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우리나라에서 경제발전을 위한 노력에서 노사정 삼자 회담은 이미 익숙한 용어다. 비록 노사정 협치가 원활하지는 않아도 노사정 대타협이라는 단어는 사회적으로 좋은 일로 받아들여진다. 노사정 대타협은 종종 정치적 성과로 포장되기도 한다. 노사정 삼자 회담에 무게를 두는 것은 그만큼 노조의 힘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자 회담에서는 주로 근로 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인 임금이나 근로 시간이 협상의 대상이다. 지루하고 긴 협상 과정은 이제 노동계는 과거의 군부 독재 시절 정부의 강압적 정책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일제 식민지부터 보건의료행정은 경찰과 헌병의 직무로 출발하였고, 오늘날의 보건복지부에 해당하는 식민정부 위생과도 조선총독부의 공안 권력인 경무부의 한 조직이었다. 이후 해방이 되어 미군정을 거쳤다. 그리고 박정희 군사 정권에서 관료 및 군부 엘리트가 정권을 지원하고 유지하는 관료적 권위주의 정부 형태를 오랫동안 지속해 왔다. 보건의료정책도 민주적 과정보다 질서, 통제, 효율성 그리고 경제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수의 관료 집단에 의해 결정되었다.
일제 강점에서 싹튼 보건의료행정 아직도 권위적 관료주의가 전문성 억압
이런 전통은 유감스럽게도 이제 문민정부에 이어 검찰 정권이라고 일컫는 법치주의 시대에 다시 더욱 악화되고 부활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의사의 집단적 행동은 무조건 불법의 대상으로 간주되고 의사라는 이유로 정치적 자유의 제한을 시도했다. 초점은 정치적 자유를 희생하더라도 정권의 불안정성을 탈출하기 위해 모든 의료문제의 해결을 무리한 강압적 의대 증원 정책으로 단번에 덮으려 했다.
전공의와 학생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혀 사태가 장기화 되며 이제는 기본권 수호와 행정 민주화에 대한 요구로 발전돼 가고 있다. 과거 군사 정권은 산업화나 국가 기반사업 같은 국가 주도 정책을 통해 경제 개발을 추구하여 고속 경제성장을 이룩했으나 군사정권은 종종 여론을 무시하고 정치적 권리에 대한 박해로 많은 국민에게 피해를 준 것도 사실이다. 현 정권은 정치적 상황 타개를 위하여 관료 주도의 의료개혁을 시도했다.
그러나 사전 준비 부족, 전문성 결여, 서투른 역량과 의료에서 실무를 제공할 의료인과 의료집단의 반발을 초래했다. 결국 1994년 이후 몇 번째 시도되었던 성공하지 못한 의료개혁위원회와 동일한 역사를 반복하게 되었다. 정부의 정책 실패와 미숙함이 의대학생과 전공의에게 막대한 학습권의 침해와 환자에게 피해를 준 것이다. 달리 해석하자면 정부의 관료적 권위주의에 의한 의료개혁은 젊은 세대에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것이다.
전문직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양의학의 전통에 길드의 유산인 전문가 집단의 자율성에 관한 담론이 필요하다. 의료분야의 전문가는 역사적으로 자체 규제를 해왔으며, 실무, 교육 및 윤리적 행동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여 좋은 의료가 유지되도록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경제에서 노사정 구조는 보건의료에서 삼자주의(Tripartism)로 거버넌스 모델을 의미한다. 보건의료 주요 이해당사자 3자의 역할을 구분하는데 첫째로 정부는 법적 틀, 공중 보건 정책 및 규제 감독의 기전을 제공한다.
둘째로 의사단체는 의료, 교육, 윤리 및 훈련의 표준을 스스로 통제하고 감독한다. 이를 위하여 종종 전문적 행동 강령과 인증을 유지하기 위해 의사면허기구, 의과대학 평가인증기구 등 다양한 공공 중개단체가 존재한다. 선진국에서 공공 중개기구를 선호하는 이유는 정부 기구가 지니는 관료적 권위주의가 갖는 부작용을 피하기 위함이다.
셋째로 의료 이용자인 환자와 대중이 자신들의 이익과 복지를 대변하며, 치료 접근성, 서비스 품질, 윤리적 기준을 강조한다. 의료 삼자주의는 이 세 그룹의 영향력을 균형 있게 조절하여 어떤 단일 그룹도 절대적인 권력을 갖지 않도록 하는 방법으로 등장하여 보건의료의 협력적 거버넌스 모델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간략하게 표현하면 정부는 공중 보건 목표(이념)와 규정을 설정하고 의료 전문가가 임상 역량과 윤리적 기준을 보장한다. 공중(public)은 의료의 형평성, 접근성, 효율성에 대한 요구를 할 수 있다. 의료제도의 선진국은 의료 시스템의 안정성과 책임을 유지하기 위해 삼자주의를 보다 공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관료적 권위주의가 전문주의를 추월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정부는 전문직의 자율성이 사회적 책무를 갖고 잘 유지되도록 간접적인 지원을 한다.
선진 의료체계는 정부 전문가 환자단체 등 ‘균형과 조화’의 삼자주의 운영체계 갖춰
일제 강점기에 태어난 의사직은 서양의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정작 서양의 전통인 길드 유산과 의료 삼자주의에 대한 연관성은 우리나라에서 아직은 문화 역사적으로 현재 개발 도상 중이다. 길드 유산은 의료 전문가의 자율성과 자기 규제를 강조하며, 종종 외부 간섭을 최소화하고 싶어 한다. 현대는 삼자주의 혹은 제3자 조합주의의 정신에서 정부, 의료 전문가, 공중이 각자 보건의료 정책에 발언권과 책임을 갖는 행정 민주화를 실현하고 있다.
현대 의료는 고도로 조직화된 의료제도에서 제3자 조합주의를 통하여 전문직의 자율성과 사회적 책무성에 대한 적절한 균형을 요구받고 있다. 이런 전통이 고도의 복잡한 의료제도에서 의사의 전문직업성 존중과 의료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 즉 의료소비에 대한 사회화도 가능해 진다.
의료에서 노사정은 정부, 전문직 단체, 환자(시민)단체의 세 그룹의 균형이 중요하다. 그리고 현대적 조직화 된 고도의 의료제도에서 스스로 해야 할 역할과 하지 말아야 할 역할도 분명히 인지하고 있어야 좋은 의료를 유지할 수 있다. 정권에 의한 특정 그룹에 대한 무분별한 권력 행사나 남용 그리고 선동적 구호로 의료 제삼자 조합주의가 허물어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특히 보건 정책의 관료적 권위주의에서 공공에 관한 일은 관료 집단이 직접 관리해야 한다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역사 문화 속에서 정부는 전문직 단체나 민간 단체는 공공영역 밖에 위치한다는 착각을 할 수 있다. 조직화 된 의료제도를 중심으로 세 개의 그룹이 보여주는 적절한 상호 균형은 정책 실패의 방지와 지속 가능한 의료의 전제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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