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현안협의체 등 각종 위원회로 책임 회피하는 경우 많아…필수의료 파탄은 시장실패 아닌 정책실패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박형욱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의료정책 관련 각종 위원회가 정부의 ‘알리바이’용으로 활용되는 경우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새롭게 출범한 의협 비대위의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여부 등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박 위원장이 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박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후보 출마 후 본지와 인터뷰에서 “현재 정부 태도론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위원장은 14일 강릉 세인트존스호텔에서 열린 한국보건행정학회 학술대회에서 “필요한 협의와 위원회는 제대로 운영해야 한다. 반대로 불필요한 협의와 위원회를 (정부가) 책임 회피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의료현안협의체에 참석하고 나서 ‘정부가 이걸로 협의를 했다는 알리바이를 만드는 거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대국민 담화에서 2023년 이후 의료계와 무려 19차례나 의사증원 방안을 논의해 왔다고 했다”며 “핵심은 증원 규모다. 예를 들어 정부가 ‘1000명이나 500명을 증원해야 한다’며 근거를 제시하면 우리가 ‘그 근거가 잘못된 것 같다. 그것보다 작아야 한다’고 전하는 식의 의사소통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증원 규모는 비밀로 한 채 논의를 했다면 그건 논의한 게 아니다. 내가 직접 의료현안협의체 의료계 대표로 참여했는데 그런 내용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며 “실제로 법원의 의대증원 집행정지 소송 결정문에도 2000명이라는 숫자는 2월 6일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증원을 발표하기 직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필수의료 파탄의 원인에 대해선 시장실패가 아닌 정책실패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안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는 ‘시장실패’가 중증과 응급의료 공급 부족을 초래했다는 취지의 표현이 나오는 데 이는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그는 “시장실패는 자유방임 상태의 시장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하는 현상을 의미한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수가를 사실상 정부가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간이식 비용은 미국의 16분의 1 수준이지만 그 진료 수준은 더 높다고 한다”며 “미국의 16분의 1 수준인 우리나라 간이식 비용이 자유방임 상태의 시장에서 만든 것일 수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우리나라 필수의료의 파탄은 정책실패로 봐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이걸 시장 실패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또 정부가 불공정 의료 생태계를 언급하며, 미용·비급여를 문제 삼는 것에 대해서도 “미국의 16분의 1에 해당하는 간이식 비용이 미용 분야 때문에 생긴 건가. 그렇지 않다. 인과 관계를 잘못 해석하는 것”이라며 “초저수가의 문제를 외면하고 의사의 이기심 때문이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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