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5.23 17:07최종 업데이트 24.05.2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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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자 발표 전 삭제된 의사국시 실기시험 CCTV…시행 2년 뒤에야 공문에 명기

2019년부터 예고 없이 20일만에 삭제…증거보전신청 제출할 길 없어 불합격자 이의제기 소송 '패'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의사국시 실기시험의 CCTV 영상 보존기간이 1년에서 20일로 대폭 감소한 가운데 그 시기가 의사국시 불합격생들의 이의제기 관련 소송 직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시원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는 이 내용을 공고문에조차 적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나 일부 의대생들은 국시원의 CCTV 영상 폐기가 의도적이라며 관련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23일 메디게이트뉴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2019년 의사국시 응시생들이 국시원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 직후부터 CCTV 영상을 의사국시 실기시험 합격자 발표일보다 앞서 삭제했다.
 
제보자 제공

국시원은 2012년도 제76회 의사국시 실기시험부터 2019년도 제83회 의사국시 실기시험까지는 시험일자로부터 1년까지 CCTV를 보유하고 있다가 이듬해 6월 말과 7월 초 만료 일자에 따라 CCTV를 파기했다.

하지만 2020년도 제84회 의사국시 실기시험은 실제 시험이 2019년 9월부터 11월까지 치뤄졌지만 파기일자는 2019년 12월 14일로 마지막 시험 후 약 20일만에 영상이 파기됐다.

문제는 해당 시험의 합격자 발표일은 12월 20일로, 합격자 발표가 이뤄지기도 전에 CCTV 영상이 삭제됐다는 점이다.

2021년도 제85회 의사국시 실기시험 역시 실제 시험이 2020년 9~11월에 시행됐고, 합격자 발표는 2020년 12월 18일에 이뤄졌으나 CCTV 영상은 그 전인 12월 17일 파기됐다.

2022년도 제86회 상반기 시험 역시 2021년 1~2월에 진행됐으나 파기는 2021년 5월 7일에 이뤄졌다.

무엇보다 국시원은 제84회부터 제86회 상반기 실기시험까지 20일 후 CCTV 영상을 파기한다는 사실을 공문에 명기하지 않았다.

국시원은 2022년도 제86회 하반기 시험에서야 공문에 '응시동영상은 실기시험의 안전사고 및 화재예방을 목적으로 촬영한 영상물로서 시험종료 20일 후 폐기한다'는 문구를 추가했고, 실제 영상은 합격자 발표일인 2021년 11월 26일보다 앞선 2021년 11월 24일 파기됐다.

2023년도 의사국시 불합격 이후 이의제기를 위해 CCTV 영상 공개를 요청했던 응시자 A씨는 국시원의 CCTV 삭제는 사실상 이의제기를 원천 봉쇄하는 것으로 응시자들의 정당한 이의제기를 가로막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A씨는 "서술형 시험지 답안 원본을 합격자 발표일 이전에 소각한 것과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비슷한 시험을 관할하는 관할처들은 시험지 및 관련 서류를 적어도 1년 이상 보유하고 있다.

변호사 시험을 관할하는 법무부도 논술시험지 원본을 5년 간 보관하고 있으며, 행정고시 5급 공채를 관할하는인사혁신처는 경력직 합격자 및 불합격자에 대해 개인정보 보유 제한 필요성이 있어 지원서류 전체를 각 3년 및 5년만 보관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역시 모든 시험 답안지를 합격자 발표일로부터 1년 보관하고 있다.

특히 A씨는 국시원이 2019년 실기시험 불합격생 6명이 공동으로 국시원을 상대로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에서 패배한 직후부터 노골적으로 CCTV 영상을 삭제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국시원이 실시시험 이의제기가 영상 공개를 요청하는 소송으로 이어지지 못하도록할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국시원은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패한 이후에도 CCTV는 실기시험 재평가 자료로 사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것이다.

국시원의 CCTV 삭제는 실제로 응시자들의 불합격처분 취소 소송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3년 타국 의사 면허를 갖고 있던 모 대학병원 B교수가 국내 의사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실기시험을 치뤘는데 시험에서 탈락했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해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B 교수의 불합격처분 취소를 요청할 근거인 실기시험 CCTV는 이미 삭제돼 있었고, 증거보전신청을 제출할 길이 없어 재판부는 행정청의 폭넓은 재량권을 인정해 B씨의 소송을 기각했다.

A씨는 "국시원은 응시자의 얼굴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그것이 '개인정보'라는 궤변을 하고 있다"며 "실기시험 CCTV는 실기시험의 평가를 위한 유일한 근거자료인데 이를 시험결과 발표 전에 삭제하고, 2020년까지는 이 내용을 공고문에 기재하지 않은 것은 다분히 응시자들의 이의제기를 막기 위한 행정편의적 행태"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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