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홍승권 원장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홍승권 신임 원장이 임기 동안 심사·평가 전반의 인공지능(AI) 기반 혁신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행위별수가제와 사후 삭감 중심의 심사 방식만으로는 필수의료 공백과 초고령사회라는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보고, 의료의 질과 환자 치료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가치기반 지불제도 전환도 본격 추진한다.
홍승권 원장은 21일 취임 100일을 맞아 심평원 본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문기자단 간담회에서 임기 중 핵심 과제로 ▲AI 기반 혁신 ▲가치기반 심사·평가체계 전환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제시했다.
그는 지역·필수·공공의료를 강화해 국민이 거주지역과 관계없이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심평원의 공적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심사 전 과정에 AI 적용…의료기관 사전 청구 점검도 지원
홍 원장은 “심평원이 단순 급여심사기관을 넘어 데이터에 기반해 의학적 유효성과 비용효과성을 다각도로 검증하는 정교한 게이트키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AI 혁신을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초고가 신약과 혁신의료기술이 빠르게 도입되는 상황에서 실제 진료현장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활용해 치료효과를 평가하는 실제임상근거(RWE) 기반 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홍 원장은 “환자의 치료 결과와 의료의 질적 성과에 따라 보상을 차등화하는 가치기반 보상체계를 안착시키는 역할을 심평원이 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지역·필수·공공의료 인프라가 선순환하는 수가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심평원은 이를 위해 원장 직속 AX혁신실을 신설했다. AI와 클라우드 기반 보건의료 빅데이터 분석 역량을 강화하고 심사·평가의 정확성과 내부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AI는 1차 전산심사부터 전문심사, 모니터링, 현지조사, 분석심사, 권리구제까지 심사 전 과정에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현재 전문심사 대상기관 선정, 의료영상 심사 판독, 부당청구 감지, 집중분석 대상기관 예측 등에 AI 활용을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 심사 결과의 일관성을 높이고 국민의 진료비 확인과 요양기관의 이의신청 업무에도 적용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심평원이 개발한 심사 AI 모델과 관련 도구를 요양기관에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의료기관이 진료비를 청구하기 전에 적정 여부를 스스로 점검하고 올바르게 청구하도록 지원해 사후 삭감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홍 원장은 “청구명세서와 전자의무기록 표준화, 비정형 데이터의 정형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심평원의 심사·적정성 평가 모델을 요양기관이 활용하도록 인센티브와 AI 도구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7년 실시간 의료이용 관리…환자 치료성과 중심 평가 전환
홍 원장은 의료현장에서 심평원이 ‘삭감기관’으로 인식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사후 삭감 중심 심사에서 실시간 환자 단위 심사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진료비 심사는 건별 청구내역을 사후 관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건강보험 재정 관리에는 효과가 있지만 환자가 적정한 진료를 받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심평원은 2027년 도입을 목표로 ‘실시간 의료이용 관리 시스템’을 추진한다. 현재 하위법령 정비와 관리 대상 선정위원회 구성 등 세부 운영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홍 원장은 “사후 삭감 중심 심사에서 실시간 환자 단위 심사로 전환하려는 것”이라며 “제도 도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현장과의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심평원은 지난 6월 전국 상급종합병원 보험심사팀장과 간담회를 진행했으며 올해 하반기에도 의료계와의 소통을 이어갈 계획이다.
적정성 평가 역시 의료서비스 제공량과 과정 중심에서 환자의 실질적인 치료 결과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개편한다.
환자경험평가와 함께 환자 스스로 증상과 치료 결과를 평가하는 환자보고결과지표를 확대하고, 우울증 외래 평가에 우울증상 호전율을 반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질환별로 분절된 평가를 기관의 기능과 역할을 반영한 통합평가로 전환하기 위해 임시조직도 신설했다.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핵심지표 기반 통합평가를 실시하고 결과를 보상과 연계할 계획이다.
행위량 아닌 의료 질·성과 보상…수가 조정 2년 단위로
지불제도도 행위 단위 보상에서 의료의 질과 성과를 중심으로 한 가치기반 체계로 전환한다.
개별 의료행위의 적정성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건강 결과와 의료의 질을 기관 단위로 종합 평가하고, 그 결과를 보상과 연계하는 방식이다.
심평원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과 연계해 2027년 1월부터 대안적 지불제도를 공공정책수가 체계로 전환하고 기관 단위 통합 성과평가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홍 원장은 “행위별수가제를 한 번에 대체하기보다는 현행 구조에 가치기반 보상체계를 단계적으로 이식해야 한다”며 “기관 단위 평가 결과를 보상과 연계해 적정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건강보험 수가체계 혁신과 공공정책수가 확대를 양대 축으로 추진한다.
우선 의료현장의 비용과 수익 변화를 신속히 수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기존 5~7년인 수가 조정 주기를 2년 단위 상시 조정체계로 개편한다.
과보상 검사와 의료행위는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고, 저보상 상태인 필수의료 분야에는 보상을 확대해 수가 불균형을 개선한다.
홍 원장은 “현재 수가체계가 의료현장의 변화와 필수의료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용 대비 수익을 근거로 수가를 상시 조정하고 과보상 항목과 저보상 필수의료 분야 간 균형적인 보상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정책수가도 확대한다. 현재 분만을 시작으로 소아수술, 고위험 임산부, 신생아·응급 등 필수의료 분야에 적용되고 있으며 앞으로 지역의료와 공공의료까지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심평원은 구조·과정·치료 결과 지표를 통해 공공정책수가의 실제 효과도 평가한다.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9월 대상 약제 선정
심평원은 희귀질환 치료제가 의료현장에서 적시에 사용될 수 있도록 신속등재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현재 대상 약제를 공모 중이며 8월 접수를 마감한 뒤 9월 심의를 거쳐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이후 급여 적정성 평가 등 신속등재 절차를 진행한다.
홍 원장은 “이 제도의 가장 큰 목표는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동시에 실제임상근거를 통해 약제의 성과를 정확히 평가해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약가 산정제도 개편안은 지난 3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행정예고 중이며 오는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심평원은 제약업계를 대상으로 가산 유형별 신청 요건과 절차를 안내하고, 제도 시행 이후 신규 등재 약제의 선정·산정과 모니터링 체계를 운영할 계획이다.
기등재 의약품의 상한금액 재평가도 추진한다.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재평가 대상과 기준을 공고하고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결과를 마련한다.
제네릭 약가 인하와 비용효과성 판단 기준 조정을 둘러싼 제약·약계의 우려에 대해서는 “단순한 약가 인하가 아니라 약가제도의 합리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의료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반영한 비용효과성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정책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연말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