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12.10 12:36최종 업데이트 17.12.10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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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의사 '투쟁'의 날...의사들은 왜 문재인케어를 반대하나

의사들 오늘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총궐기대회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전국 의사들이 오늘(10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를 반대하는 총궐기대회를 연다. 문재인 케어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74%만큼이나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런데도 의사들이 문재인 케어를 반대하는 이유는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과 정부 불신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단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전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의회 등 나이와 직역에 관계없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전체 활동의사수는 11만명에 이르며 이날 참석 목표치는 3만명이다.
 
비대위 안치현 대변인(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전공의들에게 보내는 서신문을 통해 “이번 총궐기대회가 왜곡된 의료계를 향한 우리의 '마지막'외침이 아니라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각 직역의 주장을 토대로 의사 투쟁 이유를 7가지로 정리했다.
 
①의료계와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진행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8월 9일 건강보험 보장성을 2015년 63.4%에서 70.0%까지 끌어올리는 문재인 케어를 발표했다. 이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내세운 것이다. 이를 위해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3825개의 비급여를 본인부담률 50~90%로 두는 ‘예비급여’로 전환한다. 진료비의 총량을 고정하는 포괄수가제에 행위별 수가제를 고정하는 ‘신포괄수가제’ 시행도 예고했다.
 
정부는 문재인 케어 세부계획 마련 기한을 올해 말까지로 정하고 의료계에 협상을 하라고 다그친다. 정부는 문재인 케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적정수가를 보장한다면서 국민에게는 의료비 부담을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정부가 정책을 제대로 시행하려면 의료 현장에 있는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②책임지지 않는 건강보험 재정 약속
 
“정부는 문재인 케어 시행 예산으로 30조6000억원을 예상했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매년 보험료율 인상을 평균 3.2%정도 하면 건보 재정을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2018년 건보료 인상 수치는 2.04%에 불과하다. 보험료율 인상은 국민들의 저항이 따르는 만큼 앞으로의 인상도 긍정적으로 보기 힘들다.
 
건강보험에서 지급해야 할 국고지원금도 부족하다. 내년 국고지원금 일반회계 예산은 원래 예산안 5조2001억원에서 2200억원 감액됐다. 국민건강보험법에서 규정하는 국고지원금 기준인 건보료 수입의 14.0%보다 4.2%p 적었다. 금액으로 보면 2조2739억원 적었다.
 
국민건강보험법상 건강보험 재정의 국고 지원 규모는 일반회계 14%와 건강증진기금 6% 등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를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역대 정부에서는 건강보험 예상 수입액을 낮게 책정하고, 사후에도 이를 정산하지 않는 방법으로 국고지원을 축소했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국고지원금의 부족액은 국고 5조5720억원과 기금 9조986억원으로 전체 14조 6706억원에 이른다.
 
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50조원, 100조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 약속을 믿기가 어렵다.”
 


③고질적인 저수가 문제

“2016년 연세대에서 진행한 의료수가의 원가 보전율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의원의 원가 보전율은 62.2%, 병원 66.6%, 종합병원 75.2%, 상급종합병원이 84.2% 등으로 나타났다. 전체 의료기관의 추정 원가보전율 평균은 69.6%에 불과했다.
 
대한민국의 의료수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서 낮다. 따라서 OECD평균 이상의 적정 수가, 적정 급여로 전환해야 한다. 의료기관은 그동안 비급여로 적자를 메울 수밖에 없는 일이 많았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아니라 저수가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④수가 인상 등에 대한 정부 불신
 

“법에 명시한 비용조차 투자하지 않는 건보 재정, 지켜지지 않는 건보료 인상 약속, 정부는 의료계에 그저 믿으라고만 한다. 이번에도 정부가 수가 인상이라는 '당근'을 준다고 해도 믿을 수 없다. 의료계는 이미 2000년 의약분업 때 학습한 효과가 있다.
 
당시 의사들은 의약분업으로 건강보험 재정 파탄을 경고했다. 하지만 의사는 제 밥그릇만 챙기는 파렴치한이 됐고 정부는 믿으라는 말로 의약분업을 강행했다. 2년 뒤에 건보 재정은 파탄이 났다. 재정에 크게 부담을 느낀 정부는 의원 초진 진찰료의 20%를 강제 인하했다. 당시 초진료 변동을 보면 2000년 1만2000원이었다가 2001년 1만1500원, 2002년 1만1170원, 2003년 9950원 등으로 떨어졌다.”
 
⑤예비급여의 말 뿐인 보장성 
 
“문재인 케어에서 말하는 전면 급여화는 환자 치료를 전면적으로 보장하지 않는다. 예비급여는 환자가 전체 금액의 90%까지 부담해야 한다. 보장성을 강화한다면서 예비급여가 나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보장성을 강화하려면 급여 항목의 본인부담금을 낮춰야 한다. 

비급여는 급여만으로 할 수 없는 검사와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통로로 이용한다. 문재인 케어는 의료기관의 비급여를 통제하려 하고 보장성을 올리는 데는 관심이 없다. 정부는 대중의 인기를 위해 독단적으로 의료정책을 포장해선 안 된다." 

⑥대형병원 쏠림 현상 심화
 
“문재인 케어를 시행하려면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필수적이다. 비급여가 급여화되면 진료비가 낮아지고 그나마 가격으로 유지되던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 빅5병원 등으로의 집중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 의료전달체계란 의원, 병원, 종합병원 등 의료기관 종별로 질환별로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의료전달체계 개편 과정에서 공급자에만 책임을 전가하고 의료이용자에 대한 제한이 빠졌다. 정부는 빅5병원으로의 집중 현상과 비응급환자의 응급실 이용 제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부는 제대로 된 의료전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의료이용자를 통제해 의료기관의 무분별 이용 관행을 제한해야 한다."
 
⑦의료기관 통제 정책 

 
“중증외상센터 사례에서 보면 의료기관이 제 기능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난다. 이런 구멍은 의료 분야 곳곳에서 너무 많다. 교과서대로 진료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무차별적인 삭감 통지가 날아온다. 정부는 이런 문제부터 해결하지 않고 문재인 케어를 통해 의료기관을 통제하려고 한다.

바람직한 의료환경에서 의사와 환자의 권익은 충돌하지 않는다. 정부는 왜곡된 의료환경으로 의료계과 국민을 억지로 몰아넣으면 안 된다. 정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다. 정부 정책이 실패해도 정부 스스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정부의 정책 실패에서 고통 받는 것은 국민이고 범인으로 몰리는 것은 의사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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