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교육은 의사 개인의 사유재라는 인식, 필수의료부터 시작하면 전공의 양성 국가 지원 가능할 것
[전공의, 양질의 교육을 받는 의사로④] 이우용 대한의사협회 학술이사·삼성서울병원 외과 교수
전공의는 더 이상 값싼 진료를 하는 노동자가 아닌 양질의 교육을 받아야 하는 의사로 인식돼야 한다. 올바른 전공의 교육을 통해 사회적으로 필요한 전문의사를 양성하고 환자 안전과 필수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의료계와 정부 모두가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의료계는 전공의 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고, 정부는 전공의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메디게이트뉴스는 5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주최로 열린 '의사 양성비용 국가지원 모색 토론회' 후속 기획으로 전문가들과 함께 전공의 교육과 이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을 짚어봤다.
얼마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 연구소 주관으로 의사양성비용 국가지원 토론회가 열렸다.이 자리에서 전반적인 의사 양성에 대한 이야기가 다뤄졌다. 특히 전공의 양성에 대한 국가책임에 대한 열띤 논란이 있었다.
우리 나라도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의사 인력 양성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지고 진행하자는데 대해서는 의료계 내부의 컨센서스는 이미 충분하다. 의료계가 아닌 일반 국민에게 이 문제가 얼마나 동의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하고 종료됐다.
필자가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 학술이사 등을 담당해 오면서 이 문제를 논의한 담당 공무원이나 시민단체와 논의한 경험에서 이미 예견할 수 있었다. 당시 가장 많이 들었던 대답은 '의사가 전공의를 하는 것은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것인데, 왜 이러한 사유재에 국가가 양성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제외한 다른 모든 문제에서 의료는 강력한 공공재로써 역할을 요구 받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며 동일한 의료를 사안에 따라 공공재,사유재로써 이중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이 문제 해결의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정부당국도 그간 전공의를 미래 의료의 중요한 자원이라기보다는 병원에서 싼값에 써먹을 수 있는 인력으로 배정해 온 관행을 바꿔야 한다. 필요한 분야에 제대로 된 전공의가 배출될 수 있도록 인식을 바꿔야 하며, 결국 이러한 이중성과 인식이 바뀔 때 이 논의가 한 걸음 더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의 진행과 더불어 우리 의료계 내에서도 국민들의 인식을 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첫째로, 우리나라에 필요한 전문의 수에 대한 정확한 추계를 빨리 결정해야 한다. 영국의 경우 국가 전체 뿐 아니라 지역별로 필요한 전문의 수에 대한 정확한 추계로 의료자원이 모자라거나 낭비되지 않도록 양성하고 있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국내에서는 정확한 추계없이 각 병원의 필요인력, 즉 국가 전체의 전문의 수가 아니라 개별 병원의 전공의 필요에 따라 전공의 수가 결정돼온 것이 사실이다.
또한 각 개별 학회의 위상과 결부돼 전공의 수를 조정할 수 없는 기형적인 구조였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이라도 우리나라에 필요한 전문의 수 추계를 마치고 이에 따른 전공의를 교육하는 것이 국민들의 동의를 받는 첫째 조건이라고 생각된다.
둘째로, 현재 각 병원,각 학회 별로 상이한 전문의 양성 프로토콜 및 시스템을 질 평가를 통해 제대로 교육하는 기관과 그렇지 않은 기관을 차이를 둬야 한다. 제대로 된 교육기관만 남도록 하는 평가 시스템을 확립해 전공의 교육 수준을 올려야 한다.
셋째로, 국가의 지원이 시작된다면 지원 금액이 제대로 교육에 투입되는지 검증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일부 학회에서 전공의에 대한 지도전문의를 지정하고 이들이 전공의 교육에 책임을 지면서 진료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교육할 수 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국가 지원이 시작된다면 그간 투입됐던 전공의 교육비를 메꾸어 주는 방식이 아니라 더 좋은 교육을 위한 새로운 투자가 될 수 있도록 제도적 안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공의 양성 비용 국가 지원을 전면적으로 시행하면 좋겠으나 국민적인 동의가 적고, 또한 이 제도에 대한 성과에 대한 의구심도 많은 현실을 생각해봐야 한다. 이 때 전면적인 실시보다는 국민의 동의가 비교적 용이한 필수 과목에 대한 지원을 먼저 하는 것을 건의해 본다.
필자가 의료계가 아닌 이들과 대화를 할 때 가장 많이 들은 것은 '돈 많이 벌고 편하게 사는 의사의 양성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물론 일부 의사들이 국민들 눈에 그렇게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의사 특히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과목의 의사들은 그러한 삶과 관련이 없다는 것은 이미 국민들도 알고 있다. 또한 이들 과목의 지원율 저하는 10년 내에 대한민국에 수술 절벽을 가져 올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일부 지역은 분만할 수 있는 병원이 없고, 일부 지자체는 해당 과목 전공의가 아예 한 명도 없는 불행한 사태가 벌써 시작되고 있다.
필수의료 과목의 전공의 양성을 국가가 지원하는 것은 '돈 많이 벌고 편한 의사'가 아닌 국가와 국민의 건강을 위해 밤새워 노력하는 필수의료 의사를 양상해 내는 것이다. 의사에 대한 사회의 이중적인 잣대에서 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전면적으로 전공의 교육의 국가 지원을 시행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본다. 이에 작지만 필수적인 분야에서 먼저 시작해 국민 동의를 얻어 가는 것이 이 논의를 실행으로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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