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전공의의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병원 화장실에 숨어 울던 일년차 초반이 얼마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 새 2년차의 3분의 1이 지나가고 있다 (미국 병원은 7월부터 한 해를 시작한다). 바로 펠로우 과정을 밟는 경우, 3년차 초에 펠로우 지원을 해야하므로 이제 일 년 후면 졸국 후 향방을 벌써 가늠하고 있게 되는 것이다.
한국 의대 졸업생으로서 미국 레지던트에 지원하고 선발되는 과정 (매치, Match), 또 타국으로 건너와 낯선 시스템과 낯선 사람들 사이에 외국어로 전공의 수련을 받는다는 것은 산 너머 산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비자가 필요한 외국 의대 졸업생으로서 미국의사시험(USMLE)를 통과하고 전공의 선발 과정을 거치는 것은 여러 개의 좁은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가파른 산처럼 느껴졌는데, 막상 그 관문을 모두 통과해 원하던 병원에서 일 년차를 시작하고 나니, 적응하는 과정이 더 가파른 또 하나의 산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도 경쟁률이 높은 심장내과 세부전공을 생각하고 있는 나와 상당수의 전공의 동기들은, 이제 내년이면 펠로우 지원이라는 또 하나의 산을 전공의 수련과 함께 거쳐야 한다.
일년차 초기의 내게 힘들었던 요소는 여러 가지였다. 그저 따라잡고 일을 하기만도 벅찼던 빠른 근무환경과 낯선 시스템에 적응하는 과정 자체가 가장 힘들었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들, 인턴조차 하지 않은 채 미국에 건너와 생전 담당해 본 적 없었던 아픈 환자들을 눈앞에 마주했을 때의 갈등이 모두 내 책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그렇게 답답하게 느껴졌던 시기는 처음이었다. 솔직히 말해 이년차 초반, 지금도 이 마음에서 벗어났다고는 하지 못하겠다.
최근 한국에서 갓 내과 전문의가 된 동기들과 대화를 나누며 깨달았다. 수련을 받으며 마음이 단단해진다는 것은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이 있음을 깨닫는 것, 내 의욕과 욕심을 뒤로 하고, 현 상황에서 환자를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를 알아보는 일이라는 것. 그리고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돌아봤을 때 어느 순간 달라져 있을 것이라는 것.
그렇게 나는 오늘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 주위에서 각자만의, 하지만 모두 비슷한, 싸움을 하고 있는 전공의 동료들의 손을 잡고, 다시금 병원으로 나선다.
※이번 만화는 UT Southwestern Medical Center 내과 '2023 Healing Arts Journal'에 기고했던 그림을 바탕으로 번역 및 각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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