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7.26 07:16최종 업데이트 22.08.0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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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자 없는 공공임상교수제…관료주의·의사의 전문직업성 취약한 공공의료기관 근본 문제

[칼럼] 안덕선 전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지난 6월 교육부는 10개 국립대병원을 통해 공공임상교수제 시범사업을 위한 공모를 했다. 그러나 150명 모집에 겨우 12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7월부터 근무 예정이었던 제도인데, 지원자가 없어 시작도 못하는 딱한 처지가 된 것이다. 정년 보장이 아닌 계약직인데다, 아직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아 안정적인 신분도 보장받지 못해 지원자가 저조했다.  

지원자 150명에 12명, 교육부 시범사업에 응답 없는 의료계  

일단 공공임상교수라는 이름은 명칭만 봐서는 무엇을 하는 의사인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통상 보건의료인력에 관한 부분은 보건복지부가 주무부처인데, 공공임상교수제도는 교육부의 작품이다. 보건의료 인력양성을 위한 고등교육제도는 물론 교육부 소관이다. 그러나 외국에는 보건의료인력 양성에 관한 업무도 교육부가 아닌 복지부가 담당하는 나라들이 많다. 의과대학, 전공의교육, 평생전문직업성개발, 국가면허시험 등 의사양성 관련 업무는 복지부로 단일화해 직무의 분절화를 피하고 정책 일관성과 직무 수월성을 추구한다.

공공임상교수제도는 국립대와 지방의료기관 등 속칭 공공의료기관의 조언을 받아들여 전임 대통령이 임기 말에 검토를 지시했고 교육부가 이를 재빨리 시범 사업화한 것이다. 필수인력의 공공의료기관 유인책을 별난 명칭의 교수제도로 풀다 보니 복지부가 아닌 교육부 사업이 된 것이다.  아울러 교육부는 기존의 국립대학에 대한 영향력을 적십자병원, 지방의료원 등 41개 공공의료기관으로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우리나라는 의사인력 양성제도를 위해 관련부서인 복지부, 국방부, 그리고 교육부가 협치를 통해 현대적인 인력자원 기획을 해본 적이 없다. 이런 배경에도 공공의료기관의 의사 인력 조달을 교육부가 예산과 제도를 만들어 의욕적으로 시범사업을 펼쳤으나, 정작 의료계는 응답이 없는 것이다. 교육부가 과연 의사인력에 관한 전문성이나 부처로의 역량이 충분한 것인지도 의구심이 앞선다.

시범사업을 위해 교육부는 보건복지부, 국립대병원협회, 지방의료원연합회, 시도지사협의회 및 적십자의료원 등 지역공공보건의료 수행 주체들과 긴밀한 협의를 했고 공청회나 토론회도 거쳐 여러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청취의 형식적 절차는 밟았다. 토론회에 참가한 의료관리학 교수는  새로운 시범사업이 공공의료 발전을 위한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런 장밋빛 시범사업에 지원자가 없다는 것은 참 황당한 일이다.  

공공임상의사제도는 공공의료기관 인력 충원을 위해 국립대 교수라는 직함을 이용한 유인책을 쓴 것인데 먹혀들지 않은 것이다. 우선 응모대상자가 공공임상교수의 역할과 위치가 어떤지 정확하게 예측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상한 이름의 교수제도를 시범사업화한 이유는 감염병 같은 재난 대응과 필수 의료 및 수련 교육 등이 목적이라고 한다. 이것이 목적이었다면 본래 재난, 감염병 그리고 필수의료와 전공의교육에 관한 커다란 계획을 바탕으로 인력 충원의 한 방법론으로 충분히 논의된 후 시작돼야 한다.

그리고 시범사업 이전에 선진국이라면 갖춰야 할 HRH(Human Resourse in Health)에 대한 기본적 역량으로써 필수의료나 전공의교육에 대한 국가 차원의 현황 파악과 이를 근거로 한 치밀하고 지속가능한 목표설정이 선행돼야 한다. 

2500명 공보의가 공공의료기관에 매력을 갖도록 제도화해야 

대통령 지시 이후 불과 3개월 만에 만들어낸 새 제도가 진정 보건의료인력계획의 일부인지, 아니면 교육부를 위한 공공의료기관 인력충원 논리개발인지 명확하지 않다.  차라리 국립의대를 정부가 예산 지원해 정규 교수임용 절차를 통해 교수진의 증원을 도모하고 지역의 공공병원과 연계해 순환근무시키는 것이 더 간단해 보인다. 병원장 발령 교수는 엄밀히 보면 교육부 등록 교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의과대학과 의과대학병원, 그리고 공공의료기관이 각기 다른 거버넌스를 갖고 있는데 공공임상교수를 위한 별도의 거버넌스의 주체는 누구인지도 궁금하다.

순환 근무대상인 공공병원은 지방자치기구 소속이 많다. 이들 병원이 지자체가 아닌 국립대병원장이 관할하는 교육지정 병원인지 그리고  제한된 분야의 연구도 가능한 수준인지도 궁금하다. 정년보장계열 대학교수는 65세가 정년이다. 공공임상교수에게 안정적 신분을 보장한다는데 연금이나 은퇴연령도 궁금하다. 국립대가 사회적 책무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공공의료기관 충원을 위한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셈인데, 달리 해석하면 ‘근무지제한임상교수제도’로 보인다.

혹시라도 공공임상교수 신분이 국립대병원에서 기능적 구별이 아닌 차별적 요소는 없는지도 잘 살펴봐야 한다. 교육부는 시범사업의 장점으로 공공임상교수는 대학병원과 공공의료기관의 순환 근무로 공공의료기관 의료수요 지원도 하고 대학병원 근무로 자기개발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제시했다. 이런 장점에도 정작 응모자가 없는 것이다. 물론 짧은 시간에 충분히 홍보하고 공지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의사들이 갖는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간과할 사안은 아니다. 공공의료기관이 관료주의적이고 의사의 전문직업성 발휘가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제도적 약점이 존재한다. 

공공의료기관의 운영을 차라리 국가차원의 단일 기구가 총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영국처럼 국가의료서비스(UK National Health Service)와 유사한 기구를 설립해 모든 공공의료기관 운영의 책임을 맡기는 것이다. 미국은 6500여명의 장교 신분의 보건의료인으로 구성된 연방정부소속 준군사조직인 US Public Health Care Service를 운영하고 있다. 재난이나 공공기관, 연구소, 해외 파견 등 특수목적의 공중보건의료서비스를 제도권에 두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명령에 의해 순환 근무도 해야 하고 급여가 특히 높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군대에 준하는 진급제도와 연금 등 다양한 혜택으로 의사를 위시한 많은 보건의료인이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군복무를 대신해 공중보건의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500여명이나 되는 엄청난 규모의 의사 인력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서는 커다란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가난하던 시절 의료기관이 없던 곳에 배치한 인력들인데, 이제는 이들 근무지 절반 이상에  의료기관이 존재한다. 공보의 3년 기간의 근무를 사회와 시대의 요구에 맞게 다시 잘 설계하고 공공기관 근무에 대한 매력과 관심을 갖도록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의 공보의 제도를 잘 활용한다면 우리나라에 약 2400명의 공공의료 인력이 필요하다는 의료관리학자의 의견을 충족시킬 수도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10개 국립의대에서 150명 선발 목표였던 교육부의 공공임상교수제도시범사업의 황망한 사례를 보며 의료인적자원(Human Resource in Health)에 대한 국가적 역량의 한계가 느껴지기도 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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