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한국에서는‘영국’을 ‘England’로 표기하기도 하고, ‘United Kingdom’을 가리킬 때도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등 정부가 영국을 기술한다면, 이 두 단어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꼭 이해해야 한다.

약 6500만 명의 인구로 형성된 United Kingdom은 England를 비롯해 Scotland, Wales & Northern Ireland 등 4개 나라로 구성돼 있다. 의사 수는 인구 1000 명 당 2.8명을 기록하고 있다(WHO, 2017). 국가별 의사 수를 비교하면 대한민국은 인구 1000명 당 2.3명이고, 유럽 지역의 평균치는 3.4명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전체 평균은 3.0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UK(United kingdom) 전체 6500만명의 인구 중 약 5500만명은 England에 살고 있는데, 이는 대한민국의 인구수와 비슷하다. 국토 면적 또한 England는 13만 제곱킬로미터, 대한민국은 10만 제곱킬로미터로 두 나라 간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은 UK가 4만달러, 한국은 3만2000달러다. 이 중 의료비 지출 규모는 UK가 GDP 대비 9.7%, 한국은 7.6%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기대수명 또한 UK 81.2세, 한국은 82.3세로 서로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2009년부터 주 48시간 이내 일하는 근로시간 지침 의무화 

필자가 인턴 신분이던 2002년에는 영국에서도 근로법 시행 전 단계라서 당직 근무를 맡으면 주당 91시간이라는 지금보다도 훨씬 더 혹독한 근무시간을 채워 일해야 했다. 24시간 근무, 36시간 연속근무도 가능했다. 하지만 2009년 8월 ‘유럽의 근로시간 지침(European Working Time Directive)’에 따라 하루 최대 근무시간이 13시간으로, 일주일에 48시간을 6개월 동안 평균치를 유지하도록 법으로 의무화됐다. 

당시 근무 시간을 반으로 줄이면서 동일한 환자 수를 안전하게 보살피려면 결국 병원(Hospital)에 근무하는 의사 수를 두 배 수준으로 증가시켜야 했다. 영국 연방에서 이주해 오는 외국 의사만으로는 필요한 의사 수를 채울 수 없다는 것을 알았던 만큼 영국 정부는 ‘48시간 근로시간 준수법’을 실행하기 약 10년 전부터 영국의 33개의 의과대학교 학생 정원을 늘리기 시작했다. 지난 2000년부터 2009년 사이 의사 수를 대략 30% 정도 늘렸으며, 이와 맞물려 국민의 의료 안전과 직결되는 전공의 근무시간도 법정 기준에 따라 줄였다.  

 ‘유럽의 근로시간 지침(European Working Time Directive)’에 따라 지난 2009년 8월부터 주당 근무 시간이 ‘48시간’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스페인에서 트럭 운전사들의 안전과 교통사고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제정한 법이 유럽 전체로 확대되면서 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인들도 환자의 안전을 위해 이 법을 따르도록 한 것이다.

영국의 National Health Service(NHS)는 2차 세계 대전 직후 1948년에 시작한 무료 국민 건강 서비스다. 이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조직으로 170만명의 직원들이 근무하며 이 중 의사는 약 15만명이, 간호사는 32만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환자는 정부에 세금을 내고 의료비는 100% 국가가 부담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영국에는 어느 NHS 병원이든 간에 진료비를 수납하는 ‘원무과’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영국은 세금의 19%를 NHS에 투입해 사용하고 있는데, 2018~2019년에 약 200조원 규모로 집계된다. 영국에서 모든 의료인에 대한 교육은 보건부(Department of Health) 소속인 Health Education England에서 지원하고 있는데 연간 7조원 규모이며, 전공의 교육에만 2조400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전공의를 받는 병원은 전공의의 급여와, 전공의를 교육하려면 환자진료 시간이 부족하기에 전공의 급여의 두 배를 Health Education England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예를 들면, 내시경을 가르치는 교육 내시경 방에는 흔히 소화기내과 교수가 8명의 환자를 보는 수를 그 절반으로 줄이고, 환자 4명에 대해서만 전공의가 교수와 함께, 해당 전공의 경력에 따라 내시경을 직접 하면서 교육을 받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영국 90%가 NHS, 수련기간은 3년~8년

영국의 의료는 크게 두개로 나뉜다. 먼저 하나는 약 90%에 해당하는 병원은 공공의료기관인 NHS이고, 나머지 10%는 런던을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사립병원들이다. 사립병원 소속 대부분의 의료인은 공공의료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수들이 일주일에 반나절에서 하루정도의 시간을 내어 공공의료병원이 아닌 사립병원에서 근무를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있다.

응급외상외과는 NHS 병원에서만 이뤄지고, 병원 규모와 의료인 수, 그리고 다양한 전문과들이 더 많은 공공의료 NHS 에서 대부분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영국 의대 교육의 목표는 안전한 인턴 1년차를 배출하는 데 있다. 의대마다 교육과정이나 교육 방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영국의학협회(General Medical Council; GMC)가 정한 기준에 따라야 한다. 1858년에 설립된 GMC는 모든 영국 의사들의 공식 등록을 관리하는 공공 기관으로써 정부 부처인 보건부와 명확히 분리돼 있다. GMC는 이처럼  의사면허 등록을 관리하는 일부터 필요에 따라 의사면허를 정지시키거나 박탈함으로써 ‘대중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 하고 증진 및 유지하는’ 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의과대학 졸업 후 받는 GMC 의사 자격증은 독립적인 의사 자격증이라기보다는 수련과정을 시작할 수 있는 일종의 자격증으로 이해하면 좋다.

한국과는 달리 영국에서는 의과대학 졸업 후 독립적인 의료행위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진료과에 따라 최소 5년에서 10년 정도 소요되는 영국의 모든 전공의 교육은 NHS가 제공한다. 

의과대학 점수와 국가적성검사 점수에 따라 전국에 있는 모든 공공의료병원(NHS Hospitals)에 있는 인턴(Foundation programme) 자리로 의과대학 졸업생들이 보내져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한국에서처럼 일부 대형 수련병원이나 수도권으로 전공의 쏠림 형상을 영국에서는 볼 수 없다. 인턴은 2년 동안 4개월씩 6개의 다른 진료과를 돌면서 외과와 내과는 기본으로, 다른 4개의 진료과를 경험하게 된다. 가장 짧은 전문의 수련 기간은 가정의학과로 인턴 후 3년이고, 수련 기간이 가장 긴 분야는 인턴 2년 후 외과로 8년이 소요된다. 병리학과, 내과, 안과, 정신과, 소아과 등 진료과에 따라 수련기간이 최소 4년에서 8년 정도 걸린다.

진료과마다 매년, 몇 명의 전문의들이 필요할지에 대해 진료 량 및 근무 계획 등에 따라, 영국 전체에 필요한 전문의 수를 정하고, 모든 과의 전문의들은 일 년에 한 번씩 실시되는 선정 과정을 거친 후 전국으로 배정된다. 영국에 6년 후 소아과 의사가 몇 명이 필요한가를 계산한 뒤 그 수에 맞게 전문의들을 뽑는 방식이다. 

UK에 가정의학과 의사 수는 약 4만3000명이고, 전국 9800개의 일차병원에서(한국의 의원급 의료기관) 근무한다. 1인에 의해 운영되는 병원은 거의 없고, 몇 명의 가정의학과 의사들이 모여 General Practice를 형성해 일차의료를 제공하다. 영국에 사는 모든 국민은 집 근처에 있는 General Practice에 등록을 하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from cradle to grave) 주치의가 정해진다.

가정의학과 의사는 1명 당 평균적으로 2000명의 국민을 돌보고 있다. 3차 병원 의사도 환자 입장에서 자신의 집 근처 1차 병원의 가정의학과 주치의가 있다. 대부분의 질환들에 대해 최초로 접하면서 필요에 따라 해당 전문의에게 의뢰하거나, 만성질환을 돌보거나 질병 예방을 주로 하는 활동을 하게 된다.

암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을 때는 2주 pathway 로 병원(Hospital)에 보내진다. 영국에서 일차병원의 가정의학과 의사들은 NHS의 기반이며, 온 국민의 건강을 유지해주는 의사들이다. 그러므로 이 분야 의사 수를 증가시키고 이 과로 전공의들을 끌어 모이기 위해 보건부는 약 20년 전부터 가정의학과 의사에게 급여 인상과 저녁이나 주말 당직을 감면해주는 일종의 유인책을 적용하고 있다. 


'의료인 안전이 곧 국민 건강'이라는 인식에서 출발 

영국 NHS는 공무원은 아니지만, 보건부를 통해 운영이 되는 만큼 그에 속한 의료인들의 복지도 잘 돼있다. 전공의를 포함한 모든 여직원들은 52주(1년)의 출산 휴가가 보장돼 있다. 출산 휴가 전에 일주일간 일을 했든, 파트타임이었든, 이는 산모에게 주어진 자격이고, 출산 후 공용 보장은 물론 원한다면 파트타임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진다. 12개월 이상 근무한 산모에게는 출산휴가비도 나온다.

병원에서는 첫 8주는 월급의 100%, 나머지 18주는 50%가 나오고, 따로 나라에서 영국 모든 근로자 산모에게 주는 출산급여(Statutory Maternity Pay)는 10개월까지 610파운드(91만원)가 매달 나온다. 단, 12개월까지 출산 휴가를 원하는 산모들은 마지막 2개월은 월급이 없는 무급이 적용된다. 이 출산휴가의 모든 혜택은 아이가 일찍 태어나거나, 24주 후 유산, 아니면 사산을 해도 똑같이 받는다. 아이를 법적으로 입양을 해도 출산 휴가와 급여를 똑같이 받는다.

2015년부터는 영국은 북유럽을 따라 아빠도 같이 출산 휴가를 나눠 쓸 수 있다. 엄마가 아빠보다 월급이 더 높은 직업이면, 아빠가 휴가를 쓰는 게 경제적으로 더 유리할 수가 있다. 영국 모든 전문의 교육을 하는 병원에서는 육아보육원이 아침 6시30분부터 저녁6시 30분까지 생후 0개월부터 만 5살까지 아이들을 받는다. 

1993년에 졸업한 2507명의 영국의사들의 설문지에 따르면 졸업 18년 후에는 87%가 영국 NHS 의사로서 일을 하고 있었다. 2차, 3차병원(hospitals)에는 70%의 남자 의사들이, 그리고, 52%의 여자 의사들이 근무를 하고 있었지만, 분야는 달랐다. 외과에는 남자가 더 많았고, 소아과, 산부인과, 임상 종양학, 병리학 그리고 정신과에는 여의사들이 더 많았다. 

나머지 의사들의 대부분은 1차병원(general practice)에서 근무했고, 여의사들이 더 많았다. 가장 큰 차이점은 less-than-full-time(파트타임) 근무였다. 설문지에 답한 의사들은 대부분 40대 초반이었고 63%의 여의사들은 파트타임으로 근무를 한다고 보고했다. 그에 비해 약 8% 정도 남성 의사들만이 파트타임을 유지하고 있었다. 

같은 학력과 의대 교육량, 그리고 전공의 교육과정을 모두 다 밟는대도 출산 후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면, 의사 수가 두 배 정도 필요하다. 이에 따라 여의사 수 증가에 대한 우려를 담은 신문 기사들이 가끔 나올 때도 있다. 하지만 숫자로만 의사들의 가치를 보고 진료의 질은 고려하지 않는 주장이다. 

영국은 법으로 모든 근로자들에게는 1년에 28일의 유급휴가가 주어진다. 그리고 회사마다 여기에 더해 더 많은 휴가를 줄 수 있다(National Health Service처럼). 8일의 공휴일이 28일에 포함이 되지 않아도 된다. 이는 최소 20일 + 8 일이다. 영국 NHS에서 유급휴가는 근무 첫 5년 동안 1년에 27일 더하기 공휴일 8일 이고, 5년에서 10년 사이는 29일 + 8일, 그리고 6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들은 1년에 주말을 제외한 33일 + 공휴일 8일을 부여받는다.

공휴일에 당직을 서면 필요한 다른 날에 대체로 받는다. 이러한 유급휴가는 영국 NHS에서 근무하는170만 명에게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 법정 근무시간의 50% 파트타임으로 근무하게 되면, 유급휴가도 50% 받는다. 

수련 의사들은 유급휴가 외 학업휴가로 14일을 따로 받는다. 의료인의 계속적인 교육을 위해 주말을 포함해 거의 3주 정도 더 받는다. 이래서 병원의사들은 1년에 유급휴가 6주, 공휴일 1주 반, 학업휴가 3주 정도를 적용하게 되면 52주 근무 기간은 실제 42주도 안 된다. 이에 맞춰 수술과 외래 스케줄이 결정된다.

환자들과 남아 있는 팀이 균형을 맞추기를 위해 어느 휴가이든 적어도 6주 전부터 요청해야 한다. 의사 수가 바뀌면 안 되는 응급의학과나 4개월 마다 과를 교대해야 하는 전공의가 있을 경우, 4개월 안에 10일씩 유급휴가를 써야 하기에 간혹 교대를 위해 정해진 날짜에 휴가를 써야할 경우도 있다. 

아시아 나라들과 비교해 영국은 휴가일수가 많지만, 유럽 지역 국가들 중에서는 가장 많은 근무 시간을 유지하고 있다. 법적으로 보장된 것이 주 48시간 근무제인 것이지, 실제 대부분의 의사들은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일터에서 보내고 있다.

영국 병원에서는 비교적 많은 근무 시간과 스트레스로 인한 ‘번 아웃’에 대비해 ‘resilience training’, 번 아웃 예방 그리고 휴가를 꼭 챙기는데 갈수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의료인의 정신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치료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