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4.25 15:14최종 업데이트 25.04.2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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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의료장비 도입 위해선 'CT수가 다양성' 필수적

[칼럼] 대한영상의학회 황성일 총무이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2025년은 해방과 동시에 탄생한 대한영상의학회가 80 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다. 대한영상의학회는 그 동안 대한민국의 영상의학의 발전을 이끌며 세계 최고 수준으로의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왔다. 이는 학회 뿐만 아니라 각자 세부분야에서 최선을 다한 영상의학과 의사들의 끊임없는 노력에 의한 결과이며, 그 배경에는 CT, MRI, 초음파 등의 최신의료영상 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효율을 중시하는 한국 의료 시스템 사이의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전국민 단일건강보험 체계는, 저비용으로 영상검사의 문턱을 낮추고, 균질한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전 국민에게 전달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그러나 낮은 원가보전율과 행위별 수가제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에서는 공급자가 필요 이상으로 서비스를 권유하는 공급자 유발 수요의 위험도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CT 보유 대수는 2022년 기준, 인구 100만 명당 44.5대 (OECD 평균 27.3대)에 해당하여 양적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고 있고, 검사빈도도 세계 1위로 인구 1,000명당 CT 검사 건수는 2022년 기준 304.4건 (OECD 평균 162.7건)으로, 2012년 142.9건에서 급격히 증가했다. 그러나 국내 CT 장비 중 36% 이상이 도입된 지 10년이 넘은 노후 장비이고, 특히 CT검사에 적용되는 획일적인 단일수가제는 기술 발전을 반영하지 못하여 임상적으로 우수한 성능과 안정성이 보장된 최신 기법을 사용한 장비도입에 큰 장벽이 되고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CT를 사용한 영상의학의 기술적 화두는 양자계수 CT, Photon Counting CT (PCCT)이다. 이는 기존의 에너지통합검출 방식의 CT와 달리, 개별 X선 광자를 직접 전기신호로 검출하여 영상으로 변환함으로서, 50% 이하의 적은 방사선량으로도 공간해상도를 향상하고, 노이즈를 감소시켜 기존 CT로는 진단하기 어려웠던 여러가지 질병들을 진단할 수 있는, 한단계 발전된 혁신적인 기술이다.

이 기술은 이미 2021년에 상용화 되어, 미국 및 유럽에는 수 백 군데에 설치되어 있고 일본에도 20여대 설치되어 있다. 심지어 아시아의 개발도상국인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에도 설치되어 있으나, 2025년 현재 한국에는 단 한 대도 설치되어 있지 않고, 당분간 예정도 없는 상태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 필자가 단기연수를 진행한 인구 70만 지방 소도시의 오카야마대학병원에도 설치되어 있어, 이를 사용한 공동연구가 최근 SCIE논문에 게재 확정을 받았다.

한국에 이와 같은 우수한 장비가 도입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수가체계에 있다, PCCT는 초기 도입 비용이 기존 고급 CT 장비의 3~5배에 해당하고, 지속적인 유지보수 및 소프트웨어 비용이 추가됨에도 불구하고, 기존 CT와 동일한 수가를 받아야 한다. 이로 인해 개별병원에서는 PCCT 도입 타당성 확보가 매우 어렵다.

PCCT 도입지체로 인한 한국 영상의학의 학문적 성과 저하와 의료혁신의 둔화는 심각하며 한국 의료진이 최고 수준의 진료를 제공하는 능력을 제한한다. 특히 종양학, 심장학, 신경학 등 PCCT가 뚜렷한 장점을 보이는 분야의 발전을 저해한다. 또한 노후된 CT는 최신 장비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방사선을 발생시켜 국민건강에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는데, 단일한 수가 시스템은 노후 장비의 퇴출을 사실상 어렵게 만든다.

현재 한국에서 MRI는 자장세기에 따른 차등수가가 잘 정착되어 있고, 또한 영상촬영에 대한 수가와, 이를 해석하기 위한 판독 수가가 분리되어 있다. 이와 같은 제도는 CT에서도 충분히 시행가능한 선례가 될 수 있어, MRI처럼 기존의 CT와 PCCT의 수가를 별개로 만드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먼저, 대한영상의학회를 필두로 한 대한의학회 외에도,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산업계, 정부, 시민단체 등의 협력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또한 데이터 인프라와 상호호환성을 공고히 하고, 기술등급화 및 품질관리를 통해 부적절하거나 불필요한 검사의 시행을 미연에 방지하여야 한다. 더불어 최신 영상장비가 수도권 대형 의료기관에서만 설치되고 소규모 혹은 지방의료기관은 소외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균형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노후장비 전환 지원책이나 기금 마련 등 최신 의료기술을 환자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와 같은 고려 없는 일괄 CT수가의 인하는, 오히려 의료기관 수익성 악화를 보전하기 위한 검사 건수의 증가로만 돌아올 수 있어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영상의학은 현대의학의 인프라에 해당하는 기반의료로서, 부적절한 영상검사는 진단 뿐만 아니라 아니라 수술, 처치, 약물 치료 및 환자 관리 등 의료의 모든 분야에 악영향을 끼쳐 국민건강 향상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CT 촬영료와 판독료를 분리하고, 기술수준과 품질에 기반한 차등수가제를 도입하여 최신 의료기술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고, 진단 정확성을 높여 환자 안전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해야 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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