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2.05 06:54최종 업데이트 23.12.0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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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확대는 망국의 지름길이다

부제: 내과마저 무너지고 있다

[칼럼]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전 대한의사협회장

자료=미래의료포럼 

[메디게이트뉴스] 대한민국의 의사수가 14만명을 넘으면서 의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에 따라 의사들의 직업적 환경도 아주 많이 다양해지고 의사들 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과거보다 훨씬 더 심해졌다. 따라서 이제 더 이상 누군가의 개인 경험이 전체를 대변하지 못한다. 더 이상 누군가 의사라는 이유로 현실을 이야기해도 그것이 전체 의사를 대변하지 못하는 시대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의사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판단하려면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판단이 아니라 다양한 통계에 기반해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그런데 아무도 의사들이 실제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의료정책학자들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진료비 증가폭만 바라보며 어떻게 하면 의사들의 수입을 떨어뜨릴 것인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두고 의사들이 실제로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의료정책학자들이 의사수급을 이야기하면서 진료비 대비 의사수를 수요와 공급이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수요와 공급을 뜻하는 환자수 대비 의사수는 말하지도 않고 있는데 기본적인 통계조차도 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의사들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의료비용만 줄이면 된다는 식이다. 단적인 예로 의료계에 펠로우(전임의)라는 제도가 도입된 지 이십여 년 가까이 됐지만, 그 누구도 현재 대한민국에 몇 명의 펠로우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현재 펠로우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고, 또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지금 현재 일부 보건소에서는 관리의사를 구하면서 직원 채용계약을 하지 않고 하청업 계약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래 보건소 관리의사는 3년 계약직으로 3년마다 퇴직금을 정산하며 보건소 직원 중 유일하게 공무원 연금을 적용 받지 못하는 직종이었는데, 이제 그것도 모자라 3년 계약직 채용이 아니라 사업자 등록을 한 하청업 계약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에 연봉 3억6000만원에도 내과의사를 구하지 못한다며 온갖 매체를 뜨겁게 달구었던 경남의 어느 보건의료원도 실상은 연봉 3억6000만원짜리 직원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비 3억6000만원짜리 업무대행 사업자를 구하는 것이었다. 이 사회는 의사를 사회 구성원의 한 일원으로 바라보지 않고 자기들이 원하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소모품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버려지는 소모품에 관심을 두는 사회는 없다.
 
지난 20년간의 건강보험 통계는 의사당 환자수가 확연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통계로 보여주고있다. 내외산소 메이저 4과중에서 외과가 가장 먼저 2000년대 초반부터 무너졌고 그 다음에 산부인과와 소청과가 외과의 뒤를 이어 무너져 내렸다. 많은 사람들이 그래도 내과는 아직은 버틸 만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실제 통계를 보면 내과도 환자 감소의 추세는 피해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다.
 

미래의료포럼의 분석에 따르면 내과의 의원당 외래환자수는 2009년 2만3671명으로 정점을 찍고 그 이후로는 계속해서 감소하는 중이다. 2021년에는 1만8158명으로 정점대비 23.3%나 감소했다. 코로나 여파로 2022년에는 정점대비 13.7% 줄어든 수준으로 조금 증가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감소 추세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4년 한국의 전체 내과전문의는 7599명이었는데 2022년 1만7879명으로 무려 1만명 이상 늘어났다. 의원의 외래환자수는 2009년 이후 내리막길인데 전문의 숫자는 변함없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2022년 의원급에 종사하는 내과전문의 수는 7930명인데 반해, 내과의원은 5286곳에 불과하다. 공동개원을 감안해도 적어도 1000명 정도의 많은 내과 전문의가 내과 간판을 뗀 것으로 판단된다.

다른 3과(외과,산부인과,소청과)에 비해 환자 감소가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되고 부각되지 않았다 뿐이지 내과도 전문의 증가속도는 너무 빠르고 환자감소 추세는 피해가지 못했다는 뜻이다.
 

내과계열의 환자를 주로 보는 신경과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신경과는 코로나 특수도 없었다. 신경과의 의원당 외래환자수는 내과보다 조금 늦게 2012년에 정점을 찍고 내리 감소 중이다. 신경과의 의원당 외래환자수는 2022년 정점대비 17.9%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출생아가 처음으로 2만명선 밑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3분기 합계출산율도 0.7명으로 역대 최저라고 한다. 한국은 현재 47개월째 인구 자연 감소중인 나라이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국가소멸까지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한국의 의사증가 속도는 이미 OECD 평균을 웃돌고 있다. 출산율은 세계에서 제일 빠르게 떨어지고 있지만, 의사 증가속도는 월등히 높은 나라가 되었다. 이런 나라에서 의사가 부족하다며 의사를 대거 늘리겠다고 하니 어찌 제정신이라고 할 수 있겠나. 
 
대한민국은 의사를 위한 나라가 아니다. 우리 스스로가 나서서 이 문제를 막아내지 못하면 그 재앙은 반드시 우리를 넘어서 나라 전체로 퍼질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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