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4.21 06:07최종 업데이트 21.04.21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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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협 한재민 회장 "의대 정원 늘리면 서남의대 재현 우려" 주장에 김윤 교수 "반대를 위한 반대"

고성 오가며 잠시 논의 중단돼..."경실련 등 이용자단체 토론회, 반대 입장은 들러리일 뿐"

서울의대 김윤 의료관리학교실 교수와 대한전공의협의회 한재민 회장.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정원 확대 문제를 두고 대한전공의협의회 한재민 회장과 서울의대 김윤 의료관리학교실 교수가 맞붙었다.
 
이 과정에서 김윤 교수가 한재민 회장의 주장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식으로 반응하자 한 회장이 강하게 반발하며 잠시 논의가 중단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성적보다 지역의 공공성이 선발 기준이 되는 것 말도 안돼”
 
한재민 회장은 20일 경실련 등 이용자중심 의료혁신협의체 참가단체들이 주최한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정원 확대 공청회'에 플로어로 참가해 의사 증원을 찬성하는 김윤 교수의 발언에 대해 적극 비판했다.
 
한 회장은 현재 지역에서 실질적으로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은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의 정상화라고 봤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의대정원 확대 대안은 진짜 이용자 중심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게 그의 논지다.
 
적합한 대안 모색을 위해 그는 현재 의사 수가 적정한 것인지에 대한 근거 기반의 연구와 전문학회, 관련 단체 등과의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그는 코로나19 시국에 급하게 정책을 밀어붙이려는 정부당국의 시도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또한 한 회장은 의학교육의 커리큘럼이나 수련병원, 교수 인력의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의대정원을 2배 가까이 늘리게 되면 폐교된 서남의대의 상황을 재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 회장은 "주최가 이용자중심의료혁신협의체인데 이용자들이 정말 원하는 내용들은 논의에 포함돼 있지 않은 것 같다"며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정원 확대가 정말 생존의 문제라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의학교육의 측면에서 정원 증원은 번개불에 콩 굽듯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느날 갑자기 의대만 신설한다고 해서 의사들이 지역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하는 생각은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라며 "수련 교수나 병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커리큘럼도 없이 의대와 정원만 늘린다고 단기간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미 우리나라는 지급 주체가 의사 개인이 아닌 건강보험공단이기 때문에 의료와 공공성의 기준이 모호하다"며 "당장 내가 외과 전공의인데 지방에서 근무하고 싶은 유인책이 전혀 없다. 응급의료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 등에 대한 지원 등 정말 이용자들이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공정성의 문제도 제기했다. 성적보다 지역의 공공성이 선발 기준이 되는 것은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앞선 인국공이나 LH사태에서도 알 수 있 듯이 젊은 세대는 공정성 문제에 굉장히 예민하다"며 "그러나 공부 잘하는 의사는 필요없다는 식의 발언은 공정한 선발과 전문가 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재민 회장, 문제해결 목적보단 무조건 반대” 김윤 교수 발언에 논의 중단
 
해당 주장에 대해 김윤 교수는 한 회장의 발언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현재의 시스템은 지역균형 발전의 정책 방향성과 맞지 않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김 교수가 한 회장의 발언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식의 공격을 하면서 고성이 오고갔고, 결국 사회자가 개입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김 교수는 "한재민 회장은 필수의료와 지역간 격차 문제를 해결하자고 하면서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보단 의대 설립 자체를 반대하기 위한 논리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한재민 회장이 강하게 반발하자 김 교수는 "그런 취지로 들렸다는 얘기다. 해석은 내 자유고 서남대 문제를 왜 공공의대와 엮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항의가 계속되자 김 교수는 "(한 회장의 행동이) 예의 바른 토론의 자세는 아닌 것 같다. 왜 남이 발언하는데 중간에 개입하면서 발언에 책임을 지라는 식으로 말하느냐"며 "대단히 보기 드문 광경이다. 기가 막혀 할 말을 잊었다"고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한 회장이 지적한 공정성 문제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교육시스템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에 의대생 선발에 있어서도 지역균형발전이나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기계적 공정이라고 하면 성적 순에 따라 의대생을 뽑는 것이 맞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현재 교육시스템 자체가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일반 대학에서도 학생 선발에 있어 지역균형발전이나 사회적 배려를 통해 사회적 출신이나 배경을 고려해 인원을 뽑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조건 성적만 가지고 뽑는 것이 공정하다고 보지 않는다. (한 회장의 발언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당화하는 것이고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를 위한 반대” 프레임 씌우려는 발언에 격분
 
해당 발언에 대해 한재민 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발언을 왜곡시키려는 의도가 보였다”며 적대심을 드러냈다.
 
한 회장은 "기본적으로 의대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입장은 자신들의 주장에 유리한 통계만 선택적으로 취합해 사용하고 있다. 정확히 적정 의사 수를 알아보기 위해 근거를 마련하고 연구를 진행하자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며 "그런데 내 주장에 대해 (김윤 교수가) 반대를 위한 반대인 것처럼 몰아가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반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공청회 준비 과정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한 회장은 “애초에 답을 내놓고 반대 입장은 들러리나 서라는 식의 공청회다. 한국노총 측에서 공청회 참여를 묻는 전화를 단 며칠 전에 받고 공문을 요청하니 거절 당했다”며 “문제를 해결할 다양한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면밀한 논의를 하자는 주장을 했을 뿐이다. 프레임을 씌우는 행위는 멈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9.4의정합의가 지켜질지도 의문이지만 합의의 핵심은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문제를 처음부터 전면 재논의하자는 것이다. 코로나19라는 긴급한 상황이 끝난 뒤 정확한 데이터 통계와 사회적 논의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며 "근거 데이터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의대정원 확대만 주장하는 것은 학자의 양심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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