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의모, 한의협의 한의사∙양의사 호칭 구분 주장 반박…"현대의학 의사에게 양의사 표현 쓰는 나라 없어"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가 한의사와 양의사 명칭을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의료계에서 반박이 나왔다.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의사들의 모임(공의모)은 8일 성명서를 통해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현대의학을 전공한 의사에게 ‘양의사’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한한의사협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1900년 대한제국 광무 4년에 반포된 의사규칙이 ‘의학에 통달해 진맥과 침, 뜸, 한약을 처방하는 자’를 의사로 규정하고 있다며 현대의학을 전공한 의사는 ‘양의사’라는 명칭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의모는 “한의협이 120년 전 대한제국 시절의 규정을 끌어와 양의사라는 용어를 주장하는 건 오히려 한의사 제도가 얼마나 전근대적인지를 반증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한의사 제도는 일제강점기에 처음으로 규정됐고, 1951년 의료법이 제정되면서 현대 한국의 한의사 제도가 재정립됐다”며 “당시 일본은 전통의학을 의료 시스템에서 배제하고 서양 의학으로 의료체계를 재편한 반면, 식민지 조선에서는 한의사 제도를 별도로 규정했다”고 했다.
이어 “한의협은 보도자료에서 양의사라는 호칭을 사용해 보건의료계에 남은 일제의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의학과 한의사라는 용어 자체는 일제강점기에 생긴 것”이라며 “일본은 오히려 일본전통 의학을 별도의 학문으로 취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 사실은 한의사 제도가 오히려 일제의 식민지배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공의모는 또 조선 개화파의 대표적 인물로 독립운동에도 투신했던 서재필이 한의학 대신 현대의학을 택했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서재필은 미국 콜럼비아 의대(현 조지워싱턴대)를 졸업해 미국에서 최초의 한국인 의사가 된 인물이기도 하다.
공의모는 “조선의 개화파는 한의학이 아닌 현대의학을 선택했다.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고 구한말의 전근대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의사 제도의 폐지가 필요하다”며 “양의사라는 단어에 대한 한의협의 고집이 구시대적 적폐로 여겨질 수밖에 없음을 깨닫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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