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1.11 15:01최종 업데이트 22.01.1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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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집행정지 막는 건보법 개정안 "소송 체계 뒤엎는 '위헌'"

국회 법사위, 병의원 신분증 확인 의무 내용까지 전면 수정 필요성 제시…건보법 개정안 제2소위 회부

사진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1월 10일 전체회의에서 건보법 개정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제약사들의 무분별한 집행정지를 막기 위한 이른바 건강보험 재정 손실 환수법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0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고, 해당 내용이 담긴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2소위로 회부하기로 의결했다.

해당 개정안은 앞서 지난해 9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전남 목포시)이 발의한 법안으로, 김 의원은 "약가조정 사유가 명백한데도 약값 현상유지를 위한 행정소송이 남발되고 있다. 본안 소송에서 정부가 승소하면 정부 측이 손실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라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오리지널, 보험약제와 관련된 복지부 측의 본안소송은 승소율이 높은 편이지만, 현행법상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본안소송 판결 시까지 약값을 내릴 수 없다. 

실제 지난 2017년 이후 진행된 소송 29건 중 1심 이상 판결이 난 사례는 12건으로, 이중 7건 최종승소, 5건은 1·2심승소로 집계됐다. 올해 9월 현재 복지부가 패소한 사례는 아직 없다. 복지부에 따르면 행정소송 기간 중에는 약가를 내릴 수 없어 2018년 이후 집행정지가 인용된 소송 31건에 대해 약가인하 시점이 늦어지면서 발생한 재정손실은 약 4000억원이다.

즉 김 의원은 제약사들의 무분별한 집행정지 소송으로 건보재정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판단, 가처분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해 손실을 환수하는 법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복지위 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이 제조업자 등으로부터 손실 상당액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하고, 집행정지가 결정되지 않아 처분이 집행됐으나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이 확정된 경우 제조업자 등이 입은 손실 상당액을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하도록 하는 건보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이날 법사위에는 이 같은 제약사 집행정지 환수법을 비롯해 병의원 신분 확인 의무, 사무장병원 환수결정금액 전액환수, 적정성 평가 명문화, 심사평가위원회 위원 겸직 허용 법안, 산전·산후관리 급여 적용, 본인부담상한액 통보 등의 내용이 담긴 건보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해당 법안 설명을 맡은 박철호 전문위원은 약가소송 환수 내용에 대해 집중하면서, "건강보험공단과 제약사의 감액처분 행정소송에서 집행정지 가처분이 이뤄지면, 본안 승소 판결 후 집행정지 기간동안의 손실을 징수하는 내용이다. 정부에서는 본안소송 결과 따른 사후정산으로 건보재정을 관리할 수 있어 집행정지 한계와 재정 안정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제약업계와 법원행정처는 법원의 결정 효력을 무력화하고 평등원칙에 위배돼 신중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라고 소개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사실상 제약사에 대해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하지 못하게 막는 법안으로, '위헌'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집행정지 기간 동안 인하된 약가를 바로 물어내라는 소리인데, 이는 강제집행을 형해화하는 것이며, 효력정지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전 의원은 "소송 법 체계를 완전히 무시하는 법안이 국회에 올라온 것에 대해 참으로 유감"이라며 "법원 행정처에서도 '집행정지는 국민들이 재판받을 권리'라는 의견을 냈다. 해당 법은 이 같은 헌법상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위헌에 해당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강제집행 형해화 뿐 아니라 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 의원은 "본안 승소시 원금, 이자 등을 바로 강제 집행하겠다는 내용이 있는데, 정작 정부, 건보공단 측이 패소하면 제약사는 별도의 소송을 이어가야만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이런 불형평성이 어디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또한 전 의원은 "정부에서는 심화하는 건보 재정 적자를 보전하는 것이 해당 법의 취지라고 설명했는데, 건보 재정 적자 급증은 문재인 정부에서 급여 해당 사항이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법취지에도 동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 의견부터 우선 청취해와야 하며, 이 같이 위헌성이 있는 법안은 제2소위로 회부한 후 신중하게 심사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류근혁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2년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의료 이용이 줄면서 건보재정이 안정적이고, 흑자 구조인 상황"이라고 운을 뗀 뒤, "해당 법안은 집행정지를 전제로 법안 만든 것이며, 건보에서 이기면 강제집행이 되지만 제약사는 소송을 하도록 한 것은 본안에 따라 돌려줘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렇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건보법 개정안은 잇따라 법사위 위원들의 뭇매를 맞았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제도 시행시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려면 행정적 개선이 이뤄져야 하나, 제도의 원칙 자체를 흐드는 방안을 만들면 많은 문제가 생긴다"며 "집행정지의 원칙에 벗어나는 법으로, 효력정지의 민사소송 대 원칙이 무너지게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제약사 집행정지 환수법 외에도 해당 건보법 개정안에 포함된 사무장병원 전액 환수와 요양기관 본인확인 의무화 등의 내용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유 의원은 "의료행위 자체를 아예 하지 않고 돈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엄벌해야 하나, 사무장병원 등이 과다한 의료행위를 했다는 사안만으로 전액 환수를 하는 것은 민법상 대원칙을 형해화하는 것이다. 곤란한 법안"이라면서 "요양기관들에게 가입자의 자격여부 확인을 의무하는 법안 역시 문제다. 건보 지급 과정에서 애로가 있다고 해서 병원에다가 신원확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다. 행정상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병원, 국민들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행태는 받아들일 수 없다. 2소위로 가서 더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류 2차관은 "부정한 방법으로 건보증 도용, 진료받는 문제가 많이 발생해 병의원이 직접 본인확인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이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병원계와 협의를 해서 부작용 최소화하기 위해 응급, 거동불편, 재진환자 등은 제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은 "개정안에는 요양기관 가입자, 피부양자 등에 대한 신분을 확인하라고 의무를 부과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과태료 등 병원에 처벌을 부과하도록 했다"면서 "문제는 요양기관에게 신분확인 의무만 부여하고, 정작 환자가 신분증을 내지 않았을 때 제지하는 방안은 없다는 점이다. 법에 미비점이 많다. 2소위에서 이부분도 깊이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야 모두 건보법 개정안에 대한 문제를 잇따라 질타하면서 박광온 법사위원장은 해당 법안을 제2소위로 회부하기로 의결했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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