국 약 256만원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심지어 낮은 수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점차 줄어들고 있다.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의원급 산과 원가보존율은 64.5%였지만 2018~2019년 54.9%, 2020년 53.7%, 2021년 52.9%로 감소했다.
김재유 회장은 "우리와 유사한 건강보험 구조를 가진 일본만 봐도 분만수가가 우리 보다 5~10배 높다. 가은 10억대 배상판결이 일본에서 발생했다면 수가가 10배 이상 되니 그만큼 병원의 부담이 덜하다"며 "우리나라의 분만수가도 미국 기준으로 설정해 힘들더라도 보람과 보상을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 책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대안으로 의사회는 ▲분만 및 제왕절개수술 수가 현실화 ▲검체 채취료 신설 ▲상담료 신설 등을 요구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산부인과 사직 전공의는 산부인과 지원이 줄고 있는 이유로 '안전하지 않은 진료환경'을 강조했다.
분당차병원 산부인과를 전공하다 이번 의료대란 사태로 인해 사직한 김태호 정책이사는 "산부인과를 하고 싶은 의사로서 현 사태가 먼저 해결되길 바란다. 사직 전공의 입장에서 본업을 할 때 가장 걱정되고 걸림돌이 되는 것은 의료사고와 관련한 과도한 책임"이라며 "법률적으로 책임이 과도하다 보니 의사가 본업에 충실할 수 없도록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산부인과는 의료분쟁이 가장 많이 벌어지는 과목 중 하나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0년 사이 업무상 과실치사상으로 기소돼 형사 재판을 받은 산부인과 의사는 총 39명으로 진료과 중 정형외과, 성형외과 다음으로 많다.
김태호 이사는 "현재 무과실 분만사고에 대한 보상금은 최대 3000만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분만사고 소송에서의 손해배상 금액은 이미 10억원대를 넘었다. 사고 후 막대한 간병비용도 든다"며 "이를 감안할 때 보상금 상한을 현실적으로 10억원으로 대폭 상향해야 한다. 저출산 대책에 들어간 연간 15조원의 예산 중 0.1%만 사용해도 충분히 해결할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분만 시 의료과실에 대한 가이드라인 설정을 보건복지부에 요청한다. 이는 분만사고 시 의료진과 환자 측의 갈등을 해소하고 민형사 재판에서 표준화된 판결을 통해 사법리스크를 줄임으로써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 현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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