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수술 소프트웨어에 수술로봇까지 개발하는 '코넥티브'...미국 위암 가이드라인에 맞춰 시장 확대 기회 '프리베노틱스'
카카오벤처스 디지털 헬스케어 데이-의료 인공지능(AI) 카카오벤처스는 그동안 투자한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 중 의료 인공지능을 통해 시장을 개척하는 스타트업을 소개하고자 '카카오벤처스 디지털헬스케어 데이-의료인공지능' 편을 마련했다.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 투자사, 미디어가 한 곳에 모여 디지털 헬스케어와 관련한 의견을 함께 나누고, 생태계 확장에 기여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카카오벤처스가 투자를 결정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은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을까. 해당 제품으로 환자가 보다 건강해지는 '가치'를 잘 입증했는지가 관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벤처스 김치원 상무(내과 전문의)와 정주연 선임심사역(산부인과 전문의)은 26일 서울 강남구 루닛스퀘어에서 진행한 'KV 디지털 헬스케어 데이-의료 인공지능(AI)'에서 AI와 관련한 투자 기업 5곳을 소개했다.
김 상무가 밝힌 디지털 헬스케어 비즈니스가 어려운 이유는 해당 제품을 건강보험에 적용하고 수가를 받기 어려워서다. 헬스케어 사업은 제품을 쓰는 사람(환자)과 제품을 쓸지 말지 결정하는 사람(의사), 돈을 쓰는 사람(보험)이 모두 다른데, 셋 중에 하나라도 끊기면 비즈니스가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김 상무는 “의료수가를 잘 받으려면 무엇보다 치료결과가 좋아야 한다. 그만큼 제품이나 기술을 사용했을 때 환자의 건강이 좋아지는 지를 따져야 한다”라며” 새로운 진단이나 치료 기술은 스크리닝(Screening), 진단, 치료, 모니터링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이때 치료 단계에 가까울수록 가치가 더 커진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진단에서는 위험도 구분, 확진, 동반진단으로 다시 나뉜다. 진단에서도 저위험 환자들이 비싸고 위험한 확진 검사를 받는 것을 줄이거나, 고가 치료에 효과가 있는 환자를 선별해야 가치가 있다"라며 "단순히 기존 방법과 비교하거나 건강검진 항목이라는 이유로는 가치 입증을 받기 쉽지 않다. 대상 환자수가 많은 것보다 특정 집단이 검사를 받게 만들어 가치 입증을 하고, 전체 시장 규모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 번의 클릭으로 로봇수술 진단부터 설계까지 가능한 기술 개발한 '코넥티브'
코넥티브 노두현 대표(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로봇수술에 필요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AI기반의 인공관절 엑스레이 판독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고 있다. 수술실에서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해 사용해보다가 창업까지 했다. 소프트웨어에서 나아가 AI 기반 수술로봇까지 직접 개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관절 수술이 연간 200만건 정도 이뤄지는데 이 중 40%는 로봇수술로 진행된다. 스트라이커의 로봇수술용 임플란트 제품 '마코'가 전체 시장의 60%까지 차지하고 있고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에서 기회가 생겼다.
노 대표는 "인공관절 건수가 세계적으로 연간 500만건이 이뤄지는데, 10년 뒤에는 연간 1000만건에서 3000만건이 이뤄질 것이다. 우리나라 기준으로도 현재 연간 11만건의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라며 "로봇수술 업체들이 로봇을 도입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로봇수술의 장점은 수술 시간을 줄이면서 수술 정확도를 높이고 수술 과정에서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꼽혔다. 노 대표는 “로봇수술의 장점은 정확도에 있다. 보통 정형외과 의사가 눈으로 관절 사진을 보고 관절을 돌려서 맞추는데, 이를 인공지능과 로봇을 통해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라며 “자동으로 로봇수술의 측정과 조립을 해주고 수술 프로세스를 짜주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넥티브의 로봇수술 소프트웨어는 레이저 스캔 시스템을 통해 10초안에 진단부터 치료까지 전주기 과정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하고 있다. 현재 로봇수술을 할 때 의사 입장에서는 마우스를 500번을 클릭해야 할 정도로 수작업에 의존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
노 대표는 “빅데이터를 통해 자동 측정을 하고 수술 전 설계까지 가능하다. AI 프로그램은 외래에서 3년 정도 사용해오면서 지속적으로 허점을 개선해왔다”라며 “컴퓨터와 로봇이 잘 하는 부분을 극대화하고 사람이 종합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술을 할 때 정형외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3~4명의 의사가 투입된다. 수술할 의사가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인건비를 줄이는 취지도 있다”라며 “하드웨어 기기의 수명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5년~10년 뒤에 전체적으로 수술장비가 교체될 것이고, 로봇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치원 상무는 “로봇이 결국 인공관절 치료 자체에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치료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가치 입증이 쉬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처음에 코넥티브가 진단보조 소프트웨어를 공개했을 때 이것만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투자사 입장에선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회사에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치료와 연결하거나 돈을 쓰는 기업에 얹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노 대표를 설득했다"라며 "코넥티브는 로봇과 연결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한 발 더 나아가 로봇 자체를 만드는 그림까지 제시해서 가능성을 보여줬다”라고 말했다.
이어 “교수 출신 대표는 자신만의 곤조가 강하거나 본인만의 세계가 너무 뚜렷한 분들이 많다. 하지만 노 대표는 여러 조언을 유연하게 잘 받아들여서 비즈니스로 연결했고, 충분히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로봇수술 과정이 아직 디지털화되지 못한 것도 기회다. 김 상무는 “로봇수술을 할 때 이미지 버튼을 하나 누르면 수술을 계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회사 직원이 USB에 자료를 받아간 다음 플래닝을 해서 다시 가져오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라며 "다만 로봇수술 자체의 수가를 기대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전에 수술로봇을 개발하는 회사들과 맞물려야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기대했다.
미국 가이드라인에 맞춰 시장 확대 가능성 열린 위암 진단 보조 AI '프리베노틱스'
프리베노틱스 장수연 대표는 내시경 영상 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암과 암 전단계 '장상피화생' 병변까지 찾아내는 진단보조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이다. 정확한 암 진단은 물론 암으로 번질 수 있는 상태나 질환으로 미리 예측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의사의 판독 소견 외에 이전 내시경과 비교를 통한 추적관리를 제공한다.
우리나라의 위암 발병률이 높고 연간 1000만건까지 이를 정도로 검진을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백인들의 위암 유병률도 높아지면서 경각심이 생기고 있다. 우리나라는 위암 생존율이 70%에 달하지만 미국에선 15~30%에 불과하다. 미국에서는 위암 내시경의 가치입증이 되지 않은 데다, 기본으로 검사비가 1만달러에 달해 한국처럼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
장 대표는 "내시경을 하더라도 암이나 선종이 검진을 통해 바로 진단될 확률도 5%에 그친다. 암부터 시작해서 장성피화생까지 누적하면 20~40%가 위험에 노출돼 있고, 내시경을 하는 소화기내과 의사의 육안으로 진단하기가 어렵다"라며 "의사들 사이에서도 내시경 숙련도에 따라 차이가 커서 위암을 놓치는 확률도 존재한다. 밀실에서 5분동안 사진을 30개씩 찍어야 하고 여러명의 환자를 보면서 설명하고 기록을 해야 하기 때문에 피로도도 심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소화기학회(AGA)는 암이 의심되는 병변 뿐만 아니라 암의 전단계 병변인 장상피화생(metaplasia) 병변에서도 5개의 조직생검을 권고하면서 프리베노틱스에는 기회가 됐다. 확실치 않은 병변에 대한 조직생검을 시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진단보조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면 검사를 하는 대상을 선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AI는 일반적으로 의사들이 육안으로 확인했을 때 20~70% 보다 더 정확한 80%의 정확도를 기록하고 있다"라며 "암 전단계에서 정확한 위치에 사진을 잘 찍게 하고 진단을 돕도록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환자 입장에서 조직생검 비용이 비싼데 무작정 조직생검을 거쳐 암을 예방을 하는 것이 어렵고, 그렇다고 검사 자체를 하지 않으면 진단을 놓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I기술이 자동으로 사진을 찍고 이상 부위를 알려주면 진단의 질이 표준화될 수 있다"라며 "추가적인 비용이나 인력을 쓰지 않고도 몇 년뒤에 추적검사를 해야 한다는 등의 위험을 알려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이에 대해 김치원 상무는 “한국에서는 건강검진의 가치가 입증됐다. 하지만 한국 시장만으로 돈을 벌수 있는지는 의문이고 미국이나 유럽 정도는 가야 한다고 봤다”라며 “미국은 대장내시경에 대한 가치는 입증됐지만 위암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상무는 "다만 미국에서도 최근 소화기 가이드라인이 변경되면서 기회가 생겼는데, 위암 전단계에서 장상피화생을 잘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라며 "미국에서도 이제 위암 검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5~6년 뒤에는 가이드라인이 더 바뀌고 가치를 입증하는 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의사 입장에서 내시경 카메라만 보고 있다가 적절한 지점이 되면 자동으로 촬영하고 어느 부위를 찍었는지 분류하고 진단할 수 있다"라며 "필요한 부위를 찍으면서 의사들은 물론 환자들도 편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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