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최미연 칼럼니스트·변호사] 만약 의사 A가 교통사고 환자 B에 대해 일부 진료만 한 후 기타 진료도 한 것처럼 자동차보험사에 과다청구한 경우, 어떤 제재를 받게 될까.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이나 의료급여법상 의료급여비용을 거짓청구하는 경우라면 해당 의사는 각 법령에 따라 업무정지처분뿐만 아니라 의료법에 따른 자격정지처분도 받을 수 있고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여기서 ‘거짓청구’는 허위청구라는 용어로도 사용하며 비용청구의 대상이 되는 진료행위를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진료비용을 청구하거나 일부 진료만 하고 그 외의 진료비용을 과다청구한 경우 등을 의미한다.
위 사례에서 의사 A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아닌, 환자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사에 진료수가를 과다청구 하는 경우 역시 거짓청구로서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국민건강보험법상의 요양급여를 청구한 것은 아니므로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의 대상은 아니다.
다만, 의료법상 자격정지처분의 대상에 해당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7호 규정상 ‘관련 서류를 위조·변조하거나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청구한 때’에 해당하는 경우,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보건복지부령)에 따라 자격정지 기간을 산정하도록 규정돼 있다.
구체적인 자격정지 기간은 월평균 거짓금액과 거짓청구비율에 따라 정해진다.
그러나 해당 규정을 보면, 월평균 거짓금액이나 진료급여비용 총액을 산정할 때 ‘국민건강보험공단 또는 의료보장기관에 대한 청구액’이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자동차보험사에 대한 진료수가 청구액’을 포함한다는 명시적인 문구가 없다.
따라서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거짓청구도 자격정지처분 대상이 되는지 여부가 실제 재판과정에서 문제된 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의 거짓청구도 위 규정에 따라 자격정지처분의 대상이라고 판시했다.
왜냐하면 의료법상 거짓청구 제재규정의 입법취지가 의료인의 위법행위시 면허를 정지시킴으로써 의료의 적정을 기하고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 하고자 하는 것이지 사회보험재정의 건전성이나 수급권자의 이익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거짓청구를 요양급여비용 거짓청구와 다르게 볼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동차보험사 같은 사보험사에 거짓청구를 할 경우에도 의료법 제66조 제7호에 따라 1년 이하의 자격정지처분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판례상 또 하나 주로 논의가 됐던 부분은 바로 자격정지기간 산출 기준이 되는 ‘거짓청구비율’의 계산방식이다. 이는 규정상 거짓청구비율이 높아질수록 자격정지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즉, 거짓청구비율은 (총 거짓청구금액/진료급여비용 총액)×100으로 계산하는데, 분모(진료급여비용 총액)가 커지면 거짓청구비율은 작아져서 처분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
따라서 분모에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이외에 요양급여비용도 포함되는 것이 처분대상자에게 유리할 수 있다.
결국 이 기준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자격정지기간이 얼마나 길어지느냐의 문제와 직결된 것이어서 처분대상자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했다.
그런데 거짓청구비율 계산 시 ‘분자’에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에 관한 거짓청구금액이 들어가는 것은 규정상 명백하지만 ‘분모’에 해당하는 ‘진료급여비용 총액’의 범위를 ‘자동차보험수가 청구금액’만으로 한정할 것인지, 아니면 이외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청구한 급여비용도 모두 포함할 것인지 법원마다 견해를 달리했다.
일부 법원은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청구금액의 합계만을 분모로 할 경우, 거짓청구비율이 커져서 자격정지기간이 늘어나게 되므로 처분대상자에게 불리하게 유추해석·적용한 것이라고 봤다.
반면 다른 법원에서는 자동차보험진료수가와 관련한 거짓청구는 다른 비용(건강보험, 의료급여, 산업재해보상보험 등)에 대한 거짓청구와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이렇게 법원마다 견해가 엇갈리다가, 2013년 대법원 판결(2012두28865 판결)에서 비로소 입장이 정리되었다. 분모에 들어가는 진료급여비용총액은 모든 영역의 진료급여비용 총액이 아니라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영역의 금액만”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행정청의 실무관행상 거짓청구가 발생한 영역의 진료비용만을 분모로 하여 산정해 왔고, 이러한 실무관행이 의료계 등 관련 분야에서 널리 받아들여져 온 것으로 보인다는 점, 건강보험, 자동차보험 등 각 영역마다 심사주체, 규정, 절차가 상이한데 어느 하나의 영역에서 거짓청구가 발생하였을 때 다른 모든 영역에서 발생한 모든 진료급여비용 총액을 산정할 경우 행정적 부담이 크고 처분의 적시성을 기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었다.
위 대법원 판례로 인해, 자동차보험 진료수가를 거짓청구한 경우에는 거짓청구가 발생한 기간 동안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청구액의 합계(분모)가 다액이 아니라면, 실제 거짓청구 금액(분자)이 소액이라도 거짓청구비율이 높아져 자격정지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이런 경우 실제로 거짓청구금액 자체가 소액이었던 처분대상자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긴 기간의 자격정지처분에 억울함을 호소하게 된다.
그리고 실무상 주의할 점이 한 가지 더 있다.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의 거짓청구의 경우, 사기죄에 대한 수사결과 또는 재판결과에서 인정된 거짓청구액을 근거로 해서 자격정지기간을 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형사사건에서 인정된 거짓청구액이 그대로 자격정지처분의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문제된 청구액 중 거짓청구액이 아닌 부분이 일부라도 있거나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총액(분모)의 정확한 액수가 다를 경우 미리 형사절차 단계에서부터 다투어 자격정지기간이 부당히 길어지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결국,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 의사A의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거짓청구행위는 형법상 사기죄와 의료법상 자격정지처분에 해당할 수 있고, 자격정지 기간도 거짓청구액의 규모에 비하여 장기간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형사절차에서부터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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