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6.10.05 12:17최종 업데이트 16.10.0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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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백선하 교수의 황당 논리

왜 부끄러움은 나머지 10만 의사의 몫인지...

'연명치료의 정의'와 '부검 필요성'에 대해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망진단서에 '병사'를 체크하게 한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사태가 이만큼 커지리란 것을 가늠이나 했을까?
 
백남기 씨 사체의 부검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사 사회에서도 의견이 엇갈리지만, 사망진단서가 잘못됐다는 데는 어느 정도 동의하는 것 같다.
 
이번 사망진단서는 평소 전문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주장하던 의사들을 머쓱하게 했다.
 
'병사'가 기재된 사망진단서가 의료계의 영원한 오명으로 남을 걸 생각하면, 아는 인력을 총동원해 환자를 담당했던 백선하 교수를 설득하고 싶은 심정이다.
 
이번 논란에 관해 두 가지만 얘기해볼까 한다.
 
 
의사 윤리에 어긋나는, '연명치료가 최선의 치료'라는 주장
 
개천절에 있었던 서울대병원 특별조사위원회 기자간담회.
 
의사들은 "심폐정지"와 "병사"가 기입된 사망진단서에 이어, 또 다른 논란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경험을 해야만 했다.
 
백남기 씨를 담당했던 백선하 교수가 해명한 '사망진단서 작성 근거'는 동료 의사들조차 받아들이기 힘들었기 때문.
 
백 교수는 보호자가 혈액투석을 거부해, 환자 체내에 칼륨이 축적됐고, 그에 따른 고칼륨혈증으로 백남기 씨 심장이 정지했다고 설명했다.
 
환자 사망 직전 고칼륨혈증이 치명적인 영향을 준 장기가 심장이니, '심폐정지'라는 단어가 (통상적인 의미와는 다르게) 최종 사인이 맞고, 그 고칼륨혈증은 혈액투석으로 개선될 수 있었는데 보호자가 (연명) 치료 거부를 선택해 '병사'가 됐다는 것이다.
 
의사들조차 받아들이기 힘든 해괴한 논리는 둘째 치고, 백 교수의 해명은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일반적으로 연명치료란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심폐소생술이나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의학적 시술을 말한다.
 
(연명치료를 환자에게 선택하게 하는 행위 자체도 국내에선 아직 명확하지 않아 문제가 되지만, 실제 임상에서 제법 흔하고 법이 곧 시행된다는 이유로 일단 여기에선 언급을 피한다.)
 
따라서 의료진은 환자의 상태 호전이 힘든 게 확실할 경우만, 연명치료 선택을 보호자에게 권고한다.
 
본인 주장대로라면, 백 교수는 호전 가능성의 여지가 있던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 대신 연명치료라는 보호자의 선택에 맡긴 셈인데, 내 상식으론 대한민국에 이렇게 판단할 의사는 없다.
 
그리고 의료진이 보호자의 선택을 빌미로 호전 가능성이 큰 환자의 치료를 하지 않았다면, 살인방조죄로 기소될 수도 있다.
 
한 의대교수의 황당한 논리에, 왜 부끄러움은 나머지 십만 의사의 몫이어야 하는지...
  
 




백남기 씨가 사망하지 않았다면...
 
부검을 하면 사체가 훼손된다.
 
백남기 씨 보호자 입장에선 시신을 묻든 태우든, 결정 전까지 환자 시신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싶은 맘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단 부검을 시작하면 사인에 관해 유용한 정보 하나라도 더 얻을 수 있으니, 하고 보자"라는 의견은 설득력도 없고 이기적이다.
 
국내 최고 법의학자인 이윤성 교수마저 며칠 사이 다른 뉘앙스의 매체 인터뷰를 할 정도로 부검의 결정은 쉽지 않다.
 
 
기자가 의문인 건 백씨의 '사망' 자체가 그의 경막하출혈 원인을 밝히는데 과연 결정적인가 하는 점이다.
 
다시 말해 부검이란 환자의 사망 뒤에야 가능한데, 정말 백씨의 사망이 없었다면 그의 경막하출혈 원인을 우리는 현재 능력으로 밝힐 수 없었는가 하는 것이다.
 
백씨가 사망했든 사망하지 않았든, 그의 뇌출혈을 일으킨 원인은 바뀌지 않고, 그 원인을 조사해야 할 수사기관의 의무 또한 변하지 않는다.
 
만약 백씨가 생존했다면 어땠을까?
 
백씨가 운이 좋아 뇌의 출혈량이 적어, 오랜 기간의 병상 생활 후 (일부 장애를 갖고) 회복됐다고 가정해 보자.
 
그가 사망하지 않고 회복돼 부검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우리는 백씨의 경막하출혈 원인을 모른 채 그의 치료비와 피해보상을 담당해야 할 주체를 결정하지 못하게 되는가?
 
백씨가 물대포 맞는 다양한 앵글의 비디오, 현장을 목격하던 수많은 증인들이 있는데도, 우리는 그가 (가정대로) 생존해 부검을 하지 못하게 돼 이 사건을 모호한 미제 사건으로 남기게 되는가?
 
백씨의 사망 가능성이 높든 아니든, 뇌출혈 원인을 조사해야 할 수사기관은 300일 넘는 기간 동안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기자는 부검 필요성보단 그게 더 궁금하다.

 
이윤성 교수가 설명한 부검이 필요한 이유
 
이윤성 교수(서울대 볍의학교실)는 사망진단서 발행 직후 가진 SBS와의 인터뷰에서 부검 필요성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후 다른 인터뷰에선 일관되게 부검이 필요하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다음은 이윤성 교수가 4일 날 아침 TBS라디오 '뉴스공장'에서 오간 질의를 정리한 내용이다.
 
부검 필요성에 관해 국내 최고 권위자의 의견을 들어보자.
 
 
질문 : 담당 주치의는 "가족이 반대해 치료를 못해 병사했다"라는 논란인 것 같다. (하지만) 치료를 했어도 백남기 씨 사인은 사실상 예정된 게 아닌가?
 
-맞다. 설령 가족이 반대해 치료를 못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사인이 바뀌지 않는다.
 

질문 : 서울대병원 특별위원회의 결론은 "진단서 작성 지침과 다르다"였는데, '다르다'가 아니고 '틀리다'가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닌가?
 
-그렇다.
 
'틀리다' 혹은 '맞지 않다'라고 표현했어야 한다.
 
특위 구성원끼리 위원회가 "어떤 판단을 해야 하는 기구냐?" 아니면 "사실을 적시해야 하는 기구냐?"를 가지고 굉장히 오래 싸웠다.
 
이게(병사 결론) 원칙과 맞지 않다는 것은 쉽게 합의를 했는데, 그 표현을 어떻게 하느냐 가지고,
 
나는 '틀리다' 혹은 '맞지 않다'라고 쓰고 싶었지만, 많은 위원들이 표현을 그렇게 하지 말자 그냥 '다르다'라고 사실만 언급하자고 했다.
 
그거야 뭐. 인식 있는 국민들이 알면 될 테니깐 싸우지 않고 오케이 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틀리다"이다.
 
 
질문 : 만약 백남기 씨 케이스가 (의대생) 시험문제로 나왔을 때, 당신이 채점관이면 이것('병사')은 오답으로 처리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하지만 의학과 의료는 조금 다르다. 의료 현장에서는 O와 X로 표현 못 하는 경우가 있다.
 
사망진단서는 진료한 의사만 작성해서 누가 옳다 그르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단지 옆에 있는 의사가 비평은 할 수 있다.
 
현실에서는 권한을 가진 사림이 그렇게 쓴 것을 옆에서 비평할 수 있지만, 옆에서 고치라고 할 수는 없다.
 
 
질문 :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사건이어서 특위까지 구성이 됐다, 특위를 구성한 이유가 "단순히 사실을 알아봐라"가 아니고 "이런 권위를 가지고 시시비비를 따져서 결론을 내라"는 것 아닌가?
 
-나도 아쉽다.
 
(결론에) 쓰기는 '다르다'라고 썼지만 '틀렸다'라고 읽어달라.
 
 
질문 : 경찰이 부검을 요구하고 여러 가지 논란이 이어져서 여기까지 왔다. 만약 법원에서 이 논란에 대해 외인사냐 병사냐 질의하면 서울대의 공식 입장은 외인사인가?
 
-서울대에 묻거나 저에게 물으면 외인사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담당 의사에게 물으면 병사라고 대답할 것이다
 
 
질문 :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은 부검하는 게 좋다"라는 게 평소 지론으로 알고 있는데 맞나?
 
-맞다.  이런 일에 종사를 하는 법의학자는 모두 같은 생각이고 전세계적인, 일종의 원칙이다.
 
 
질문 : 만약 이 사건이 경찰과 가족이 대립하고 큰 이슈가 되는 사건이 아니었다면, 부검을 해야 할 정도로 의학적으로도 사인이 불분명한 건가?
 
-음...그것은(그 질문은) 충분히 이해한다.
 
이것이 만약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면, 부검 여부를 갖고 사회적으로 왈가왈부했을 것이냐 하는 질문이 맞는가? 내 생각도 그렇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백남기 님은 사회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이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도 한참 지난 뒤에 새로운 의문이 제기된다. (그런 경우 부검을 안 했기 때문에)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다.
 
하물며 이렇게 세상의 주목을 받는 사건이면, 나중에 무슨 얘기가 나올지 모른다.
 
물론 유족 입장에서는 가족 부검이 무척 싫다.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백남기 님은 '내 아버지' 혹은 '내 남편'이 아니고 '우리 사회의 백남기'가 됐다.
 
그래서 부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질문 : 부검이 필요한 이유가 의학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논란이 있어서가 아니고, 이 논란을 부검으로 마무리 짓자는 의미인가?
 
-그 말도 맞다.
 
그리고 내가 이 사건에 관심이 없다가 잘 따져보니, 의외로 생각하지 못했던 의문이 제기되는 게 또 있었다.
 
그런 점을 누가 나중에 의문을 제기하면, 아무도 대답을 할 수가 없다.
 
 
질문 : (이 교수의 의견이) 경찰의 주장과는 다른 것 같다. 경찰은 물대포가 원인인 이유를 찾기 위해 부검을 하자고 주장하는데 교수님은 사회적 논란이 되니 부검으로 종결짓자는 뜻인 것 같은데, 맞나?
 
-그렇다. 
 

#백남기 #이윤성 #부검 #사망진단서 #메디게이트뉴스

김두환 기자 (dhkim@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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