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11.30 06:42최종 업데이트 20.11.30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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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가입자단체들 줄줄이 찬성…건정심 통과 당시 회의록 보니

한의협 민노총 한노총 YWCA 등 "국민이 요구" 한목소리...의한약정 협의체서 시범사업 검증 예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지난 7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회의에서 대한한의사협회 외에도 가입자단체들의 찬성으로 통과된 것으로 확인됐다. 건정심은 복지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의료공급자 8명, 가입자 대표 8명, 정부와 학계 등 공익 8명 등 25명으로 구성돼있다.  

이달 20일부터 시행된 한방 첩약 시범사업은 전국 한의원 1만4129곳 중 62%인 8713곳이 참여한다. 안면신경마비, 뇌혈관 질환 후유증(65세 이상), 월경통 등 3가지 질환 중 수진자당 연간 한가지 질환에 한해 시범사업을 적용한다. 수가는 진찰비 포함 총 10만8760원~15만880원 수준(10일분 20첩 기준)이며 환자 1인당 연간 최대 10일까지 본인부담률 50%가 적용된다. 첩약 조제·탕전은 공동이용탕전실을 이용하거나 미리 신청한 (한)약국 17곳에서도 한의원 처방에 따라 실시 가능하다.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일환으로 마련됐다. 복지부는 "한의약 분야 건강보험 보장률은 전체 대비 낮은 수준으로 보장범위 확대를 통해 의료비 부담 경감이 필요한 상황이다. 2018년 기준 건강보험 보장률은 63.8%이지만 한방병원은 34.9%, 한의원은 52.7%에 그쳤다"고 급여화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강행은 4대악 저지 투쟁에 따른 의정합의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부와 의협은 지난 27일 의정협의체 운영을 위한 3차 실무협의에서 우선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의·한·약·정 협의체를 별도로 구성해 검증을 진행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시범사업 평가를 통해 운영현황 분석, 사업의 적절성 및 타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라며 “요양급여비용 청구·지급자료, 진료기록, 요양기관별 소요 비용 자료 등을 분석하고 모니터링이 필요하면 시범기관 방문, 설문조사 등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의협, 가입자단체 첩약 급여화 필요성 한목소리  

30일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통과한 지난 7월 건정심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한의협 외에 건정심 가입자단체들이 일제히 급여화 추진에 힘을 보탰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첫째, 우리나라는 품질관리 기준 제도(GMP)가 있고 한약재 바코드시스템까지 도입하려 하고 있다. 어느 나라보다 안전성에 대한 신경을 쓰고 있다”라며 안전성 문제가 없다"고 급여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의협은 “둘째, 법적으로 한의원에서 규격화된 한약품은 제약회사를 거친 약재가 아니면 사용할 수 없고 처벌 규정도 높은 수준이다. 천연물에 대한 안전성을 연구하는 기반과 화학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을 연구하는 프로토콜은 다름을 인정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한의협은 또한 “셋째, 첩약 급여 시범사업은 단순히 건강증진 목적을 위한 급여가 아니라 환자들의 질환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 중에서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해 가장 이견이 적은 3개 분야에 대해 시작한다”고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2년 전 추나요법 건강보험 적용 때도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국민들에게 굉장한 도움이 되고 있다. 첩약의 경우에도 일본, 중국의 사례를 볼 때 안전성, 유효성 문제는 크게 우려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노총은 “정부가 한의사 면허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한의 행위, 특히 한약 관련해서는 제도권 내로 편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차원에서도 첩약 급여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YWCA연합회는 “첩약 안전성 논란에 대해 가장 민감한 사람은 가입자, 소비자 입장이다. 하지만 첩약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높았다는 점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라며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한의학계가 안전성, 효과성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고 보이는 만큼 시범사업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고 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소비자들은 현명하기 때문에 진짜 시장에서 문제가 있다면 자연 도태가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래서 안전성, 유효성 논란만 제기하기 보다는 빨리 시범사업을 시행해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갔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검증을 면밀히 할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본사업으로 가기 전 시범사업을 통해 형식적인 통과의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안전성, 유효성을 꼼꼼히 검증하는 시범사업이 됐으면 한다. 환자 본인 부담률이나 기간이 다소 제한적인 측면이 있으므로 제대로 추진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건보 재정을 고려하고 시범사업의 특성을 감안해 수가를 제한적으로 하고 모니터링을 통해 본 사업 실시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협, 병협, 약사회 등 공급자 단체 일제히 반대 의견 피력 

공급자 단체들은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이유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반대했지만 소수의견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건정심 통과 반대는 역부족이었다. 

대한의사협회는 반대 이유로 “우선 첩약 자체의 한의학 생의학제제의 규격화가 제대로 돼있는지와 그에 근거한 안전성과 독성에 대한 충분한 임상적 데이터 검증 후 임상적 유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첩약 급여화를 위한 최소한의 선결 조건”이라고 주문했다. 

의협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요양급여대상 여부 결정은 의학적 타당성, 의료적 중대성, 치료효과성, 비용효과성, 환자의 비용부담 정도 및 사회적 편익을 모두 충족해야 검토대상이 될 수 있다. 한방 첩약은 이를 만족시키지 못하므로 현행 실정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필수의료가 아닌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첩약에 대해 급여화하는 것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한병원협회는 “안전성, 유효성을 검증하는 과정은 언제나 과학적이어야 한다. 한방과 양방의 접근 방법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지가 명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목적에 맞게 사범사업 계획을 보완해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대한약사회는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은 제3차 한의약 육성계획에서 첩약보다 한약제제를 복용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정책과 대치되고 첩약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있다. 이에 따라 철회하거나 시기를 늦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차라리 한약제제의 유효성을 검증하는 것이 한의학 발전과 건강보험 재정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건보공단 "시범사업 심사와 모니터링 통해 판명해야...의한방 통합관리체계 구축 필요성"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시범사업에 대해 “한방과 의과를 이중잣대로 적용하는 쟁점이 있다. 과연 안전성, 유효성이 짧은 시범사업 기간 안에 판독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점이 있다”라며 “한방을 과학화하는 것은 좋지만 의과에서 하듯이 과학으로 해석하면 입증 방식에 있어 어려움이 있을 것이 분명하다. 시범사업에서 검토하는 내용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건보공단은 “보편적인 표준화가 돼있지 않은 첩약은 위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처방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또한 재현 가능한 효과가 시범사업에서 입증돼야 하므로 시범사업 과정에서 심사와 모니터링을 통해 판명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약이 GMP를 통해 한의원까지는 들어오는데, 한의원에서 환자에게 나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입증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부분이 투명하게 보이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보공단은 특히 한방과 의과 이중지출 문제를 들었다. 건보공단은 “의한방 통합관리체계가 구축되지 않으면 건보재정의 이중지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기획재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문제는 연간 제한된 금액 내에서 시범사업을 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우려가 적지만 시범사업 실시과정에서 안전성, 유효성을 엄정하게 따져보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범사업을 통해 결과를 잘 평가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건정심 공익위원인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안전성은 정규 모니터링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이 되나 유효성 논란은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양방의 과학적인 논리에 맞는 수준의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수가 산정기간을 늘리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병협의 양한방 의료일원화와 관련해 우선 의대 안에서 의과와 한방을 같이 교육해 통합된 면허인력을 배출하는 방안도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범의료계 투쟁 특별위원회는 한약사 1명이 근무하는 원외탕전실 1곳에서 1396곳 한의원의 첩약을 만들고 있다며 원외탕전실 관리 부실 문제를 밝혔다. 또한 의약품에 비해 의학적 타당성, 치료효과성, 비용효과성, 사회적 편익 등이 동등하게 평가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첩약 급여화의 부당함을 알릴 예정이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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