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4.07 17:11최종 업데이트 25.04.0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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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의료연구소 "재정 투입 계획도 없는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지금이라도 재검토해야"

"수가협상 방식 개선, 관리급여 도입, 환자대변인제 등 문제 커…수가 정상화, 의료인 형사책임 부담 완화 방향으로 전환돼야"

지난 3월 19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발표했다. 사진=보건복지부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이 재정 투입 계획도 구체화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의료계와 소통 없이 진행된 내용 역시 문제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는 현실과 동떨어진 수가 정책과 자유권 침해 소지가 있는 규제, 의료진의 불신을 높이는 분쟁 해결 절차 대신 저수가 개선과 신속한 급여화, 의료인의 형사책임 범위 조정 및 전문성 담보된 의료 감정 시스템 구축으로 필수의료 인력이 현장에 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잘못된 방향의 정책이 강행될 경우 의료현장의 혼란과 필수의료 기반이 더욱 약화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면밀한 재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7일 바른의료연구소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의 문제점과 올바른 방향 제언'에 대해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고 지난해 8월 1차 실행방안 발표에 이어 올해는 2차 실행방안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의 주요 내용은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을 완화하고 어디서나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역량 있고 신뢰받는 지역병원 육성 및 일차의료 강화' 추진 ▲과도한 비급여 이용으로 인한 환자 부담 증가와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해 '비급여의 적정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 추진 ▲의료 분쟁 발생 시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목표로, 분쟁 조정 및 배상체계 개선 등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정부, 구체적인 예산 확보 계획은 미발표로 실효성 의문…명확한 재정 운용계획 필수

연구소는 먼저 이러한 정부 의료개혁을 위한 재정 지원 계획의 불투명성과 현실 가능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는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에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사업을 위해 3년간 10조원, 지역 2차병원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향후 3년간 2조3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지역병원을 권역 거점병원으로 육성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보상기전이나 재원 조달 방안도 발표하지 않았고,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에서도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 구상만 있을 뿐 구체적인 예산 확보 계획은 마련하지 않았다.

연구소는 "의료공급자의 입장에서 새로운 정책에 참여했을 때 얻을 이득이 불명확하고, 오히려 추가 업무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면 정책 참여에 협조적이기는 힘들다. 특히나 정책 실행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으면, 정책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생기게 되어 참여에 더욱 소극적이게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정 계획의 근거가 불투명한 정책은 향후 집행 단계에서 수정 및 축소되거나 목표 달성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한민국처럼 의료 관련 예산을 건강보험 단일 재정에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명확한 재정 운용계획은 필수적"이라고 비판했다. 

해외의 경우 일본은 지방의료 활성화를 위해 지방의료지원 세입을 별도로 확보하는 재정 계획을 마련했고, 영국은 NHS 개혁 시의회에서 예산 배정을 확약받는 등 안정적 재원 확보를 전제로 정책을 추진한다.

연구소는 "재정 지원의 불투명성과 비현실성은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 전체의 실효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충분한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구조 개혁은 현실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며 "정부는 정책의 취지에 부합하는 과감한 재정 투자를 실행하기 위해 구체적인 예산 확보 계획을 수립하고 공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급여 포함 총진료비 증가율 고려해 환산지수 개선 한다?…의료 공급망 자체 파괴 결과

다음으로 연구소는 정부가 건강보험 수가(환산지수) 협상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도 매우 위험한 계획이라며 우려를 제기했다.

정부는 지역 2차병원 기능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의 일환으로 요양기관 유형별 수가 계약 시에 '비급여를 포함한 총진료비 증가율'을 고려 요소로 삼겠다고 밝혔다. 

즉, 해당 의료기관의 급여 진료비뿐 아니라 비급여 수입까지 모두 합친 총수입의 증가율을 기준으로 수가 인상폭을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연구소는 "대한민국은 중소병원과 동네 의원들이 비급여 진료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건강보험 수가 수준이 낮게 책정돼 있어 병의원들은 각종 비급여 진료를 통해 부족한 수입을 보전해야만 의료기관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건강보험 수가 계약 시 비급여 수입을 고려한다는 것은 사실상 비급여의 비중이 큰 중소병원과 의원의 수가를 깎겠다는 말과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정부는 비급여 진료 비중이 높은 의료기관의 급여 수가를 깎으면, 비급여를 포기하고 급여 진료에 집중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는 오산"이라며 "정부의 이러한 조치는 기존에 급여 진료에만 충실하면서 힘들게 운영되던 의료기관들은 고사시키고, 비급여 비중이 높던 의료기관들로 하여금 급여 진료를 포기하게 만드는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비급여 의료'는 의료기관가 환자 간 자유계약의 영역으로 시장 원리에 맡겨져 있는데 정부가 이 영역까지 간접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총진료비 상한을 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이다.

연구소는 "또 다른 문제는 형평성이다. 정부 논리대로라면 대형병원은 비급여 진료 비중이 낮으므로 수가 인상 여력이 크고, 동네의원은 비급여 비중이 높으므로 수가 인상 억제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는 동네의원의 경영 악활 이어져 일차의료 강화라는 정책 취지와도 모순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연구소는 "올바른 방향은 비급여 비중이 커지게 된 근본 원인인 저수가 구조를 개선해 비급여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라며 "정부는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에 대해서는 국제적 수준에 견주어 부족함이 없는 적정 수가를 보장하고, 비급여는 시장원리에 맡겨 의료기관이 혁신과 양질 서비스 제공을 통해 수익을 얻도록 유도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관리급여, 정부가 비급여 묶어 관리하겠다는 것…위헌성 크고 환자 자기결정권 침해

정부는 또 한 가지 비급여 의료행위 통제를 위한 수단으로 이른바 '관리급여' 개념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관리급여란, 현재 건강보험 급여 영역에 포함되지 않은 비급여 항목 중 일부를 선별해 보험 급여의 틀 안으로 편입하되, 환자 본인이 비용을 대부분(대략 95%) 부담하도록 설계하는 제도이다

연구소는 "관리급여는 비급여 항목을 급여 영역에 한시적으로 끌어들이는 것으로, 정부가 원칙적으로 관여할 수 없는 비급여 시장을 강제로 통제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며 "쉽게 말해, 급여도 비급여도 아닌 형태로 정부가 비급여를 묶어 관리하겠다는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재 비급여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도수치료, 증식치료, MRI·초음파 등 고가 영상 검사나 로봇수술, 특수 주사제 등 진료비 규모가 크고 증가율이 높은 비급여 항목을 우선 지정할 방침이다.

연구소는 "문제는 그 기준이 모호하고 자의적이라는 점이다. 관리급여로 지정되면 해당 의료행위는 법적으로 급여항목이 돼 건보공단의 관리를 받지만, 비용은 환자가 거의 전액 부담하게 된다"며 "환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돈을 다 내야 하니 사실상 비급여와 다름없는데 자율적인 이용에 제약을 받게 되고,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가격 책정이나 제공 여부 등에 있어 정부 통제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시장경제 질서에 대한 심각한 개입이며, 의료기관의 경영 자유와 환자의 선택 권리에 대한 광범위한 제한을 초래한다. 이러한 관리급여 도입은 헌법적 관점에서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과거 2000년과 2012년 두 차례의 위헌소송에서 이러한 당연지정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는데, 그 핵심 근거 중 하나가 '비급여 진료라는 대안적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연구소는 "만약 관리급여를 통해 사실상 비급여 영역을 없애거나 줄여버린다면, 이러한 합헌 논리가 약화된다"며 "요양기관 강제지정 제도가 유지되려면 비급여라는 자유 영역이 일정 부분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 헌재의 기존 입장이므로, 관리급여 도입은 현행 제도의 헌법적 정당성 근거를 스스로 허무는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비급여 진료는 원칙적으로 환자가 자신의 사적 재산을 들여 추가적 의료 서비스를 선택하는 행위이므로 관리급여제도는 환자의 자기결정권 및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연구소는 "올바른 개혁 방향은 의학적 타당성과 비용효과성이 검증된 비급여는 신속히 급여화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시장에 맡겨 환자 선택에 따라 제공되도록 유도하되, 가격 정보 공개 등 투명성 제고를 통해 환자 보호를 강화하는 접근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이 헌법이 정한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면서도 의료비 합리화를 도모하는 길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환자대변인제·컨퍼런스 감정제…의료인 사법 리스크 해결 못하고 정부 불신만 키워

마지막으로 문제를 제기한 의료개혁 내용은 환자대변인제와 컨퍼런스 감정 제도다.

연구소는 "환자대변인제는 환자의 입장에서 최대한 의료진의 과실을 주장하고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환자대변인을 변호사가 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 제도는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법적 소송을 더욱 촉발시키는 제도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또 "컨퍼런스 감정 방식도 의도와 달리 속도 지연과 책임 불명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여러 감정위원과 환자대변인까지 한자리에 모여 토론하다 보면 개별 전문가가 독립적으로 보고서를 내는 기존 방식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며 "게다가 의료 문외한에 가까운 시민단체나 환자단체의 참여는 감정의 전문성마저 훼손시킬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연구소는 이러한 부분적 제도 개선만으로는 근본적인 의료사고 리스크 완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이번 실행방안에는 그간 의료계가 강력하게 요구했던 의료사고 형사처벌 특례 입법이 제외됐다. 대신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에 한해 중대한 과실이 아닌 경우 가급적 기소를 자제하겠다는 원칙 정도만 담았다.

연구소는 "의료진이 가장 두려워하는 형사처벌 위험은 여전한 상황에서 환자대변인이나 컨퍼런스 감정 도입은 정부가 환자 편만 든다는 인식을 심어주어 필수의료 기피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며 "의료사고 안전망 대책이 의료진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필수의료 살리기와 같은 실효성을 거두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연구소는 "환자 측 의견이 전문적 판단에 과도한 영향을 주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하고, 감정 과정은 철저히 의료 전문가의 과학적 판단에 기반하도록 해야 한다"며 "동시에 국가배상책임제 도입이나 공공보험을 통한 충분한 배상과 같은 의료사고 피해 환자에 대한 실질적 보상 체계 강화와 의료인의 형사책임 범위 조정이 함께 추진될 때, 의료진과 환자 모두 신뢰하는 안전망이 구축될 수 있다"고 전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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