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안덕선 소장은 9일 제23차 한국과총·의학한림원·과학기술한림원 온라인 공동포럼에서 "코로나19가 공공의 이데올로기를 등장시키고 전문직과 관료주의의 충돌을 가속화시켰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에 대처한다는 명목으로 민주화 세력에 의한 전체주의가 출현했고 이들에 의해 공공의 이데올로기가 결국 공공의료 논란으로 귀결됐다는 논리다.
안 소장은 "코로나19와 방역 과정에서 개원가와 중소병원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정부는 공공성을 들먹이면서 공공병원, 공공의대, 의대정원 정책 등을 강력히 추진하려고 했다"며 "이는 전문직과 관료주의의 충돌로 이어졌고 결국 의사 파업이라는 대대적인 사건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안 소장은 정부의 명령과 통제로 점철된 관료주의적 의료정책이 더욱 강화됐다고 봤다.
관련해 그는 "정책적 전문성이 결여된 제도들로 인해 의료계와 정부는 끊임없이 부딪혔다. 이에 정부와 국회는 의사단체를 비난하는 여론전과 보복성 법안을 쏟아냈다"며 "결과적으로 의료집단에 대한 통제와 명령적인 관료주의 정책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 소장은 “의료기관이 거대자본화되면서 피고용 의사가 늘어나고 개원을 해도 정부에서 급여를 받기 때문에 의료행위는 자유업의 형태를 점점 잃고 있다”며 “전문직의 노동계급화에 따라 의사 파업권을 보장하고 의사 이익단체를 비도덕적인 집단으로 몰지말고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안 소장은 코로나19 과정에서 정부가 기존 공공 의료인력인 공중보건의사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새로운 공공의사를 양성하겠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기존 인력들은 방역 상황에서 적재적소에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안 소장은 "월 300만원 정도로 소중한 의료인력을 사용할 수 있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다. 그러나 공보의가 소중한 인적자산이라는 인식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보의는 감염병 확산 지역에 즉각 투입이 가능한 자원이지만 신분상 한계로 감염관리 거버넌스 참여가 불가했다”면서 “소속기관 별 보상의 차등으로 상대적 박탈감 등도 유발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공 의료인력을 새로 키운다고 말하기 전에 공보의에 대한 적정한 직급 부여와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감염병 등 특수 상황을 고려해 정당한 보상과 규정을 명시하고 적절한 직무교육 등으로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이 적절하다"고 제시했다.
안 소장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코로나19 이후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재난으로 인한 의료기관의 생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새로운 의료체계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견해다.
안 소장은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지금까지 유지되던 행위별수가제도가 의료이용 자체가 줄었을 때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취약성이 드러났다"며 "단위와 기관별 의료기관들의 무한경쟁을 탈피하기 위해 지불제도를 단순히 질병에서 건강 향상 성과나 가능성에 대한 보상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사의 다양한 근무형태와 다양한 수입 배분도 가능하며 전문직 주도의 자발적인 시범사업과 사전 교육도 필요하다"며 "공급자간 협치를 통한 연합체 구성의 난제도 풀어야 할 숙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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