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복지부 “의대정원, 논의 의제는 될 수 있지만 2000명 조정은 불가”…이르면 20일 의대별 정원 발표까지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가 의대증원2000명에 대해 “논의할 수 있지만 타협이나 협상 대상은 아니다”라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고수하며 혼란을 키우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에 대해 의대증원 2000명 강행을 위한 명분 쌓기용 발언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대화를 제시했지만, 의료계가 거부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거라는 것이다.
대통령실 장상윤 사회수석은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의대증원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장 수석은 ‘정부가 의대정원 2000명 증원 입장에서 하나도 못 줄인다는 입장을 조금 접어야 대화의 장이 열리는 것 아니냐’는 진행자 물음에 “그 의제에 대해서는 저희는 오픈돼 있다”고 했다.
이어 “의료계가 주장하는 350~500명 증원에 대한 근거를 제시해 줬으면 한다"며 "인력 수급 문제를 '500명은 과하니 300명 정도면 되겠다'는 식으로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일각에선 대통령실이 증원 규모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장 수석은 즉시 부인했다.
그는 해당 방송 후 기자들과 만나 “논의하는 의제는 오픈이지만, 2000명 조정은 타협이나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며 “정부는 의료계와 모든 의제에 대해 논의 가능하며 2000명 증원에 대한 과학적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설명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 같은 장 수석의 발언은 보건복지부가 사태 초기부터 밝혀온 입장과 유사하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은 지난 2월 26일 정례브리핑에서 “정원을 포함한 모든 의제가 대화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당시 박 차관은 “다만 정부는 2000명이 왜 최소한으로 필요한지 설명을 누차 드렸고, 현재는 그런 판단에 변화가 없다”며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태로 정부에 대화를 요구하는 것은, 그런 것에 정부가 호응을 해서 2000명도 줄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줄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박 차관은 약 3주 뒤인 이날 브리핑에서도 “모든 논제에 대해 대화가 가능하다. 다만 정부는 2000명 증원에 대해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조만간 전국 의대별 정원을 발표할 계획이라는 점도 사실상 증원 규모 조정이나 철회 의지가 없음을 추측하게 하는 대목이다. 의대증원에 대해 논의를 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2000명 증원을 못박는 수순을 밟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날 뉴시스 등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르면 이틀 뒤(20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이주호 교육부 장관 겸 부총리가 각 의대별 정원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는 2000명 의대증원을 그대로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며 “애초에 의료계와 대화할 의지는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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